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속 인류의 일종인 호모 에렉투스가 언어능력을 가졌을 가능성이 또 제기됐다. 네안데르탈인이 언어를 사용했다는 가설에는 많은 학자가 긍정적이지만, 그 이전 인류에 대해서는 신중한 견해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계량대학교 야오란 박사 연구팀은 국제 생물학술지 Biological Theory 최신호에 조사 보고서를 내고 호모 에렉투스가 언어를 쓴 증거를 여럿 제시했다.
약 180만 년 전 출현한 호모 에렉투스는 전부터 언어능력이 의심됐다. 호모 속에서는 최초로 뇌가 크게 발달한 종이기 때문이다. 일부 학자는 호모 에렉투스가 사고와 계획이 가능했고 의사소통을 관장하는 영역이 현대인에 가까운 형태로 발달했다고 본다.

야오란 박사는 “호모 에렉투스는 발성과 청각이 특히 발달했다. 지금까지 연구에서 구조상 복잡한 발음은 무리라고 생각됐지만 추가 발견한 화석은 발성 조절을 위한 신경이 지나가는 척수 굵기가 현대인에 필적함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어 “호모 에렉투스가 만든 아슐리안 석기는 단순한 돌조각이 아니다. 좌우 대칭으로 아름답게 다듬어진 손도끼를 만들려면 고도의 설계도를 머리에 그리고 유지하는 집중력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기술은 추상적인 개념을 전달하기 위한 언어능력과 대화가 없으면 실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유전자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발견이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언어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FOXP2 등 중요한 유전자의 뿌리는 호모 에렉투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그들이 현대인과 같은 복잡한 문법을 사용했다고 생각하기 어렵지만 어떤 형태로든 원시적인 언어를 쓴 것으로 연구팀은 봤다.

물론 이견은 있다. 호모 에렉투스가 바다를 건넜을 가능성이나 집단으로 수렵채집을 하고 있었다는 설은 언어능력의 근거로 꼽혀 왔지만 모두 반론이 있다. 가장 처음 언어를 구사한 인류를 특정하기 위해서는 사실 어떤 사람속이든 완벽한 증거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야오란 박사는 “네안데르탈인이 언어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호모 에렉투스의 언어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중요하다”며 “그들이 현생인류와 교배해 자손을 남겼음을 감안하면, 부모 세대에 해당하는 호모 에렉투스도 어떤 언어를 가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박사는 “최근 유전자 연구에서는 데니소바인이 정체불명의 고대 인류와 교배한 흔적도 확인됐다”며 “그 상대가 호모 에렉투스일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우리 주장이 정설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언급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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