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아파트" K-술게임에 전 세계 들썩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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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블랙핑크 로제가 한국의 술자리 게임에서 착안해 만든 노래 '아파트(APT.)'가 전 세계 음악차트를 휩쓸고 있다.
미국 유명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아파트'는 공개된 지 5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 회를 돌파했다.
하지만 한국의 술자리 문화라는 새로운 코드를 차용하고 한국식 영어(콩글리시) '아파트'를 또박또박 발음해 한국적인 감성을 담았다.
노래의 스토리는 한국적이지만 음악은 미국 팝록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것도 '아파트 열풍'의 인기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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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블랙핑크 로제가 한국의 술자리 게임에서 착안해 만든 노래 ‘아파트(APT.)’가 전 세계 음악차트를 휩쓸고 있다. 미국 유명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아파트’는 공개된 지 5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 회를 돌파했다. 틱톡에서는 조회수가 10억 회를 찍었다.
지난 10월 22일에는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글로벌·미국 차트 1위에 올랐고 애플 뮤직 글로벌 차트에서는 2위를 했다. 한국 여성 솔로 가수가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와 미국 차트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별도의 프로모션이나 티저 영상 없이 로제가 인스타그램만으로 홍보해서 얻은 성과다.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참여 이끌어내
노래 도입부는 “채영(로제 본명)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이라는 한국말로 시작한다. 곧이어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라는 중독적인 훅이 나온다. 아파트의 리듬은 한국 술자리 게임 ‘아파트’에서 그대로 따왔다.
노래 가사에서 한국말은 ‘아파트’와 ‘건배’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의 술자리 문화라는 새로운 코드를 차용하고 한국식 영어(콩글리시) ‘아파트’를 또박또박 발음해 한국적인 감성을 담았다. 오히려 음악을 듣는 외국인들은 아파트가 무엇인지, 어떻게 발음하는지조차 모르며 신기해하는 반응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로제의 ‘아파트’가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소셜미디어에서 참여를 이끌어내며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다고 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상적인 게임이라 듣는 이들이 당황할 수 있지만 한국 문화를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생소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로제는 소속사 더블랙레이블을 통해 “함께 작업하던 스태프에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아파트 게임’을 알려주다가 곡 작업을 시작하게 됐고 이후 (같은 소속사인) 브루노 마스가 합류해 곡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작업 당시엔 가벼워 보일 것 같다는 걱정에 삭제를 요청했지만 프로듀서와 작곡가 모두 ‘아파트’에 중독됐다는 것을 알고 곡을 다시 꺼내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에는 로제가 패션 브랜드 생로랑의 애프터파티에 참여해 모델 등 패션 인사들에게 ‘아파트 게임’을 알려주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로제는 한 인터뷰를 통해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냈지만 한국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고 성장한 자신 그대로를 노래에 담고 싶었다고 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최근 발매되는 노래는 쇼츠나 릴스 참여도가 승부를 가르는데 ‘아파트’라는 반복적인 리듬과 단어로 소셜미디어 챌린지(참여)에 최적화돼 인기를 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래의 스토리는 한국적이지만 음악은 미국 팝록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것도 ‘아파트 열풍’의 인기 요인이다. 멜로디의 진행이나 로제의 스타일링이 2000년대 초반 에이브릴 라빈 시대의 팝록 감성을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이 많다.
‘아파트’는 1980년대 히트곡 ‘헤이 미키’를 인터폴레이션(Interpolation)한 곡이다. 아파트 작곡·작사 크레딧을 보면 ‘헤이 미키’를 만든 마이클 채프먼과 니컬러스 친도 올라가 있다. 미국 저작권청에 따르면 인터폴레이션이란 기존에 존재하는 음악 작업물을 일부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샘플링’과 유사하지만 기존 녹음물의 사운드를 갖다 쓰지 않고 새로 만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음악 저작 기법이다.
하 평론가는 “그동안 K팝은 가요 특성이 강했는데 BTS 이후 팝에 가까워지는 경향을 보였다”며 “‘아파트’ 역시 그동안 K팝이 시도하지 않았던 펑크, 팝록 장르를 경쾌하지만 완성도 높게 구현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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