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지분 1조원 치 매입한 하나금융, FI 넘어 SI 될까

이상현 기자 2026. 5. 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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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두나무 지분 6.55% 인수…4대 주주 등극
카카오 “두나무 지분 매각에 AI 사업 자금 확보”…수백배 수익률
(사진=하나금융지주)

하나금융그룹이 두나무 지분 1조원(6.55%)어치를 확보하며 디지털자산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형식상으로는 재무적투자(FI)지만, 향후 전략적투자(SI)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반면 카카오는 초기 투자 대비 수백배의 수익을 거두면서 AI 사업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자회사 하나은행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는 두나무 지분 10.58%(369만50주) 중 6.55%(228만4000주)를 1조32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취득 예정일은 오는 6월 15일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하나은행은 송치형 회장(25.51%), 김형년 부회장(13.10%), 우리기술투자(7.20%)에 이어 두나무 4대 주주에 오른다.

이번 주식 거래는 카카오와 하나은행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성사됐다. 최근 카카오는 AI 사업 집중을 위해 자회사 매각 등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며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있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의 우선순위는 AI 사업 성장 가속화인 만큼 투자 재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AI를 비롯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자금 운용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이번 거래로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투자 성공 사례를 남기게 됐다. 초기 수억원 규모 투자로 확보한 지분 가치가 조 단위로 불어나면서 사실상 수백배의 수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카카오벤처스(전 케이큐브벤처스)는 지난 2013년 펀드(1호벤처투자조합)를 통해 두나무에 2억원 자금을 투입했다. 당시 두나무 기업가치는 8억원으로 해당 펀드는 25%의 지분을 받았다. 이후 2015년에는 카카오가 직접 33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도 단행했다.

이후 카카오벤처스는 펀드 청산 과정에서 두나무 주식을 현물 배분했고, 일부 지분이 카카오 측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는 지난 2022년 직접 투자 지분 등을 포함한 두나무 지분 10.59%(369만50주)를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현물 출자했다. 당시 지분 가치는 약 5780억원 수준이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하나은행은 이번 투자를 단순 지분 매입 이상의 의미로 보고 있다. 현재는 재무적투자(FI)에 가깝지만, 가상자산 시장에서 전략적투자(SI) 관계를 선점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고 분석한다. 이번 계기로 가상자산 사업 기반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네이버-두나무 동맹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도 참여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이번 지분투자는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 혁신을 가속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두나무와 함께 K-블록체인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조성하고,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이 글로벌 선도 수준으로 도약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하나금융과 두나무를 온전한 전략적 투자자 관계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양사는 지분투자와 함께 업무협약(MOU)도 체결했지만, 구체적인 공동 사업 모델이나 서비스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공개된 협업 역시 기존 논의의 연장선에 가깝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두나무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와체인’을 기반으로 해외송금 서비스 공동 개발을 추진했고, 최근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3자 협력 체계도 구축했다. 디지털자산과 금융을 연계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구상도 언급됐지만, 이는 하나금융그룹의 장기적 목표 수준으로 아직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다.

두나무 관계자는 “양사는 업무협약을 통해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을 연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고객 중심의 혁신 서비스를 함께 발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디지털자산 제도화 흐름 속 금융권 선점 경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1위 사업자인 두나무와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면서 향후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금융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래에셋그룹은 코빗 인수를 추진 중이고,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 인수를 두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를 두고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업계 간 협업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되면서 거래소와 전통 금융권 간 결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하나은행의 두나무 지분 인수 역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금융사들이 다른 거래소와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경쟁 금융기관들이 거래소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흐름 속에서 하나금융도 선제적으로 움직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