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윤범이 일군 해외사업 찬물”...영풍 공격에 호주 여론 싸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호주 정계·지역사회 반발
崔, 호주서 신재생사업 집중
영풍 도움없이 자체역량 투입
고려아연 “법적 책임 물을 것”
울산, 최회장 측 지지 나서자
MBK “지역 발전 위해 노력”

고려아연이 호주에서 오랫동안 공들여온 신사업이 경영권 분쟁 여파로 흔들릴 상황에 처하자 호주 내 지역사회와 정재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호주 계열사에서 수년간 직접 경영에 나섰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신뢰를 보내면서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격에 경계감을 보낸 것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999년 호주 퀸즐랜드주 타운즈빌에 아연제련소 선메탈(SMC)을 건설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타운즈빌은 구리와 아연 등 풍부한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광업으로 유명했지만 최근에는 신재생 에너지 등 주요 신흥 사업의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역시 2014년 고려아연 호주 자회사 선메탈 사장을 맡아 2019년까지 근무했을 만큼 호주와 인연이 깊다.

최 회장 재임 시절인 2018년 고려아연은 SMC 제련소 안에 125MW급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했다. 친환경 일환으로 세워진 SMC 태양광 발전소를 시작으로 고려아연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회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2021년에는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사업화를 위해 설립한 아크에너지를 통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에서 풍력터빈 54개 335MW 급 보우먼스크릭 풍력발전소 개발 사업 허가를 획득했다. 지난 5월에는 6700억원을 들여 호주 퀸즐랜드주에 건설 중인 남반구 최대의 풍력발전소 맥킨타이어의 지분 30%를 사들였다.

이처럼 최 회장을 중심으로 확장해온 고려아연의 호주 신사업을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제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터져나온 것이다. 제니 힐 전 타운즈빌 시장 등은 호주 현지 언론을 통해 영풍의 경영 역량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간 호주를 비롯한 해외 사업은 영풍의 도움 없이 고려아연 측이 자체 역량을 통해 키워왔기 때문이다. 영풍 측은 경우 일본에 지사를 세우거나 계열사 영풍전자 등을 통해 베트남, 중국에 진출한 이력은 이지만 호주에서 사업을 운영한 경험은 없다.

국내에서도 온산제련소가 있는 울산 지역사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계 자본이 대거 유입된 MBK로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고려아연이 중국계 기업에 팔리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제안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현재 추진 중인 공개매수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는 비판에 정면 반박했다.

영풍과 MBK는 9월 기준 장씨 일가의 지분율이 33.1%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가 보유한 15.6%에 비해 2배 이상 지분을 소유한 최대주주라고 설명했다. 또한 고려아연이 공정거래법상 장형진 고문을 총수로 하는 영풍그룹의 계열사라는 점도 강조했다. 영풍과 MBK는 “공개매수는 명백한 최대주주, 1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며 장씨와 최씨 일가의 지분 격차만을 보더라도 적대적 M&A는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특히 총 16% 수준의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현대차, 한화, LG 등 기업들이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이 아니라고 했다. 우호 지분이라면 최윤범 회장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등 공동행위 주요 주주로 공시했어야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사업 협력에 대해서만 공시하고 공동행위자임을 밝힌 적이 없다는 것이다.

MBK 역시 별도 입장문을 통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계 자본이라는 비난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항변했다. MBK는 “MBK는 2005년 설립된 ‘국내 사모펀드’로 출자자(LP)들도 국내와 세계 유수의 연기금과 금융기관이라 중국계 자본이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려아연이 ‘울산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울산지역 경제, 대한민국 경제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법적 분쟁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영풍은 지난 13일 최 회장이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배임 의혹, SM엔터 시세조종 관여 의혹, 이그니오 고가매수 의혹, 상법 위반 등이 의심된다며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도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 회장 측은 “영풍이 MBK에 고려아연을 넘기고 그 이익 또한 MBK가 얻도록 한 것은 영풍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중대한 위법행위에 해당될 수 있어 장 고문 측에 업무상 배임 등 형사책임과 손해배상 등 민사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특별관계자로 묶였던 최 회장 측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이 내주 초까지 각각 별도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5%공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최 회장 측의 대항공개매수가 이론적으로 가능해진다. 공개매수자의 특별관계자에서 제외되면 별도매수금지 규제를 적용 받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