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Review] 긍정의 야구

빵을 전부 사간 바로 앞 사람 때문에 더 기다려야 할 때. ‘왜 하필 내 앞에서!’라고 한탄하는 이가 있는 반면, 갓 나온 따끈한 빵을 먹게 됐다며 기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곤란한 상황을 맞닥뜨린 순간엔 대개 전자처럼 느끼기 마련이라, 후자와 같은 긍정적 사고방식은 대중을 강타할 한 방이 돼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분야를 불문하고 커다란 성공엔 커다란 긍정이 뒷받침돼야 하는 걸까. 야구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럭키’ 정신을 발산하는 이가 있었으니. 항상 긍정을 좇아 나아간다는 이정후의 ‘정후적 사고’를 만나봤다. 그라운드가 아닌 책에서! (12월 9일 작성)

에디터 전윤정 사진 브레인스토어

#콘텐츠 정보

긍정의 야구: 실패는 철저히 버린다
저자 오효주, 이정후
출판 브레인스토어
발행 2023. 12. 22.

스포츠 아나운서 오효주가 이정후와의 인터뷰를 엮어 서사에 녹여낸 대담집이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과 오효주가 덧붙인 에세이가 번갈아 나오고, 그 문장이 무겁거나 어렵지 않아 술술 읽을 수 있다. 발간 시점은 이정후가 2024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코앞에 두고 있던 2023년 12월 말. 비록 불의의 부상으로 MLB에서의 첫 시즌은 아쉽게 중단해야 했던 그지만, 어린 나이에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올라선 만큼 책 속에서 만나 보기에 반가운 주인공이 아닐 수 없다.

해설위원들의 추천사는 대체로 이정후를 조명하는 편이지만, 야구선수 이정후를 바라보는 아나운서 오효주의 시선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인터뷰 특성상 독자가 질문자의 의도와 관점을 따라 움직여야 하기에, 독자 성향에 따라서는 여타 자서전과 비교해 흐름이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다만 ‘묻는 말에 답하는 이정후’의 태도는 인터뷰집이라는 포맷에서만 확인할 수 있으니 오히려 이를 감상 포인트로 삼아 보는 것도 좋을 듯.

#Editor’s Picks

① 실패를 철저히 버려야 했던 이유

이정후의 사고방식을 대표하는 한마디로서 부제로 선정되기도 한, ‘실패는 철저히 버린다’. 사실 곱씹어보면 낯설지 않은가. 살아가면서 한 차례도 넘어지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기에 보통은 실패로부터 배우거나 실패를 거울삼아야 한다고 하지, 아예 버려 버리라는 경우는 제법 생소하니 말이다.

그야말로 나의 결정적인 타격으로 승리를 거뒀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드나요?
그대로 끝난 거죠. 내일이 있잖아요. 내일 내가 부진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야구선수로서 실패를 곱씹으며 교훈으로 삼습니까, 아니면 실패는 아예 버립니까?
버려야죠. 말 그대로 실패잖아요. 물론 그 안에서 좋은 걸 찾을 수 있어요. 희망적인 내용도 찾을 수 있겠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쨌든 실패예요. 다시 성공하려면 새로 준비를 해야 해요. (후략)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가 좌절의 순간을 그토록 철저히 외면해야만 하는 이유를 금세 납득할 수 있다. 단순히, 그에겐 그럴 시간이 없었던 거다. 실패에 머무르며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이 말이다. 이는 야구선수의 직업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한숨 고를 새도 없이 매일 새로운 경기, 매시간 새로운 타석에 나서며 자리를 지켜야 하는 야구선수의 삶은 그 템포가 너무나도 빠른 것이다. 이정후는 어쩔 수 없는 그 각박한 리듬에 스스로를 맞췄다. 늘 앞을 바라보는 그는 좌절도 기쁨도 오래 곱씹지 않는다고.

변화를 줬다가 혹여나 장점이 사라질까 두렵지는 않습니까?
그래서 큰 틀은 벗어나지 않으려고 해요. 안 맞으면 다시 돌아오면 되는 거니까. 크게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

그가 멈추지 않고 자신만의 박자를 밟으며 나아갈 수 있던 건, 그의 안에 확고하게 자리 잡은 ‘중심’ 덕분이었다. 그건 긴 시간 꾸준한 모습을 보여 온 자신에 대한 믿음이기도 하다. 올곧은 자기 신뢰가 있기에 실패를 철저히 버리고 계속 전진할 수 있었던 것. 2023시즌 초, 뜻밖의 부진을 겪었던 그를 두고 생겨난 신조어 ‘후쓸걱’을 기억하는가. ‘이정후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그 말이 숱하게 나오던 것도, 그의 놀라운 평정심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② 나를 향한 ‘시선’이 아닌 ‘나’를 향한 시선

이정후가 라이벌로 생각하는 존재가 있을까요?
저 자신이요. 정확히는, 지난날의 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중략) 누군가를 목표로, 어떤 선수를 이겨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오로지 저 자신에게 지지 않으려고 해요.

