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콕의 왕궁을 둘러본 뒤, 같은 항공권으로 곧장 푸껫의 해변에 도착한다면 어떨까. 올가을 태국을 찾는 여행객에게는 이 시나리오가 실제가 될지도 모른다. 태국 정부가 관광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내놓은 비장의 카드, 바로 ‘국제선 항공권 구매 시 국내선 무료 제공’ 캠페인이다.
단순히 항공권을 얹어주는 이벤트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급감한 관광객 수를 회복하고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태국이 이번 승부수를 통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관광객 감소, 태국의 위기감

올해 들어 8월 10일까지 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2,020만 명.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9% 감소했다. 특히 태국 관광시장의 핵심이던 중국인 관광객은 33%나 줄어들며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연간 4천만 명에 육박했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선 더는 미룰 수 없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태국 정부는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총 7억 밧(약 3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내각에 요청했고, 이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국내선 무료 항공권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두 도시를 잇는 ‘보너스 여행’

캠페인의 핵심은 방콕, 치앙마이 같은 주요 관문 도시에서 출발해 태국 전역으로 관광객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여행객은 국제선 항공권만 구매하면 국내선 편도 2회 또는 왕복 1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위탁 수하물 20kg도 포함된다.
참여가 유력한 항공사에는 타이항공, 타이 에어아시아, 방콕에어웨이즈, 녹에어, 타이 라이언에어, 타이 비엣젯항공 등 6개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어 선택의 폭도 넓다. 이 혜택을 받으면 방콕의 화려한 도시 탐방에 이어, 치앙마이의 전통문화 체험이나 푸껫·끄라비의 해변 휴양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일본 모델에서 배운 확산 전략

태국의 시도는 낯설지 않다. 과거 일본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국내선 무료 탑승 기회를 제공하며 지방 관광을 활성화시킨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태국 정부 역시 유명 관광지에 집중된 수요를 지방 도시와 숨은 명소로 분산해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싸라웡 티안텅 태국 관광체육부 장관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최소 20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을 추가로 유치하고, 지방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경제 효과, 투자 대비 30배 기대

정부는 편도 기준 1,750밧(약 7만 5천 원), 왕복 기준 3,500밧(약 15만 원)의 항공권을 지원하면서도, 이를 통해 약 88억 밧(약 3,760억 원)의 직접 관광 수입과 218억 밧(약 9,300억 원)에 달하는 파급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300억 원을 투자해 30배 이상의 경제 효과를 노리는 셈이다.
이와 함께 태국 정부는 가상화폐를 태국 밧화로 쉽게 환전해 사용할 수 있는 ‘투어리스트디지페이(TouristDigipay)’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관광객이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해 소비를 촉진하려는 또 다른 카드다.
여행자에게 주는 의미

이 캠페인은 단순히 ‘무료 항공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방콕이나 푸껫 같은 메이저 여행지에만 머물렀던 여행객들이, 숨은 명소와 세계유산 도시까지 탐방할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더 큰 가치가 있다.
태국의 과감한 베팅은 아직 내각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미 전 세계 여행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가을, 태국이 다시 한 번 ‘여행자의 천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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