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생각하는 음악가 부부의 집

오선지가

삶을 위한 공간을 규정하지 않고, 이야기의 배경과 풍경을
이어주는 연결체가 되는 집.
소유하는 집이 아닌, 그 자체로 사람과 삶이라는 음표가 적힐 오선지가 되어주는 집.
매스와 선이 겹쳐지며 완성되어가는 ‘응고된 음악’ 같은 집을 만나다.


종이를 닮은 미색에 가까운 화이트그레이를 조색해 외관을 연출했다.

구룡산 자락 서초구 염곡동은 조선시대부터 존재했던 마을로서 통합 개발을 피해 세월에 걸쳐 변화해온 오래된 주거지다. 다양한 형태와 재료로 구성된 주택들이 있지만 지형에 순응하는 필지의 형상으로 인해 자연스러운 마을의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대지는 평평한 경작지와 경사를 이루는 주거지의 경계를 따라 이어지는 마을 주 진입로에 면해 있다. 필지의 형태를 고려하지 않은 도시계획도로로 인해 필지의 형태는 전면이 긴 변을 이루는 삼각형인데, 본래 이곳에는 석축 기단 위 오래된 ‘ㅁ’자 중정집이 있었다.

기존의 중정이 있던 구옥의 형태를 닮되, 불규칙한 대지 속에서 반듯한 형태를 갖는 중정은 조절되는 깊이와 함께 집의 중심 공간이 된다.
계단실과 마주하는 상부에 고측창은 계단실에 고유의 음영을 만들며 공간감을 더한다.
외관의 무드를 따라갈 수 있도록 톤을 맞춘 거실의 인테리어. 중정으로 시선을 둘 수 있는 큰 창을 냈다.

건축주는 음악가 부부다. 부인은 피아니스트, 남편은 유명 드라마의 OST 작곡가로서 명성을 쌓아왔다. 젊은 시절 음악적 성취를 위해 분투했던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며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일과 삶 사이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거주공간을 꿈꾸며 이 땅을 만났다. 건축주로서 구체적인 요구는 많지 않았지만 경지에 이른 음악가들답게 전체적인 분위기와 특정한 디테일이 주는 감각에는 분명한 선호가 있었다. 우리는 대지의 형상과 지형, 거주와 일을 융합하는 프로그램의 해석, 그리고 음악가들을 위한 거주공간으로서 집의 유형에 대해 복합적으로 생각했다. 오선지가는 피아니스트와 작곡가 부부를 위한 집으로, 특정한 음악의 세계를 표현 한다기보다는 음악이 만들어지기 직전의 빈 오선지의 역할에 가깝다.

피아노실에서 바라본 전정의 모습. 중정과 달리 자연스럽게 구획된 디딤석과 함께 식물을 위한 정원을 꾸몄다.

SECTION

PLAN

HOUSE PLAN & INTERIOR SOURCE

대지위치 : 서울특별시 서초구
대지면적 : 420m²(127.05평)
규모 : 지상 2층
거주인원 : 2명(부부)
건축면적 : 193.47m²(58.52평)
연면적 : 252.56m²(76.39평)
건폐율 : 46.06%
용적률 : 60.13%
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
단열재 : 경질 우레탄폼 140㎜(벽), 220mm(지붕)
외부마감재 : 외벽 - 컬러 노출 콘크리트
내부마감재 : 벽,천장-벤자민무어 친환경 도장 / 바닥-수입 원목마루 + 지복득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윤현상재 수입타일
담장재 : 컬러 노출 콘크리트, 목재펜스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붙박이장 : 더바움
조명 : 매입LED 조명(4,000K 주백색)
계단재·난간 : 화이트오크 위 지단 + 챌판, 각봉 난간
현관문·중문·방문 : 제작도어
붙박이장 : LPM, 라왕합판
창호재 : 필로브 LOW-E 삼중유리창호(에너지등급 2등급)
에너지원 : 도시가스(콘덴싱 보일러)
전기·통신 : 동호전기
기계 : 우일설비
열회수환기장치 : Zehnder
설비 : 승원엔지니어링
구조설계(내진) : ㈜위너스BDG
조경석 : 왕사 깔기, T30 화강석
조경 : 건축주 직영
시공 : ㈜지음재
설계·감리 :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스튜디오와 테라스를 연결하는 긴 복도는, 양쪽에 난 창을 통해 독립된 공간처럼 느껴진다.
가벽을 통해 독특한 채광의 이동과 환기의 용이성을 함께 가지게 된 욕실.
드레스룸과 연결되는 침실의 모습.

외장마감은 노출 콘크리트 위 불소수지코팅으로 언뜻 보기에 흰색으로 보이지만 여러 단계의 혼색을 거쳐 만든 밝고 따듯한 계열의 그레이 색상이다. 이는 가시성보다는 배경에 가까운 색을 만들고자 했다. 여기에 이전에 있었던 중정집의 기억을 재현해 불규칙한 형태의 대지에서 반듯하게 비워진 중심을 만들었다. 불규칙한 대지의 형상과는 달리 직교 좌표를 따르되, 대지의 형상과 내부 평면에 따라 그 깊이를 조정하며 집을 구성했다. 직교좌표를 따르지 않은 부분은 대지의 형상을 따라 형태를 구성한 서쪽 코너 피아노실이다. 피아노실의 남쪽면은 높고 긴 담과 통합되어 있으며, 전면 창을 통해 바깥 중정과 연결된다. 집의 기능과 더불어 두 음악가를 위한 작업 공간으로 이 피아노실과 함께 작곡가를 위한 스튜디오를 두었다. 두 개의 공간들은 다른 공간과 분리되어 자연과 이어진다. 피아노실은 1층 보다 높은 레벨에 있으며, 바깥마당으로 이어지고, 2층 스튜디오는 긴 복도를 통해 연결되며 넓은 테라스를 통해 자연과 만난다. 세월이 지나 인생3막이 시작되거나 더 긴 세월이 지나 다른 가족이 주인이 된다고 하더라도 유연하게 반응하며 통하는 집이 될 것이다.

자연과 집을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하는 테라스. 프레임처럼 연출되며 트인 창들이 다양한 그림자를 교차시킨다.
한옥의 튼 ㅁ자 형태를 닮은 중정. 1층 레벨에서는 동쪽으로 트여 정원의 식물을 조망할 수 있다.

건축가 조남호 :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대표이며, 서울시 건축정책위원과 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서울시립대학교,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그리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 출강하였다. 대표작으로 교원그룹게스트하우스(2000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 서울시립대강촌수련원(2011 건축가협회 올해의 BEST7), 방배동집(2013 서울특별시 건축상 최우수상) 등이 있다.
02-562-7576 | www.soltos.kr

글_조남호  |  사진_윤준환  |  기획_손준우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3년 10월호 / Vol.296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