그의 기준은 늘 ‘자기 자신’이다. 이기적이거나 자기 탐욕만 꾀한다는 게 아니라, 주위 시선에 흔들리는 법이 없다는 거다. 타인의 인정보다는 자신의 성취에 가치를 부여하고, 바깥의 풍파를 탓하기보단 자신의 초심을 되돌아본다. 사회 문제로 대두될 정도로 주변 평가에 목매는 요즘엔 더더욱 찾아보기 힘든 소신이다.

사실 아빠가 너무 잘했으니 제가 힘들기는 합니다. 제가 아무리 잘해도 비교 대상은 더 잘했던 아빠니까요.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이 시선을 빠르게 떨쳐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중략) 그냥 당연하다고 빠르게 받아들이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후략)

내가 아버지의 자식이라는 게 당연한 것처럼요?
맞아요. 이건 당연한 일이에요. 오히려 좋을 수도 있죠. 저로 인해 아빠가 재조명되니까요. 그러니 좋은 쪽으로, 당연하게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이종범 아들’. ‘바람의 손자’. 그가 대중에게 노출되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를 착실히 따랐던 수식어다. 어쩌면 지금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고. 레전드의 자식이라는 사실은 득실을 모두 낳았다. 천부적 재능과 야구하기 유리한 환경이 득이라면, 그 득 때문에 한없이 높아진 기대를 감내해야 한다는 실도 분명했다.

하지만 좋은 것은 마음껏 취하고, 나쁜 것은 철저히 버리자는 주의 아니던가. 어찌할 수 없는 사실은 그대로 수용하고 좋은 점만 생각한다. ‘이종범 아들’에게 타인이 들이미는 잣대가 아니라, ‘이정후’로서 스스로 정한 기대치를 삶의 기준으로 삼는 것. 그가 추구하는 긍정의 야구, 긍정의 사고방식이 이곳저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Editor Speaks

사실 이정후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개중에서도 에디터가 살아가는 방식과는 너무나도 정반대인 그의 마인드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정후가 앞을 보고 달려간다면, 에디터는 위를 보고 있다. 흘러가는 인생에 드러누워 둥둥 떠다니기 때문이다. 물론 하루하루가 도전일 그와, 매일 되는 대로 살아가는 에디터는 주어진 상황부터가 상이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같은 사람인데 어떻게 이래?’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하겠다.

혹자는 이정후가 이종범의 아들로서 누린 혜택들을 타고난 행운으로 여기고 일면 저평가하거나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긍정의 야구’를 읽고 그를 부러워해야 할 지점은 조금 다르지 싶다. 그를 이 위치에 있게 만든 건, 아버지를 꼭 빼닮은 야구 재능보다도 부정적 상황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무던한 성격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는 최고의 노력을 더해서 타고난 장점을 누구보다도 알맞게 활용하고 있는 셈이고. 이정후는 해 보기도 전에 안 된다고 하는 태도를 정말 싫어한다지만, 적어도 에디터는 그처럼 살아가는 건 일찌감치 포기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평소 <더그아웃 매거진>에 실린 선수들의 인터뷰를 즐겨 온 독자라면 결이 맞겠다. 오효주와 이정후의 ‘깊은 면담’을 콘셉트로 내세운 만큼, 기록 이면에 가려진 선수들의 속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사람에겐 안성맞춤일 책이니. 내지 곳곳에서 이정후의 사복 화보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본지와 비슷한 지점이다. 특히 이정후의 팬이라면 필독 도서다.

물론 야구선수 개개인에 관심을 두는 타입이 아니더라도, 성공한 인물의 가치관을 알아보는 자기계발서 차원에서 의의를 둘 수도 있다. 마침 뭐든 새롭게 마음을 먹을 신년이 아닌가. 따뜻한 이불 속에서 편안하게 자기계발 의지를 데워 보자.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65호 (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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