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號 우리벤처파트너스, KB인베 제칠까 [Vault@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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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의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새롭게 닻을 올렸다. 우리금융그룹이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마무리한 뒤 우리벤처파트너스로 사명을 바꾼 데 이어 김창규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에 나서면서다.

우리금융그룹이 4대 금융지주 중 마지막으로 VC를 손에 넣으면서 업계에서는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지주사 VC 운용규모 1위인 KB인베스트먼트를 제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새 닻 올린 우리벤처파트너스… 시장은 왜 주목하나

31일 우리금융그룹은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위한 잔금 전액 2125억원을 납입했다. 앞서 다올금융그룹은 지난 2월 주당 4086원, 총 2125억원에 보유 지분 전부를 우리금융그룹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우리금융은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지분 52%를 확보하게 됐다.

이로써 다올인베스트먼트는 우리금융의 15번째 자회사로 편입돼 사명을 ‘우리벤처파트너스’로 바꿨다. 아울러, 우리금융은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초대 수장으로 김창규 대표를 그대로 선임하고, 단독 체제로 전환했다. 김창규 대표의 임기는 2년으로, 김 대표는 지난 1994년 KTB네트워크의 전신인 한국종합기술금융에 입사해 30년 역사를 함께한 산 증인이다. 특히, 그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유니콘으로 성장한 기업들에 초기 투자하며 성장을 도와 KTB네트워크가 벤처투자 명가로서 명성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신인 다올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말 기준 1조4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대형 벤처캐피탈 회사이기 때문이다.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 규모는 3252억원, 자기자본은 295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AUM(운용자산) 규모는 1조45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재 AUM 기준 신한벤처투자(1조3952억원), 하나벤처스(8260억원)을 앞서는 수준이다.

우리벤처파트너스, KB인베 맹추격 나선다

우리벤처파트너스의 ‘맞수’는 KB금융그룹의 KB인베스트먼트가 될 전망이다. 현재 VC를 출범한 지주사 중 선두는 KB인베스트먼트이기 때문이다.

K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990년 한국장기신용은행 소속으로 출범해 30년 역사를 지닌 만큼 탄탄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다. KB인베스트먼트의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 규모는 1조3786억원, 자기자본은 2703억원으로 집계된다. KB인베스트먼트의 AUM은 1조9025억원 수준으로, VC AUM 기준 5~6위 정도의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KB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300여개다. 대표 성공 사례는 배달의 민족, 토스 등으로, KB인베스트먼트는 이들의 성공사례를 통해 입지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8년 김종필 대표가 수장에 오른 뒤 AUM 2조원을 달성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우리벤처파트너스가 펀딩 능력에 있어 강점을 보이고 있는 만큼 KB인베에 위협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진심인 우리금융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예상되면서 지주사 VC 선두인 KB인베스트먼트를 제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우리금융 비은행 부문의 그룹 수익 기여도는 7.8%에 그친다. 신한이 34.4%, KB가 32.1%, 하나가 12.5%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에 이어 금융그룹 차원에서 신임 사외이사진에 벤처캐피탈협회장을 지낸 지성배 이사가 신규 선임된 점 등만 봐도 비은행 강화에 대한 우리금융의 의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한국투자증권]

우선, 우리금융 측은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LP(출자자) 투자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통상 VC들은 출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아 투자하는데, 우리은행의 초고액 특화 점포 등 폭넓은 영업 채널에서의 출자자를 모집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너지가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우리벤처파트너스가 신규 펀드를 결성할 때 지주사가 출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도움으로 가파른 확장세를 기대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밖에 우리금융은 그간 약진했던 PE(사모펀드) 부문 강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AUM 기준 상위권 VC를 살펴보면 PE 비중이 적지않다. 지난해 AUM 6조원을 넘어서며 VC 1위를 차지한 IMM인베스트먼트의 경우 PE 비중이 77%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다올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말 기준 운용중인 PEF는 총 2개에 그쳤다. 2019년 결성한 KTB GI PEF(100억원)와 2012년 만든 KTB NHN China PEF(300억원) 등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LP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장기적인 AUM 상승을 바라보게 하는 긍정적인 요인”이라면서 “이 밖에 AUM 확대 뿐 아니라 딜 협상력 및 투자역량 제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백 연구원은 이어 “(다올인베스트먼트가) 올해 2월 군인공제회의 800억원 규모의 VC 추가 출자가 발표된 점 등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양호하게 펀드레이징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청산 예정인 펀드 규모를 감안해도 올해 말 1조3000억원 내외의 AUM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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