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엘프는 ‘나쁜놈’이어야만 하는가?” 프라시아 전기, 초반 스토리 길라잡이

지난 3월 30일 런칭한 넥슨의 모바일 MMORPG 기대작 ‘프라시아 전기’. 시중에 넘치는 ‘리니지-라이크’ 류의 MMORPG에서 다소 탈피,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시도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죠. 그 느낌을 초반 튜토리얼에 해당하는 30레벨까지의 스토리 진행 + 게임 시스템 및 콘텐츠 알아나가기를 통해 얼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상의 세계 리네아 대륙. ‘프라시아 왕국’ 아래에서 평화와 번영을 누리던 인간들이 엘프들의 침략과 압제에 맞서 기나긴 세월 동안 싸움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왜 인간과 엘프는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이 되었는가, 각 플레이어가 될 주인공은 어떻게 이 싸움에 휘말려 들어가는가 등을 보여주는 초반 스토리는 나름 꼼꼼하게 구성된 세계관에서 멋지게 구현된 연출들로 잘 표현됐습니다.

연출도 다양하고 전개도 자연스러우며 풀 더빙인 것도 즐거운 경험입니다

‘프라시아 전기’의 본 게임 플레이는 플레이어가 레벨 30을 찍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인간과 엘프의 대전쟁은 여전히 종결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압도적인 엘프의 힘과 군세를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죠. 도입부 전개를 통해 플레이어가 비로소 그 시작을 알렸고, 그것은 지금까지 전설적인 존재로만 여겨졌던 게임 속 ‘초월적 스탠더’가 바로 플레이어였음이 증명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죠.

‘프라시아 전기’는 이제 초월 스탠더인 플레이어가 속속 전장으로 뛰어들면서 인간들이 서서히 엘프의 군세에 맞설 만한 상태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쓰이게 되는 셈입니다.

플레이어가 ‘프라시아 전기’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 당위성을 훌륭한 연출로 잘 보여줬다고 생각되는 초반 스토리 진행을 기본으로, 공식 홈페이지 및 게임 속에 파편화되어 있어 이해가 다소 어려웠던 세계관을 정리하고, 설정 관련 흥미로운 TMI를 섞어 초 간결하게 살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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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엘프가 철천지원수가 되기까지

흔히 사람들로부터 ‘파도세계’라고 불리는 리네아 대륙의 역사가 문자로 쓰여 후세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대략 2,000년 전 이야기부터입니다. 인간의 육신을 포함,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에테르 사이에는 ‘얽힘’이라는 미세한 연결 에너지가 존재하며 이 얽힘을 오래전부터 연구한 연구자들에 의해 인간세상은 풍요로운 삶을 살아나가고 있었습니다. ‘프라시아 왕국’ 아래에서 말이죠.

밝고 활기찬 인간들의 영역

그 오랜 평화는 ‘나무세계’라는 다른 곳에서 온 엘프의 존재에 의해 처참하게 깨어졌습니다.

엘프들은 자신들이 살던 나무세계에 발생하게 된 ‘심연’이라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에너지 공간 때문에 살 터전을 서서히 잃게 되었고, 자신들의 생존을 담보할 새로운 터전을 찾는 과정에서 파도세계를 인식, 그리로 넘어오게 된 것이죠.

본래 파도세계란 엘프들이 지칭한 것. 인간들의 세상은 얽힘의 에너지가 나무세계에 비해 흡사 파도처럼 넘치는 곳이었고 얽힘 또한 엘프들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것이었으므로, 엘프들의 새로운 거주지로 점찍었던 모양입니다.

파도세계에서 번영하던 인간들과 공존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세계로 넘어온 엘프들이 이곳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본질의 일부를 ‘아퀴’라는 파편으로 떨궈야만 가능했던 모양으로 그 때문에 엘프들은 본디 수백 년을 살 수 있던 생명이 크게 단축되는 희생도 치러야만 했습니다.

엘프는 본래 인간보다 능력적으로 월등한 존재였고, 얽힘의 비밀에 대한 연구도 빠르게 진행해 인간보다 얽힘의 힘을 이용하는 부분에서도 그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자신들의 단축된 생명을 연장하는 방법도 인간과 공존하는 게 아닌 인간의 얽힘 에너지를 흡수해 보강하는 식으로 말이죠.

