"우리도 한창이에요"…공시족 떠난 노량진 곳곳 책가방 멘 5060[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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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8시30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책가방을 메고 제본된 교재를 든 60대 A씨는 "전기기사 자격증이 필수라고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권에서 일하다 퇴직한 60대 B씨도 노량진에서 주택관리사를 준비 중이다.
전기기사 자격증 시험을 공부한다는 60대 C씨는 "시간이 많고 수입은 없으니 공부해서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며 "등산만 다니며 놀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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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는 한창이에요. 배워서 돈 벌어야죠"
23일 오전 8시30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책가방을 메고 제본된 교재를 든 60대 A씨는 "전기기사 자격증이 필수라고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화학공장에서 60세에 정년 퇴직한 후 5년간 더 계약직으로 일했다고 했다. 그는 "곧 70대다. 어떤 일을 해야 안정적으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전기시설 관리 직무를 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 들어서 배우기 쉽지 않다"며 "앞에서 수업을 들어도 뒤에선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
금융권에서 일하다 퇴직한 60대 B씨도 노량진에서 주택관리사를 준비 중이다. B씨는 "주변에 나이든 사람들이 많다. 우리 강의실엔 60대가 40%고 나머지는 전부 50대"라고 밝혔다. 그는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한다"며 "일할 에너지와 의지가 있다"고 했다.
'공시'(공무원 시험) 열풍이 사그라든 노량진 학원가에 중·장년들이 몰려들고 있다. 정년 퇴직이나 희망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위해 자격증 학원을 찾고 있다.
불과 수년전 '공시의 성지'로 꼽혔던 노량진에서 △주택관리사 △공인중개사 △전기기사 전문 학원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때 공시를 전문으로 다뤘던 대형 학원들이 건물 상당 부분을 주택관리사 등 자격증 강의실로 내어준 지 오래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 따르면 주 응시자가 중·장년층인 주택관리사 1차 시험 응시자는 2022년 1만8084명에서 지난해 1만8982명, 올해 2만809명으로 증가 추세다. 올해 27회 주택관리사 1차 시험 합격자 연령을 살펴보면 40~50대가 74%로 집계됐다. 60대 이상이 18%, 30대가 7%다.
전기기사 자격증 시험을 공부한다는 60대 C씨는 "시간이 많고 수입은 없으니 공부해서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며 "등산만 다니며 놀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청춘만 미래를 걱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배 나오고 머리 벗겨져도 똑같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2만3000명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이 23만1000명, 30대에서 9만9000명 늘었다. 20대와 40대는 오히려 각각 12만4000명, 6만8000명 감소했다.
60대 정모씨는 "열심히 공부해도 떨어질 수 있고 자격증을 따도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바로 취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불안하다. 그러나 결국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상인들도 노량진 거리의 변화를 감지한다. 노량진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D씨는 "자격증 서적을 사는 사람들이 늘었다. 중·장년층이 많다"고 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공무원 채용시험 경쟁률은 21.8대 1로 3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원자 수 역시 올해 10만3597명으로 1년 전보다 14.8% 줄었다.
노량진에서 10년 넘게 음식점을 하는 50대 E씨는 "옛날엔 젊은 친구들만 있었다. 어느 순간 아저씨, 아줌마 손님이 보이더니 이제는 이곳저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이전과 비교하면 청년들이 줄어든 편"이라고 말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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