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준비했습니다… 스크린 감동 선물세트
<font color=#3D46A8>소풍</font>
노년의 현실적인 모습 뭉클
<font color=#3D46A8>도그데이즈</font>
개 중심으로 엮인 인간관계
<font color=#3D46A8>아가일</font>
반려묘 ‘알피’ 신스틸러 役

‘명절엔 온 가족이 극장을 간다’는 통설은 깨졌다. 영화계도 이를 의식한 듯 올해 설 연휴를 겨냥한 한국 영화들은 이전에 비해 규모가 작아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명절만큼 온 가족이 극장에 다녀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좋은 기회는 없다. 올해 설 연휴는 특히 중소 규모의 가족 영화가 강세다.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원로 배우들이 중심이 된 영화들이 속속 관객을 찾고, 귀엽거나 무서운 동물들이 출연해 반려인 1500만 시대를 실감케 한다.
설 연휴에 개봉하는 한국 영화 ‘도그데이즈’(연출 김덕민), ‘데드맨’(연출 하준원), ‘소풍’(연출 김용균)은 모두 제작비 100억 원 미만이란 공통점을 가진다. ‘도그데이즈’(CJ ENM)는 약 80억 원, ‘데드맨’(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은 약 75억 원이 투입됐고 ‘소풍’(롯데 엔터테인먼트)은 약 12억 원의 제작비가 든 저예산 영화이다. 당장 지난해 설 연휴에 개봉한 한국 영화 ‘교섭’(168억 원), ‘유령’(137억 원)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하다.

영화의 규모만 달라진 게 아니다. 극의 중심을 이끄는 배우들의 얼굴도 확연히 다르다. 천만 배우 장착은 기본이었던 이전 명절 영화들과 달리 올해 설 연휴에 개봉하는 영화들엔 다양한 배우 조합이 눈에 띈다. 특히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명품 조역에 그쳤던 원로 배우들의 활약을 주목해 보자.
‘소풍’에선 80대 배우 나문희(82), 김영옥(86), 박근형(83)이 주연으로 나선다. 고향 친구인 은심(나문희)과 금순(김영옥), 태호(박근형)는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자식은 마음 같지 않다. 고단한 인생이 마무리될 순간이 분명 다가오지만, 여전히 친구와 먹는 막걸리는 달고, 소풍엔 마음이 설렌다. 기능적으로 소비되지 않은 노년의 현실적인 모습은 감동을 넘어 숭고한 아름다움을 준다. ‘도그데이즈’에서 윤여정은 자신과 똑 닮은 세계적인 건축가 ‘민서’로 나온다. 겉은 까칠하지만, 속은 깊고 젊은이들에게 결코 호락호락하진 않지만, 대화가 되는 민서는 ‘좋은 어른’인 윤여정의 평소 모습 그대로다.

‘도그데이즈’를 위시해 동물이 전면에 나선 영화도 많다. ‘도그데이즈’는 동물을 사랑하는 수의사 진영(김서형)과 개똥이 너무 싫은 건물주 민상(유해진), 여자친구의 강아지를 맡아 기르는 현(이현우)과 전 남자친구 다니엘(다니엘 헤니) 등 모든 인간관계가 강아지를 중심으로 엮인다. ‘추락의 해부’(연출 쥐스틴 트리에)에서 아들 다니엘이 기르는 강아지 ‘스눕’은 극의 전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눕 역을 맡은 개 ‘메시’는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개 배우에게 주는 ‘팜도그상’을 수상했다.
설 연휴 유일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아가일’(연출 매슈 본)에선 주인공인 소설가 ‘엘리’(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가 키우는 고양이 ‘알피’가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한다. 본 감독이 반려묘 ‘칩’을 직접 섭외했다. 그의 아내인 모델 클라우디아 시퍼와 딸이 키우는 고양이다. 범죄 드라마인 ‘데드맨’은 장르는 다르지만, 가족의 가치를 중요시 여긴다는 점에서 다른 한국 영화들과 궤를 같이한다. 이름을 빌려주다 목숨까지 잃어버릴 뻔한 ‘바지사장’ 이만재(조진웅)는 곧 태어날 아이 ‘솔’을 손에다 새기며 생존을 다짐한다.

뚜렷한 개성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노리는 언더독 영화들도 있다. ‘아네모네’(연출 정하용)는 1등에 당첨된 로또를 둘러싼 요절복통 추적극으로 SNL로 잘 알려진 정이랑이 주연을 맡았다. ‘플랜75’(연출 하야카와 치에)는 75세 이상 노인들을 상대로 국가가 죽음을 적극 지원한다는 가까운 미래의 일본을 그렸다. 세대 갈등이 극심한 현재 한국이 직면한 문제이기도 해 서늘함을 준다. 국산 캐릭터 ‘아기 상어’의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 ‘아기 상어 극장판: 사이렌 스톤의 비밀’과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미코구라시 -푸른 달밤의 마법의 아이’는 동심을 두드린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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