엘프는 인간을 절멸시키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했고 본래의 터전을 잃게 된 인간들은 저항할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해서 인간과 엘프가 각각의 운명을 건 전쟁이 시작됐고, 후세인들은 이를 ‘파도전쟁’이라 부릅니다.

파도전쟁

엘프의 압도적인 군세와 능력에 인간들은 결사 항전했지만 인간들의 힘은 역부족이었습니다. 전쟁의 끝에서 프라시아 왕국의 왕은 결국 엘프들에게 항복, 왕국은 멸망하고 파도세계의 인간은 엘프의 노예로 전락하면서 그 수도 서서히 줄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거의 1,000년의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어느 날, 영문을 모를 이유로 아주 오랜 과거 엘프들의 세계에 존재했던 심연이 파도세계에 나타나게 되었고 엘프들은 아주 과거에 자신들을 이쪽 파도세계로 이주하게 만든 원인이 다시금 출현한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죠.

그때 그 두려움이 극에 달한 고위급 엘프 몇몇이 또다시 이주를 추진하게 되면서 파도세계의 옛 주인이었던 인간들에게 실낱 같은 희망이 생기게 됩니다. 다름아닌, 엘프의 새 터전 이전을 위한 대규모 얽힘마법의 실패로 ‘가을 대홍수’라고 불리는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얽힘의 힘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부작용인지 심연의 출현은 점점 더 빈도가 잦아졌고, 그에 따라 엘프가 우위를 점하고 있던 얽힘의 힘에 대한 주도권이 서서히 인간들의 손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죠.

심연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엘프에게는 독이 되었지만 반대로 인간에겐 약이 되었습니다. 심연의 힘과 본래 있던 얽힘의 힘을 흡수해 시너지(?)를 일으킨 새로운 힘을 가진 자들, ‘스탠더’가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각기 ‘스탠스’라는 자신들만의 공격 및 방어 기법으로 강력한 전사로 대두된 스탠더들-환영검사, 집행관, 향사수, 주문각인사-의 든든한 조력을 얻은 인간은 ‘론도 연합’을 결성하고 가을 대홍수가 발생해 잠시 엘프들의 세력이 공백이 된 론도 성채-이곳이 가장 강력한 얽힘의 힘이 존재했던 곳이었으므로 엘프 이주를 위한 얽힘마법도 이곳에서 실행되었다-를 기점으로 강력한 저항을 이어나갔으며 그 저항은 무려 3년이나 이어졌습니다.

AN1630년, 운명의 날. 스탠더들이 큰 도움은 되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전력의 우위를 가지고 있던 엘프들의 총공세가 펼쳐졌습니다. 연합 누군가의 배반으로 론도 성채 진입로인 사자문을 누군가 열어버린 것이지요. 그렇게 3년 간 이어졌던 인간들의 저항은 엘프 군세 앞에 분쇄되고… 그 후 10년 동안, 지난 천여 년 동안 이어졌던 엘프의 압제보다 더욱 가혹한 암흑기가 시작되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3년 전쟁’의 끝 ‘사자문 전투’에 대한 간략한 기록입니다.

사자문 전투

세계관 TMI – 왜 엘프는 ‘나쁜놈’이어야만 하는가?

미디어 속의 흔한 엘프 이미지란, 아름다운 외모에 수백 년의 나이에도 늙지 않고 유지하는 젊음, 자연에 대한 사랑, 인간에게는 원초적인 혐오감을 가진 듯하며 까칠한 성격과 같은 것들이 떠오릅니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로 온화함을 갖춘 엘프들이 대부분이죠.

로도스도 전기의 디드리트
반지의 제왕의 갈라드리엘 등의 예에서 볼 때 ‘미모의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물론, 엘프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지므로 개중에는 악한 본성을 가진 엘프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기 ‘프라시아 전기’에 묘사되는 것처럼 인간에 대한 적대감이 하늘을 찌르는 한결 같은 ‘악한’ 엘프의 이미지는 얼핏 신선하기도 하죠.

