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면서 자다가 '컥'..치매 세포 쌓여간다 [생활속 건강 톡 메디신]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다 잠깐씩 숨을 멈추는 상태가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코골이가 단순히 소음이 큰 것이 문제라면, 수면무호흡증은 말 그대로 반복적으로 숨을 제대로 못 쉬는 상태가 장기간 계속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는 훨씬 크고 심각하다.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 뇌졸중, 당뇨, 발기부전, 치매와의 연관성이 속속 확인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노화도 앞당기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노년기 삶의 질을 지배하는 치매와 노화의 관련성에 대해 살펴보겠다.
많은 분들이 노년기에 가장 무서운 질환으로 치매를 꼽는다. 치매의 가장 흔한 유형은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50~70%가 이에 해당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의 하나는 '베타 아밀로이드'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단백질의 일종으로, 정상적인 뇌 활동에 따른 부산물인데, 이것이 제거되지 않고 뇌에 쌓이면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발병한다.
낮 동안 활발한 뇌 활동을 한 결과로 만들어진 베타 아밀로이드는 잠자는 동안 면역세포의 일종인 대식세포에 의해 제거된다. 즉 대식세포가 청소부 역할을 하는데, 이런 활동은 '깊은 잠'(서파 수면)에 들었을 때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수면 주기에 대해 잠깐 살펴보자. 수면은 비렘(non-REM)수면과 렘(REM)수면이 하나의 주기를 이루고 반복되며, 비렘수면은 수면의 깊이에 따라 세 단계로 나뉘는데, 마지막 단계가 가장 깊은 잠에 빠진 상태다. 이 수면 주기가 하룻밤에 4~5회 반복되며 깊은 잠은 전체 수면 시간의 5~15%를 차지한다.
그런데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뇌에 전달되는 산소가 부족해진다. 이때 뇌는 다시 숨을 쉬라고 우리 몸을 깨운다. 즉 수면무호흡증이 심하면 수면 중에 자주 깨 깊은 잠에 들지 못하면서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가 말끔하게 청소되지 않고 쌓인다.
그 결과 치매가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베타 아밀로이드는 치매 진단 시점보다 최소 10~15년 전부터 축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뒤로 미루는 만큼 베타 아밀로이드는 더 많이 축적된다.
수면무호흡증이 유발하는 장기적인 문제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노화다. 한마디로 잠을 깊게, 그리고 충분히 자지 못하면 빨리 늙고 각종 질병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이 관계는 수면무호흡증과 텔로미어 간 연관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의 염색체는 X자 모양으로 생겼고, 염색체의 말단 부분을 모자처럼 감싸고 있는 것이 텔로미어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 때 보호막 역할을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짧아지며, 일정 수준 이하로 짧아지면 세포가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노화 상태로 들어간다. 그래서 텔로미어를 노화 시계라고도 부른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혈액에서 염색체를 추출해 텔로미어의 길이를 분석했더니 수면무호흡증이 심할수록 텔로미어 길이가 짧았다. 중등도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텔로미어 길이가 2~2.5배나 짧았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신체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 최근 들어 많은 것이 밝혀지고 있다. 텔로미어의 단축은 세포가 노화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감각 기능이 떨어지고, 상처 회복력이나 면역력도 약화된다. 또 감염, 만성질환, 종양 등이 쉽게 생기고, 결국에는 수명이 단축된다.
수면무호흡증이라고 해서 내일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뇌 안에는 치매를 부르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차곡차곡 쌓이고, 텔로미어가 점점 더 짧아져서 노화 시계가 앞당겨진다. 하루라도 빨리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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