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배급사의 지원이나 막대한 자본 없이 오직 시민들의 후원과 제작진의 헌신만으로 완성되어 대한민국 극장가에 기적을 쓴 한국 영화가 있다.
오랜 제작 중단 위기를 딛고 세상에 나온 조정래 감독의 <귀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참혹한 비극을 정면으로 다루며 수많은 관객의 가슴을 울렸다.
상업성의 벽을 넘어 13년의 세월 동안 묵묵히 진실을 향해 달려간 이 영화의 묵직한 여정을 되짚어본다.

영화의 시작은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이었다.
주제의 민감성과 상업성 부족을 이유로 투자 유치에 번번이 실패하며 제작이 기약 없이 지연되었으나, 포기하지 않은 제작진의 진정성에 전 세계 7만 5,270명의 시민이 자발적 모금으로 화답했다.
무려 13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견뎌낸 끝에 비로소 스크린에 오를 수 있었다.

작품은 1943년 영문도 모른 채 가족의 품을 떠나 타국 땅 위안소로 끌려간 14살 소녀 정민의 시선을 따라간다.
어린 소녀들이 겪어야 했던 폭력과 공포를 가감 없이 담아내는 한편, 현재와 과거의 기억을 교차하는 연출을 선보였다.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피해자들의 깊은 역사적 아픔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작품이 끝내 제작 난항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동력은 현장을 채운 이들의 자발적 헌신이었다.
강일출 할머니 역을 맡은 배우 손숙을 비롯해 수많은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무보수이거나 재능기부 형태로 뜻을 모았다.
영화가 지닌 역사적 메시지와 숭고한 취지에 깊이 공감한 이들의 합류가 있었기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완성도를 갖출 수 있었다.

2016년 2월 개봉 당시 <귀향>은 대형 상업영화들에 밀려 턱없이 부족한 스크린 수로 출발했다.
하지만 관객들의 자발적인 입소문과 추천 릴레이가 이어지면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개봉 첫 달 129만 관객을 모은 데 이어, 3월 한 달 동안 221만 명을 추가로 동원하며 쟁쟁한 블록버스터들을 제치고 월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최종 누적 관객 수 358만 명을 돌파한 <귀향>은 한국 독립영화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웠다.
단순한 상업적 성공을 넘어,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사회적 공론장의 중심으로 확실하게 끌어올렸다.
비상업 영화가 거둔 이 가치 있는 성과는 시민들의 힘이 만들어낸 가장 뜨거운 기적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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