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만에 500억…. 미국서 ‘기생충’ 넘는다는 한국 영화 정체는?

출처: 모팩스튜디오

‘킹 오브 킹스’ 북미 돌풍
개봉 2주 차 박스오피스 3위
부활절 맞아 더 인기

한국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가 북미 시장에서 개봉 8일 만에 500억 원 매출을 돌파하며 흥행 신화를 쓰고 있다. 심지어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작 ‘기생충’의 북미 수익마저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19일(현지 시각) 미국 영화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킹 오브 킹스’는 개봉 둘째 주 금요일 하루 동안 북미 3,535개 영화관에서 약 94억 원의 티켓 매출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했다. 이후 개봉 8일 만에 북미에서만 494억 원, 글로벌 시장 전체로는 약 500억 원의 이익을 거뒀다.

출처: 에인절스튜디오 제공

이런 추세라면 ‘기생충’이 북미에서 거둔 티켓 수입 5,384만 달러(약 766억 원)를 곧 넘어설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함께 개봉한 대부분의 영화가 개봉 2주 차에 20~80%의 매출 감소를 보인 반면, ‘킹 오브 킹스’는 12%의 감소율로 양호한 추이다. 상영관 수도 개봉 첫 주 3,200개에서 두 번째 주에는 3,535개로 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킹 오브 킹스’는 예수의 생애를 다룬 ‘한국 토종’ 작품이다. 한국 VFX(시각특수효과) 회사 모팩스튜디오의 장성호 대표가 연출과 제작을 맡아 10년간 공들인 3D 애니메이션으로, 현지 배급(에인절 스튜디오)과 더빙 이외의 기획, 투자, 제작이 모두 한국에서 이뤄졌다.

출처: 모팩스튜디오

이러한 성공이 더욱 의미가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한국 애니메이션이 자국에서도 외면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역대 국내 애니메이션 중 관객 100만 명을 넘긴 작품은 ‘마당을 나온 암탉'(220만 명), ‘사랑의 하츄핑'(123만 명),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104만 명) 단 3편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K 애니 잔혹사’라는 혹평까지 나온 바 있다.

특히 미국 메이저 제작사들이 장악한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비할리우드 작품이 상위권에 오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실제로 지난해 북미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상위 10개 작품은 모두 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일루미네이션 등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작품이었다. 미국 연예 전문지인 할리우드 리포터는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출처: 모팩스튜디오

‘킹 오브 킹스’가 성공한 배경으로는 예수의 이야기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친근하게 전달한 점이 있다. 다만 기독교인이 아닌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시간여행, 어드벤처, 판타지 요소를 더했다. 단순한 종교적 메시지에 머무르지 않고, 가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서사와 감정선을 강조한 것이다.

부활절 시즌과 개봉 시기를 일치시킨 전략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시장에서 기독교 관련 영화는 상당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 부활절 시즌에는 더욱 높은 흥행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 ‘킹 오브 킹스’는 이러한 시장 특성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버라이어티는 “이 작품이 관객에게 연금술과 같은 탁월한 감정적 공감을 끌어내고 있으며, 부활절 휴일과 개봉 시기를 맞춘 것은 완벽한 타이밍이었다”라고 분석했다.

출처: 모팩스튜디오

기술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혁신을 이루어냈다. 이 작품은 세계 최초로 ‘언리얼 엔진 기반 리얼타임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을 도입했다. 배우의 연기를 가상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캡처해 애니메이션으로 변환하는 기술로, 제작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현지 관객의 평가도 압도적인 모양새다. 평점 전문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 98%의 관객 평점을 기록 중이며, 시네마스코어의 관객 설문에서는 최고 등급인 A+를 받았다. 이는 관객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모팩스튜디오

2023년 국내 극장 애니메이션 매출이 90억 원 수준으로 2019년보다 무려 74% 감소한 상황에서, ‘킹 오브 킹스’의 북미 성공은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킹 오브 킹스’는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등 50개국에서 상영 중이며, 제작진은 연말까지 총 90개국 개봉을 확정했다. 한국에서는 7월 말 개봉 예정이다.

‘기생충’이 예술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데 이어, ‘킹 오브 킹스’는 상업 애니메이션으로 해외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K-콘텐츠의 영향력이 영화, 드라마, 음악을 넘어 이제 애니메이션 분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성공이 단순히 한 작품의 성과를 넘어,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 전체에 새 지평을 열어줄 전환점이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출처: 모팩스튜디오

‘킹 오브 킹스’가 ‘기생충’의 흥행 기록을 넘어 어디까지 돌풍을 이어갈지, 그리고 이를 통해 K-애니메이션이 해외 산업에서 새로운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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