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꾸라지 일기] '더 로직' 출연 변호사가 말하는, 프로의 토론법

김태현 기자 2026. 2. 2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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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나은 결론을 찾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변호사이자 토론 예능 참가자가 말하는, 진짜 토론 실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먼센스] 최근 한 공중파 토론 예능 '더 로직'에 100명의 참가자 중 한 명으로 다녀왔다. '이민 정책'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본업인 변호사 일과 병행하며 매일 3시간씩 자는 강행군 속에, 평소 다루지 않던 분야의 논리를 구축하느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쫓기는 시간이었다.

방송 특성상 강하게 대치하는 장면 위주로 편집되었으나, 사실 현장에서 내가 가장 깊이 고민했던 지점은 '무엇이 토론을 가치 있게 만드는가'였다. 늘 주장하고 다퉈야 하는 직업인으로서 '토론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는 한다.

사진=KBS '더로직' 캡처
사진=KBS '더로직' 캡처

이기는 쾌락보다 더 나은 결론을 찾고 있는가

우리는 흔히 토론을 상대를 논리적으로 굴복시키는 스포츠쯤으로 오해하곤 한다. 누군가를 말싸움으로 꺾으면 일시적인 쾌감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승패가 중요한 법정 쟁송이 아닌 이상 그런 개인적 쾌락은 프로페셔널들의 세계에서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잠깐의 쾌락과 찝찝함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토론을 잘하는 사람'의 기준은 명확하다. 그와 대화했을 때, 과정을 통해 더 나은 대안을 찾거나 더 나은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지 여부다.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말씨름만 하다 끝나는 게 아니라, 상대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고 숨겨진 문제점이나 새로운 대안을 발견하는 생산적 결론이 도출되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의 수용이다.

생산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첫 단추는 언제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다. 내가 근거로 삼은 데이터나 조사가 잘못되었을 가능성, 대전제가 확실하더라도 결론을 도출하는 추론 과정에 오류가 개입될 수 있음을 늘 열어둬야 한다. 이러한 유연성이 있어야만 더 확실한 사실관계 앞에서도 즉시 수긍하고, 집단적으로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둘째, 스스로를 향한 '소진적 검토'다.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 전, 스스로의 논리에 대해 수많은 '쉐도우 복싱'을 거쳐야 한다. 내 주장의 약점과 허점은 무엇인지, 예상되는 반론과 부딪혔을 때 더 나은 선택지가 있는지, 이것이 검증 가능한 영역인지 가치 판단의 영역인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이 과정은 불필요한 공전을 막고 비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줄여준다. 준비되지 않은 말씨름은 서로의 시간과 감정만 낭비할 뿐이다.

셋째, 어떤 말씨름은 소득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지금의 과학기술로 입증이 불가능한 영역이나, 역사적 평가만이 가능한 이념과 사상의 영역에서는 누구 말이 맞는지 따지는 것 자체가 궁색해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멈출 줄 알아야 한다. 프로페셔널의 세계에서는 아무런 생산적 결론이 없는 말씨름을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실력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갈등은 어쩌면 이런 건강한 토론의 원칙을 고민하지 않고 자기주장부터 펼치는 현상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르겠다. 마침 우리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데이터 검증과 추론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진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는 기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치열하게 검토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가정에서의 의사결정부터 재판부를 설득하는 과정, 비즈니스 현장의 의견 조율에 이르기까지 모든 순간에 앞서 소진적인 논리 검증 과정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 감정 소모뿐인 말싸움을 멈추고, 모두가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집단적으로 더 나은 대안을 고를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CREDIT INFO

임현서 리바이어던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기업분쟁부터 조세, 집행, 금융, 부동산, 형사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변호사로 <더 커뮤니티>, <더 인플루언서>, <피의 게임3> 등의 방송에 출연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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