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절세교육] 2026 증여·상속의 모든 것 14기

부모가 자녀에게 아파트를 사주거나 재산을 미리 이전하는 일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증여 이후 가족관계가 악화되면서 "재산만 받고 연락이 끊겼다"는 상담 역시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족마다의 사정은 다르지만, 분쟁의 구조와 패턴은 비슷하다.
대부분의 경우 부모는 단순히 재산을 준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대를 함께 담는다. 생활비 지원, 정기적인 방문, 간병이나 부양과 같은 역할이다. 흔히 '효도계약'이라고 부르는 형태다. 법적으로는 '부담부 증여' 내지 '해제조건부 증여'에 해당한다. 즉, 증여를 받는 대신 일정한 의무를 부담하는 계약이다.

◆ 사후 대응보다 사전 설계 중요
"잘 모시겠다", "앞으로 책임지겠다"는 약속은 정서적으로는 충분할지 몰라도, 법적으로는 의무로 인정되기 어렵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이 보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약속했고 그것이 어떻게 이행되지 않았는지 여부다. 실제로 부담부 증여는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소송만으로 실질적인 회복이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사후 대응보다 사전 설계다.
◆ 조건부 증여의 세가지 유형
조건부 증여 분쟁에는 반복되는 몇 가지 패턴이 존재한다.
첫째, 가족이라는 이유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다. 계약서를 요구하면 관계가 서운해질까 우려해 모든 약속을 구두로 남겨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관계가 틀어지면 "그런 약속은 없었다"는 주장 앞에서 입증 자체가 어려워진다.
둘째, 조건의 내용이 지나치게 모호한 경우다. "효도하겠다"는 표현만으로는 법적 판단 기준이 되기 어렵다. "생활비 월 50만 원 지급"처럼 이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라면 분쟁 시 판단 기준이 보다 명확해진다.
셋째, 다른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경우다. 특정 자녀에게 재산이 먼저 이전되면, 이후 상속 과정에서 특별수익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으로 시작된 문제가 형제자매 간의 장기 분쟁으로 확대되는 이유다. 모든 생전 증여가 특별수익이 되는 것은 아니고, 상속분의 선급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증여인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이를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고령의 부모가 재산을 이전한 뒤 "당시 판단 능력이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경우다. 실제 소송에서는 증여 당시의 의사능력을 뒷받침할 자료가 중요한 쟁점이 되기도 한다.
결국 조건부 증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관계를 전제로 한 신뢰'가 아니라, 관계가 흔들리더라도 분쟁이 최소화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가족 간의 문제라고 해서 법적 구조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분쟁 이후의 소송은 선택지를 좁히지만, 설계 단계의 검토는 선택지를 넓힌다. 가족 간의 증여일수록, 감정이 아니라 구조를 먼저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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