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재벌과 사모펀드연합이 벌이는 ‘쩐의 전쟁’ 무슨 사연이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재벌·사모펀드 연합체의 경영권 분쟁
양측 모두 고려아연 주식 잠재가치
100만원 이상으로 낙관적으로 봐
누가 승리해도 현재로선 높은 가격
수습 과정서 ‘승자의 저주’ 걸릴 가능성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MBK·영풍과 현 고려아연 경영자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간에 갈등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주요 사모펀드인 MBK가 공개매수에 나서기 전날(9월 12일) 고려아연 주가는 50만원대에 불과했는데, 양측이 경영권 지분 확보를 위해 조 단위 자금 투입을 예고하면서 주가가 70만원 후반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번 연재기사에선 이 내용을 한 번 다뤄보겠습니다.
“(고려아연 주식) 75만원에 샀지만 차후 매각할 때 주가가 100만원 이상이 될 것이다” (강성두 영풍 사장)
“(영풍) 강 사장님이 고려아연 잠재된 가치는 100만원이 넘고 120만원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신걸로 기억한다. MBK·영풍측에서 여러 주장을 하셨지만 거의 유일하게 동의하는 부분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실제로 지난해 약 9조7000여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고려아연은 지난해 말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033년 매출액 25조원’이란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배터리소재(2차전지)는 LG화학과 협업해 황산니켈, 전구체, 동박 등을 판매해 5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게 목표고, 자원순환은 전자폐기물(E-Waste), 태양광폐패널, 폐배터리 사업 등에 진출해 6조원 매출이 목표입니다.
이 같은 고려아연 청사진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미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IB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의 TD 청사진에 대해서 많은 기업·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였다”며 “이 때문에 현대차·한화 등도 유증 참여, 자사주 맞교환 등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만일 고려아연 청사진대로 매출 25조원을 찍게 되면(현재 대비 2.5배), 그만큼 영업이익도 확장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고려아연 연간 EBITDA(상각전영업이익)은 2023년 9790억원서 2026년 1조4410억원으로 증가합니다. 고려아연측은 2023년 EBITDA로 2~3조원을 예측했습니다.
만일 EBITDA 2조원 달성에 통상적인 멀티플 10~12배를 곱하면, 2033년 고려아연 기업가치는 20~24조원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고려아연 주가는 현재 주식수 기준으로 100만~115만원이 됩니다. EBITDA 3조원을 달성할 경우엔, 고려아연 기업가치는 30조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주가가 더 높게 형성될 여지도 있습니다.
영풍·MBK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양측 모두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경영권 사수에 나선 것입니다.
고려아연(최 회장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2조7000여억원을 차입합니다. MBK에 따르면, 막대한 차입금 때문에 고려아연 부채비율은 기존 36.5%서 94.4%까지 상승합니다. 자사주 소각으로 인해 순자산은 27% 감소합니다.
더 큰 문제는 연간 이자비용만 1860억원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영업외비용 증가로 이어집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고려아연측은 사업 확장을 위해 향후 CAPEX(설비투자)를 올해 1조6000억원, 내년 1조2000억원, 2026년 2조3000억원으로 당초 계획했었는데요.
하지만 자사주 공개매수로 2조7000억원을 차입해 쓰게 되기 때문에, 향후 CAPEX 등 투자 여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2033년 매출 25조원’이란 청사진을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죠.
MBK측은 “고려아연이 향후 5년간 계획하고 있는 약 14조원(그중 12조원은 트로이카드라이브)의 투자 재원마련에도 어려움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돼, 회사의 성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양측 누가 경영권을 가져가도 ‘승자의 저주’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 회장측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해도 결국엔 막대한 이자부담을 떠안으면서 향후 신사업 투자여력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습니다.
MBK·영풍 연합이 경영권을 가져가게 된다면, 고려아연측 기존 기술자들의 줄사퇴가 예고되고 있고 아울러 막대한 차입금을 처리하는 문제 등 내부 잡음이 커질 예정입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건이기 때문에 ‘배당소득세’가 적용됩니다. 반면 MBK는 일반 공개매수이기 때문에 ‘양도소득세’가 적용됩니다.
공개매수 가격은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 83만원·영풍정밀 3만원이고, 고려아연 및 최 회장측은 고려아연 89만원·영풍정밀 3만5000원입니다.
즉 일정상으로 보면 MBK측이 유리하고, 가격으로 보면 고려아연·최 회장측이 유리한 것입니다.
세 부담은 주체별로 다릅니다.
고려아연만 놓고 봤을 때, MBK측에 청약하면 양도소득세를, 고려아연(최 회장측)에 청약하면 배당소득세를 납부하게 됩니다.
개인은 대체적으로 배당소득세(15.4%)가 양도소득세(22%)보다 낮기 때문에 고려아연에 응하는게 가격이나 세금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다만 개인의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근로소득·사업소득과 합쳐져서 누진세율(최대 45%)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럴 경운 MBK에 청약하는게 유리합니다.
국내 법인은 법인세를 내기 때문에 양측 어디를 청약해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문제는 외국인(주로 해외 기관투자자)입니다.
외국인 보유비율이 18% (유통주식 물량 중 상당수)에 달할 정도로 많기 때문입니다. 해외 법인은 대체적으로 양도소득세(0% 추정)가 배당소득세(10~22%)보다 더 유리한 편이어서 MBK에 응하는게 더 유리합니다.
6일 기준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MBK·영풍 연합은 최대 2조5000여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주식 최대 14.6%를, 고려아연(최 회장측)·베인캐피탈은 최대 3조6000여억원을 들여 20% 주식을 매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기존 대주주였던 영풍과 최 회장측 간의 갈등으로 인해 빚어졌습니다. 최 회장은 베인캐피탈, 영풍은 MBK과 손을 잡고 경영권 지분 확보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존 재벌(영풍 장씨 일가 vs 고려아연 최씨 일가) 간의 경쟁 구도에, MBK·베인캐피탈 등 명성있는 사모펀드가 가세해서 고려아연 경영권 지분을 두고 ‘한판 싸움’에 들어간 것입니다.
이번 베팅의 결과가 어떻게 될진 모릅니다. 다만 누가 경영권을 쥐더라도 고려아연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얼마간의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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