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와 F&B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초록뱀이앤엠이 사명 변경을 통해 '초록뱀' 지우기에 나섰다. 이는 지난 23일 초록뱀컴퍼니가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씨티프라퍼티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 관련 계열사가 동일한 이유로 진행하는 사안인 만큼, 원영식 전 초록뱀그룹 회장의 기소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머리 숙인 초록뱀 나비효과, 이앤엠까지
29일 초록뱀이앤엠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명 변경을 목적으로 한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주식회사 초록뱀이앤엠(Chorokbaem E&M Co., Ltd.)은 주식회사 티엔엔터테인먼트(TN entertainment Co., Ltd.)로 국·영문 사명을 변경하는 한편 회사 인터넷 주소도 사명에 맞게 바꿨다.
티엔엔터테인먼트 측은 사명 변경 목적에 대해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변경했다"고 전했다. 이는 초록뱀그룹의 최대주주이자 회장직을 역임했던 원영식 씨가 검찰에 구속 기소되면서 회사가 내놓은 자구책의 일환이다.

실제로 지난달 17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원영식 전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특경법) 배임,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원영식 회장이 빗썸 실 소유주로 지목받은 강종현 씨와 함꼐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빗썸 관계사인 비덴트와 버킷스튜디오의 전환사채(CB) 콜옵션을 제 3자에게 무상으로 부여하고 시세보다 낮게 취득해 587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영식 회장은 본인의 자녀가 출자한 회사와 투자조합에 CB 콜옵션을 무상 부여하고, 441억원 가량의 CB 인수대금을 대는 전주(錢主) 역할을 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앞서 초록뱀그룹은 원영식 전 회장의 법원 구속 수사가 결정된 지난달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방지 및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며 오너리스크에 대응했다. 초록뱀그룹 경영위원회 의장을 맡은 김세연 초록뱀미디어 부회장은 △최대주주 원영식 회장 퇴임 △그룹사 차원 지배구조 개선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메자닌 투자 금지 △정관상 목적 사업 중심 영업활동 전개 등 구체적인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원영식 전 회장의 퇴임이 결정된 이후 초록뱀그룹은 계열사에서 '초록뱀' 색채를 지우는 데 주력했다. 초록뱀그룹의 지배구조는 오션인더블유→초록뱀컴퍼니→초록뱀미디어→초록뱀이앤엠으로 연결되는데, 이 중 유리 납품사업을 하고 있는 초록뱀컴퍼니의 사명을 씨티프라퍼티로 변경한 데 이어 매니지먼트·F&B 사업에 특화된 초록뱀이앤엠도 티엔엔터테인먼트로 바꾸며 기업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다만, 방송프로그램 제작 및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고 있는 초록뱀미디어는 현재까지 사명 변경을 하지 않은 상태다. 1998년 설립된 초록뱀미디어는 △올인 △불새 △주몽 △일지매 △추노 △나인 △프로듀사 △또 오해영 △W △나의 아저씨 △아는 와이프 △펜트하우스 △어느 날 △빨간 풍선△판도라: 조작된 낙원 등 수십여편의 드라마 및 'K팝 스타' 시리즈 등 예능·시트콤을 자체·공동 제작하며 방송업계에서 인지도를 쌓았다.
티엔엔터 새 출발, 엔터보단 F&B?
초록뱀그룹의 쇄신이 각 계열사에 미칠 영향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티엔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사업 중심 축이 엔터테인먼트에서 F&B로 옮겨갈 가능성이 보이며 유명 치킨프랜차이즈 '후라이드 참 잘 하는 집(이하 후참잘)'의 성장세에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티엔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초록뱀이앤엠이 본격적으로 F&B 사업을 영위하게 된 것은 자회사 초록뱀푸드팜을 합병하면서부터다. 2020년 리켐에서 스카이이앤엠으로 상호를 변경한 이 회사는 A9미디어, 블리스엔터테인먼트, 엘디스토리 등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에 이어 지난해 9월 초록뱀그룹에서 F&B사업을 영위하고 있던 초록뱀푸드팜까지 흡수합병하며 사명도 초록뱀이앤엠으로 변경했다.
흡수합병 이전 초록뱀푸드팜은 △세상의 모든 아침 △곳간 △사대부집 곳간 등 외식업을 영위하다 2019년 말 은현장 대표의 치킨프랜차이즈 후참잘을 인수하며 새로운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확보했다. 후참잘 브랜드를 만들고 초록뱀푸드팜에 매각한 은현장 대표는 골목상권을 지원하는 콘셉트의 유튜브 채널 '장사의 신'을 운영해 화제를 모았고, 후참잘을 매각한 과거가 회자되면서 관련 치킨프랜차이즈도 꾸준히 회자되는 효과를 받았다.

이런 영향 덕분인 지 후참잘 관련 매출은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티엔엔터테인먼트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 상반기 후참잘(지난해 말 기준 가맹점 약 270개)의 매출은 약 337억원으로, 같은 기간 엔터테인먼트 매출(약 297억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만 해도 연 매출 87억원 수준이었던 후참잘 매출이 지난해 211억원대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더니, 올해는 상반기에만 연간 매출액 규모를 뛰어 넘어선 것이다. 이는 다른 F&B 매출(약 84억원)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수준으로, 사실상 후참잘이 티엔엔터테인먼트를 지탱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매니지먼트 중심의 티엔엔터테인먼트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올 상반기 매출 기준 후참잘에게 1위를 내줬지만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를 대거 보유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엔터테인먼트 매출은 약 29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기준(약 284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엔터테인먼트 매출에는 광고, 출연료 등 용역수입과 예능, 드라마, 컨퍼런스 등 작품매출이 포함되는 만큼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이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현재 티엔엔터테인먼트에는 △김나영 △김숙 △남창희 △문희준 △도경완 △붐 △이영자 △장윤정 △정지소 △제이쓴 △홍진경 △홍현희 △현주엽 △장동민 △유세윤 △장도연 등 70여명의 예능인·배우·방송인 등이 속해 있다.
가맹 사업(후참잘)과 엔터테인먼트 사업 매출 비중이 각각 40%를 차지하며 양대 축으로 올라선 티엔엔터테인먼트의 변수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 될 전망이다. 초록뱀그룹이 자구책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내건 만큼, 계열사간 합병 및 분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록뱀그룹이 원영식 전 회장 퇴임과 지배구조 개선을 내건 만큼 사명 변경을 통한 이미지 제고는 나머지 계열사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드라마 제작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초록뱀미디어의 경우 오랜 업력과 인지도를 고려할 때 당분간 현 사명을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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