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30% 올리고 소아환자 야간·휴일엔 ‘상담’만… 반쪽 논란 [6월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이정한 2023. 5. 3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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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진 환자 중심으로 제한적 시행
노인·장애인은 비대면 초진 허용
소아는 초진 허용하되 처방 제외
의료계 “소아 초진상담 오진 위험”
플랫폼업계 “국민 고통은 외면”
수가 인상 놓고 재정 악화 우려도
복지부, 의견수렴 거쳐 보완 방침
정부가 코로나19 위기단계가 ‘경계’로 하향하는 6월1일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진료를 계속하기로 했다. 비대면진료 시행에 미온적인 의료계 반발을 감안해 재진과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행하되 대표적인 대면진료 사각지대로 꼽히는 섬·벽지 환자와 65세 이상 노인 및 장애인 등 거동불편자 등에 대해서는 초진을, 희귀질환자 및 수술·치료 후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를 허용키로 했다.
비대면 진료 이렇게 백재욱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가 30일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보고하고 6월 1일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뉴스1
하지만 의료계와 견해차가 컸던 소아의 휴일·야간 비대면 초진의 경우 ‘처방’이 아닌 ‘상담’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반쪽짜리’ 시범사업이란 비판도 나온다. 수가(의료행위의 대가) 역시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도 대면진료의 130%를 책정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6월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내려가면 감염병예방법상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는 불법이 된다. 비대면진료가 법제화되기까지 시범사업을 통해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추진방안에 따르면 코로나19 심각 단계 동안 초·재진, 병·의원급 상관없이 시행됐던 비대면진료는 경계로 하향되는 6월1일부터는 재진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행된다. 재진 환자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동일한 질환에 대해 추가로 진료를 받는 경우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1년 이내, 그 외 환자는 30일 이내 내원해 진료받은 경험이 있어야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재진 환자만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섬·벽지 등 의료취약지에 거주하는 환자나 노인·장애인 등 의료취약계층에 한해 초진이 허용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비대면으로 초진을 받을 수 있는 환자는 △‘보험료 경감 고시’에 명시된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만 65세 이상 △등록장애인 △1·2급 감염병에 확진돼 격리 중인 확진자이다.
만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도 대면진료 기록이 없더라도 비대면 초진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휴일이나 평일 오후 6시(토요일은 오후 1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 사이 소아 환자가 초진을 받을 경우 의학적 상담만 가능토록 했다. 처방은 받지 못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아는 증상이 급변하기도 하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비대면 의학적 상담을 통해 전문의 조언을 구하게끔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진료 후 의약품 수령은 대면이 원칙이다. 재택수령의 경우 본인·대리 수령이 곤란한 섬·벽지 환자나 거동불편자,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에 한해 허용한다.

비대면진료 수가는 대면진료와 같은 진찰료와 약제비 외에 30%의 시범사업 관리료를 가산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의료기관의 경우 진찰료의 30%를, 약국은 약국관리료,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의 30% 수준을 추가 지급받는 것이다. 다만 비대면 진료·조제 건수는 월 전체 건수의 30% 이하로 제한해 비대면진료만 전담하지는 못하게 할 계획이다.

정부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재진 환자로 제한한 데 대한 플랫폼업체들은 반발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운영 업체들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야간·휴일 소아환자의 비대면 처방 금지는 육아 가구의 고통을 외면한 것”이라며 “결국 모든 피해와 불편은 국민 몫이 됐다”고 지적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경기도약사회 등 의료관련 단체들이 30일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국제전자센터 대회의실 앞 복도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진행을 반대하는 등 내용의 피켓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휴일·야간 소아 환자의 경우 초진에서 ‘의학적 상담’만 허용한다는 정부 확정안에 대해서도 의료계의 반발이 여전하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소아 초진을 허용한다는 복지부 초안을 놓고 “소아·청소년은 표현이 서투르고, 그 증상이 비전형적인 환자군”이라며 비대면 초진이 허용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대면진료의 130% 수준인 비대면진료 수가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 목소리가 크다.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수가가 30% 올라가면 환자가 부담하는 자기부담금도 그만큼 올라가기 때문이다. 수가 상승으로 건강보험 재정부담도 늘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분석 결과와 의약계·전문가 등의 논의를 반영해 대상환자 범위 및 적정 수가 수준 등에 대해 보완키로 했다.

이정한·송민섭·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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