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가 이쾌대는 해방 전후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다.

서양 유화 기법으로 조선의 얼굴을 그렸고, 해방의 혼란과 희망을 담은 ‘군상’ 시리즈로 리얼리즘 회화를 남겼다.

하지만 6·25 전쟁이 그의 삶을 뒤흔들었다.
병든 어머니와 만삭의 아내, 젖먹이 아이를 두고 피난조차 갈 수 없었던 그는 서울에 남았고, 점령군 아래서 어쩔 수 없이 선전화 작업에 동원됐다.

이후 국군에 붙잡혀 포로수용소에 수감되며 좌익으로 분류됐고, 결국 포로 교환 당시 북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쾌대의 선택은 정치가 아니라 생존이었다.
월북 이후에도 북한에서 주요한 활동은 이어가지 못했고, 1965년 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남편의 그림은 아내 유갑봉이 숨어 지키며 가족을 부양했고, 해금된 1988년 이후에야 세상에 다시 나왔다.

화단에서 오랫동안 지워졌던 이름. 하지만 그의 그림은 지금도 조용히 말한다.
한 예술가가 어떻게 시대와 맞서 싸웠는지를.

Copyright © 본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으며, 카카오 운영정책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