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검증 총괄하는 인사위, 청와대 관계자도 면면 몰라

위문희 2026. 1. 31.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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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사태’로 본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그쪽 진영에서 공천을 무려 다섯 번을 받아서 세 번씩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아무런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던 분이잖아요. 자기들끼리만 알고 있는 그 정보를 가지고, 우리는 모르던 것을 공개해 가면서 공격을 하면 우리로서는 알기 어렵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수 진영 3선 의원 출신 이혜훈 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내놓은 해명이다. 통합 차원에서 지명한 이 전 후보자에 대해 국민의힘이 검증 부실을 지적하자 이전까지는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박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런 언급을 두고 과거 정부에서 청와대 인사검증을 담당했던 관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쪽에선 “검증에도 한계가 있다”며 대통령의 설명에 일리가 있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다른 쪽에선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의 경우 국회 평판 조회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보좌진 갑질·폭언 논란 등을 걸러내지 못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의원출신 장관 후보자, 국회 평판 조회 기본
이 대통령 발언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이를 따져보기 위해선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통상 장관이나 공공기관장 등 고위공직자 인선은 추천과 검증 작업으로 나뉜다.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 제6조에 따르면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인사위)가 이 과정을 총괄한다.

인사·민정라인이 약식검증 대상자를 5~6배로 넓혀 인사위에 보고하고, 인사위 심의를 거쳐 2~3배수로 압축된 후보군에 대해 정밀검증을 하는 식이다. 고위 공직자 인선에 대한 대통령의 선택지를 좁혀주려는 것이 주된 취지다. 다만 대통령이 특정 인물을 내정한 경우,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기본적인 조사가 역순으로 진행되는 사례도 때때로 있다.

지난해 6·3 조기대선이 치러진 다음 날 곧바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경우 초반에는 인사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권 관계자는 “인사위는 대통령령에 명시된 기구인 만큼, 사람들이 덜 참석했을 순 있었어도 형식적으로라도 열어 인사를 처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사위원 면면 등은 아직도 거의 베일에 가려져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인사 업무에 관련해선 내부에도 알려진 게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체로 대통령의 핵심 최측근이 인사위원으로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 때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혔던 윤건영 당시 국정상황실장이 인사위원으로 참여한 게 대표적이다.

이재명 정부에선 지난해 9월 차관급인 인사수석 자리가 신설되기 전까진 김현지 제1부속실장(당시 총무비서관)과 김용채 인사비서관 등이 청와대(당시 대통령실)와 정부, 주요 공공기관 인사 실무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이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시절 의원회관에 함께 근무하며 손발을 맞춰온 핵심 참모들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 도중 문진석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과 텔레그램으로 인사 청탁 관련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사진 뉴스핌]
특히 성남 시민운동 시절부터 이 대통령을 30년 가까이 보좌해온 김 실장은 청와대 안팎에서 ‘모든 일은 김현지로 통한다’는 ‘만사현통’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문진석 당시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김남국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인사 청탁을 하자 “형님 제가 훈식이 형(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하면서 ‘김현지 실세론’이 일파만파로 퍼지기도 했다.

나아가 이 전 후보자 지명의 경우에는 인사위 논의 절차조차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상호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 전 후보자 지명 당일인 지난해 12월 28일에야 인선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는 인사위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 전 후보자 발탁과 검증 과정이 청와대 최선임 수석이자 인사위원인 정무수석조차 배제한 체 극히 소수 라인에서만 공유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런데도 지명 닷새 만에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로 제출된 점을 고려하면 이 전 후보자로부터 검증 동의 등의 절차는 밟은 것으로 보인다. 재산·납세 등 사적 정보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담당이 변호사 출신인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그 역시 김현지 실장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이재명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재직할 당시 이 대통령의 각종 재판 실무를 챙겼다. 전 비서관은 대법원이 지난해 5월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이었다.

그렇다면 이 전 후보자의 아파트 부정청탁 의혹, 장남의 연세대 입학 특혜 논란, 보좌진 갑질 의혹 등은 왜 검증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을까.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 내 검증팀엔 국세청, 부동산원, 교육부 등에서 파견된 전문 인력들이 참여해 후보자의 기본적인 부동산 거래 현황부터 세금 탈루 여부, 자녀 교육 문제 등을 교차 검증한다. 후보자가 사전에 제출한 100여 개 항목에 대한 답변이 기본이다.

이 전 후보자의 아파트 부정청약 의혹을 처음 제기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 관계자는 “주민등록등·초본상 최근 5년간 전입신고가 6차례로 잦은 점에서 문제 의식을 갖게 됐다”며 “부동산원에 당첨자 가점 내역을 문의했을 때, 모두 미혼 자녀 3명인 사람들이 당첨됐다는 답변을 받았고 곧바로 장남의 ‘위장미혼’을 통한 부정청약을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이 전 후보자처럼 국회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의 경우엔 국회 평판 조회도 병행된다. 국회를 출입하는 경찰 정보관들이 여야를 넘나들어 정보를 수집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혜훈 의원실에서 보좌진 교체가 잦았다는 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들 알고 있던 얘기”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설명한 것처럼 통합 기조를 염두에 두고 이 전 후보자 임명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면 검증 과정에서 위법 정황 등을 포착했더라도 측근 라인이 이 대통령 판단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 전 후보자 낙마 사태를 계기로 최측근 중심 인사 검증의 부작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수석실 출신 관계자는 “대통령이 추천한 사람을 인사위 심사를 거쳐 반려한 적도 있었다”면서 “참모들이 ‘부적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통령이 참모들의 그러한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보좌진 갑질 못 거른 건 납득 안돼” 지적도
이혜훈 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임이자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청와대가 “청문회서 해명을 지켜볼 것”이라는 태도를 고수하는 것이 논란을 확산시킨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논문 표절과 자녀 불법 조기 유학으로 논란이 제기된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의원 시절 보좌진 갑질 의혹이 불거진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청문회 문턱까지는 살아남았다. 이 대통령도 이 전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 지 이틀 뒤인 지난 25일 이 전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청와대는 “비서실장·민정수석·인사비서관·공직기강비서관 등 인사 검증 라인 전반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25일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논평)는 야당의 요구에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정도 사안이면 누군가 책임을 지는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 일 없다는 듯 넘어가려 한다”고 꼬집었다.

청와대 안팎에선 인사위를 실질화해야 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과 소수에 한정된 의사 결정 구조에서 탈피하자는 것이다. 다양한 관계자가 참여해 누가 가장 적합한 인사인지를 놓고 격론을 벌일 수 있어야 인사 참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보니 김현지 실장이 주요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향후 내각 인사에서도 통합 인사 기조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공석인 해양수산부 장관 등 후속 인선에서도 자칫 이 대통령의 통합 의지 때문에 검증이 제대로 안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통합 인사의 가장 큰 목표는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조차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 전 후보자의 경우 국민의힘에서도 동의하는 인사가 한 명도 없었다. 그게 과연 통합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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