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경, 3연경 나와야 30년, 40년 코트가 뜨겁다…V리그 8인의 전설이 답했다

한국 배구가 세계 무대 최고 레벨에서도 실력을 겨룰 때가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에서는 강자로 군림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 화려했던 시간과는 점점 멀어진다. 매 시즌 뜨거운 열기 속에 흥행하는 V리그와 달리 국제 무대에서 한국 배구의 성공은 점차 배구팬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고 있다. ‘스포츠경향’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V리그 20주년에 선정된 배구 레전드 중 8인의 시선을 통해 한국 배구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결국은 ‘풀뿌리’가 되는 V리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박철우 우리카드 코치는 “결국은 스포츠는 선수들이 경기를 잘해야 한다. 선수가 잘해야 팬과 구단, 리그가 있다. 그래서 스타플레이어가 필요하다”며 “여자 배구의 인기가 높아지고 황금세대가 나온 것은 김연경이라는 스타 덕분 아닌가”라고 말했다.
현역으로 뛰는 한선수(대한항공)도 “어쨌든 V리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기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더 많은 스타들이 나와야 한다. 선수 개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상품성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충분히 그런 선수들이 있고, 이건 우리 배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현재 V리그에서는 트라이아웃으로 진행되는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선수 선발을 자유 계약으로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레전드들도 어느 정도 이 부분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한선수는 “외국인 선수 계약을 예전처럼 자유 계약으로 바꾸면 지금보다 기량이 좋고 뛰어난 선수가 많이 올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자유 계약으로 외국인 선수들을 선발할 경우, 우리 선수들의 입지가 더 축소될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선수의 자유계약 선발에 대해 찬성한 여오현 IBK기업은행 코치는 “국내 선수들도 좋은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부족한 부분을 인지하고, 더 열심히 해서 발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잘 하는 국내 선수에게는 당연히 많은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영은 이미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선수가 뛰는 V리그에서 국내 선수들이 뛸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정대영은 “코트에 서는 6명 중 두 자리는 외국인이 채우니 국내 선수들은 4명만 기회를 얻는다. 이렇게 프로 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지 못한 선수들이 국제 대회를 나가면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다”며 “이번에 어떤 팀은 1.5군 선수들을 데리고 실업 연맹전에 참가한다고 한다. 서서히 2부 리그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V리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도자부터 달라져야 한다.
한송이는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결국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지도자들이 필요하다. 우리 지도자들도 해외 연수를 통해 더 넓고 무대와 기술을 경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 사령탑이 늘어난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박철우는 “국내에도 좋은 지도자들이 있지만, 외국인 감독을 통해 새로운 방법과 시도도 많아졌다. 좋아하는 선수들도 많다. 그런 부분에서 서로 교류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레전드들의 시선은 어쩔 수 없이 유소년 배구로 모아졌다.
현재 초저출산 시대에 접어들며 사회적으로는 생산 가능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모든 분야의 성장이 지체되는 상황까지 우려되는 수준인데, 배구도 예외가 아니다. 초·중·고 배구의 위축은 배구 생태계도 위협하는 수준이다. 팀이 없어지기도 하고, 팀은 있어도 선수 부족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거나, 자체 훈련도 어려운 팀도 있다.
양효진은 “아마추어 배구 위축이 심각하다”며 “초·중·고까지 아마추어 시스템이 약해지면 리그에 올라오는 신인 선수들의 풀이 좁아지고, 결국 리그 전체 경쟁력도 떨어진다. 장기적으로 리그를 더 키우려면, 연맹도, 구단도 아마추어 확대와 유망주 육성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철우는 배구인이자 딸 둘을 모두 배구를 시키고 있는 학부모로 특별히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박철우는 “건강한 V리그를 위해서는 어린 선수들이 쑥쑥 커야 경쟁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자금력을 가진 프로와의 연계가 가장 중요하다.
신영석은 “프로구단이 지역이나 연고지에 아마추어 지원을 하도록 유도하며 드래프트 우선권을 주면 좋겠다. 그러면 프로구단들이 자연스럽게 아마추어 현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오현 코치도 “구단이나 연맹에서 방학을 이용해 일종의 유망주 캠프를 열면 좋을 것 같다. 선수들은 성장할 기회를 얻고, 구단들은 유망주를 살필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V리그 뿐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부터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선수를 키워야 한다는 데에도 대부분의 뜻이 통한다.

양효진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국제 배구 스타일에 맞춘 훈련을 해야 한다. 국내 리그 스타일만 익히다가 국제 무대에 나가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세계 기준에 맞춘 훈련 방식과 환경을 제공하면,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끌어 올릴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신영석(한국전력)은 “대표팀을 소집할 때 20명 국가대표만 뽑는게 아니라 어린 선수들을 함께 합숙시키며 간접적으로 배울 기회를 제공하면 배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소년 배구의 교육 방법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짚은 한선수는 “배구의 트렌드는 계속 바뀌고 있는데 아직도 우리가 배울 때 방식으로 운동하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이때가 정말 중요한 시기인데 답을 찾기가 어렵다. 요즘 프로에 올라오는 선수들 중 기본기도 갖추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며 “일본은 대표팀을 구성하기 위해 10년을 준비한다고 한다. 당장 내일이 아니라 단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V리그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하려면 클럽간 국제 교류전이 필수라는 시선도 다수다.
박철우는 “우리 V리그가 축구의 챔피언스리그처럼 클럽 대항전이 생겨야 한다고 본다. 유럽 배구는 리그 외에도 (시즌 중)컵대회, 챔피언스리그를 치른다. 이제 아시아에서도 경쟁력 있는 리그들이 많아지는 추세이니 V리그가 주도해 이런 대회를 만들어 흥행의 기폭제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구 일정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선수 활용 풀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송이 역시 “V리그 전체가 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하며 해외 시장과의 교류를 꾸준히 시도해 더 글로벌한 리그로 발전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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