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철교가 종잇장처럼”…한국 무더위에 시름할때 ‘이 나라’ 초강력 태풍에 휩쓸렸다는데 [신짜오 베트남]
베트남 북부 푸토성의 한 철교에서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슈퍼태풍 ‘야기’의 거센 바람에 맞서 간신히 중심을 잡고 다리를 건너는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철교가 거대한 굉음과 함께 붕괴됐고 차량이 홍강으로 추락하는 아비규환이 펼쳐졌습니다. 이 운전자는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그 순간에 가까스로 추락을 피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몰던 오토바이 앞을 달리던 트럭과 자동차 10대, 오토바이 2대는 추락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375m 길이의 이 다리는 절반 이상이 무너졌고 그 다리와 함께 홍강으로 추락한 팜 쯔엉 선 씨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깨닫기도 전에 강물에 빠졌다고 베트남 현지 언론에 전했습니다. 그는 물에 떠 있는 바나나 나무에 간신히 매달려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 북부 산악 지역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까오방성에서 승객 20명을 태운 버스가 급류에 휩쓸렸습니다. 최소 15명이 실종됐습니다.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추가 폭우로 인해 수색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태풍 ‘야기’가 지난 30년간 상륙한 태풍 중 가장 강력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기상청은 앞으로도 400mm 이상의 폭우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돼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비극 속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베트남의 피해 복구를 위해 신속히 나서고 있습니다.
신한금융그룹은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베트남을 돕기 위해 20억 동(약 1억 1000만 원)의 성금을 기부했다고 12일 발표했습니다. 신한금융은 베트남 현지에 있는 은행, 카드, 증권 등의 그룹사들이 모은 재원으로 하이퐁 등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 대한 지원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민간단체에도 성금을 전달하며 신속한 복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LS그룹도 복구 지원에 적극 나섰습니다. LS전선, LS일렉트릭, E1 등 3개사는 국제개발협력 비영리단체(NGO) 코피온을 통해 25만 달러(약 61억 동)의 성금을 기탁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베트남에서 활발히 사업을 전개해온 만큼, 이재민을 돕고 재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베트남에 2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외교부는 이번 지원이 피해 지역 복구와 주민들의 일상 복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 사회 역시 베트남을 돕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섰습니다. 미국은 국제개발처(USAID)를 통해 100만 달러의 긴급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고 호주는 200만 달러 규모의 구호 자금을 제공하고 11일 군용기를 통해 구호 물품을 전달했습니다. 일본 역시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를 통해 휴대용 정수 필터와 방수포 등의 구호 물품을 베트남에 기부하며 복구 작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세안 재난관리 인도지원조정센터(AHA Centre)와 유니세프(UNICEF)도 태풍 피해 지역의 이재민들에게 생필품을 전달하며 긴급 구호 활동에 동참했습니다. 이와 함께 유엔여성기구, 스위스 및 프랑스 대사관, 사마리아인의 지갑(Samaritan’s Purse) 등 여러 국가 및 국제기구들이 긴급 구호와 복구 지원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것이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약 6만8000채의 가옥이 침수됐습니다. 180만 마리의 닭, 오리 등 가금류가 죽었고 홍수에 떠내려간 소만 4500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베트남은 한국 처럼 추석을 명절로 보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음력 8월 15일 ‘중추절(뗏중투)’라는 날을 기념해 아이들을 위한 날로 보냅니다.
그래서 사실상 이날이 베트남의 어린이날입니다. 베트남은 3모작이 가능해 농경시대 한 해 세번이나 농사를 지으면 부모는 아이들과 놀아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확을 앞두고 이날만큼은 제를 지내며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날로 정한 겁니다. 아이들은 빨간 봉투에 담긴 돈을 받으며 물고기나 나비 등을 상징하는 등불을 들고 가을밤을 만끽합니다.
하지만 태풍이 이 모든 것을 앗아갔습니다.태풍으로 모든 게 엉망이 되었습니다. 베트남의 GDP 약 10%를 책임지는 관광산업에도 치명타를 입게 되었습니다. 베트남은 언제쯤 태풍의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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