유럽 문화권을 뿌리로 하는 엘프이므로 각 나라별로 엘프에 대한 전승이나 묘사 등이 존재하는데요, 이렇게 ‘나쁜놈’ 이미지의 엘프는 그 중에서도 독일 쪽 전승이 안 좋은 내용들이 등장합니다. 엘프는 언어권에 따라 다르게 불리곤 하며(독일에선 ‘Alp’) 독일어로 ‘Alpdruck’은 잠자는 사람의 머리 위에 올라앉아 짖누르고 있어서 악몽을 부른다는 의미라고 하죠. 악몽을 넘어서 전염병 등을 옮기는 요정이라는 이미지가 바로 엘프입니다.

추가로, 괴테의 유명한 시(노래로도 잘 알려져 있죠) ‘마왕’은 번역된 단어는 그렇지만 원래 독일어로는 ‘Der Erlkönig’이라고 하는데 이게 바로 ‘엘프의 왕’이란 뜻입니다.

괴테의 ‘마왕’ 삽화
악몽을 불러오는 알프의 이미지

이런 나쁜 이미지로 완전 도배를 한 ‘프라시아 전기’의 엘프를, 튜토리얼 속에서 ‘귀쟁이’라는 멸칭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이 명칭 역시 이 게임의 오리지널은 아니고 다른 곳에서 많이 쓰는 표현인데, 게임에선 특히 ‘워해머 40k’ 시리즈가 대표적이죠.

워해머 40k의 ‘귀쟁이들’
‘프라시아 전기’의 엘프, 어떠신가요?
10년의 와신상담 끝에 ‘초월 스탠더’를 초월한 주인공의 탄생

전례가 없는 가혹함으로 10년 동안 인간들을 무참히 짓밟아 온 엘프들. 그것은 삼년전쟁의 경험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더욱 심해진 심연의 출현으로 점차 불안해지는 자신들의 입지 때문이었을 거라 볼 수 있습니다. 얽힘의 힘을 지배하던 엘프들의 힘은 확실히 이전보다는 급격히 약해지고 있었죠.

심연의 구렁텅이에서 힘겹게 땅 위로 올라온 플레이어는,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습니다. 올라오자마자 죽을 위기에 처한 플레이어를 구한 이는 바로 ‘카시미르 연합’ 파벌의 막내요원 ‘레자크’.

이 ‘레자크’라는 처자도 큰 비밀을 소유하고 있답니다

리네아 대륙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유지한 집단인 ‘파벌’을 만들어 간신히 살고 있던 인간들 중 과거 론도 연합의 대표격인 이들이 결성한 파벌이 ‘카시미르 연합’이었고, 수많은 파벌들은 일부는 엘프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로, 다른 일부는 엘프에게 복종하거나 엘프에게 이로운 일을 하며 다른 인간들을 핍박하는 식으로 분열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심연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다
저를… 아신다고요?

레자크와 함께 심연에서 벗어나 인간들, 카시미르 연합의 전초기지에 도착하면서 플레이어의 과거에 대한 ‘충격적인’ 편린을 하나 입수하게 됩니다. 바로, 그(또는 그녀)는 10년 전 인간의 실낱같던 희망이 산산히 부서졌던 ‘사자문 전투’에서 인간을 배신한 장본인이라는 것을 말이죠.

내… 내가 인류의 배신자라니?!?!

세계관 TMI – ‘또억상실’과 ‘힘을 숨긴…’ 주인공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 드라마, 게임들에 주인공들이 초반에, 또는 갑작스럽게 겪게 되는 ‘기억상실증’이 ‘프라시아 전기’의 주인공인 플레이어의 설정에도 들어가서 많은 게이머들이 ‘또억상실’이냐며 잠시 헛웃음을 켜기도 했죠.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작’에서 기억상실 주인공의 사례는 많고도 많습니다. 하나 예를 들어보죠. 바로 니혼팔콤의 오랜 인기 시리즈 ‘YS’의 여러 주인공 중 대표격인 ‘아돌 크리스틴’의 ‘이스: 셀세타의 수해’에서의 설정 이야기입니다. ‘평생 수없이 많은 모험을 거듭하며 그것을 기록한 모험담을 모았더니 무려 책 백 권이 넘었다더라…’는 설정의 ‘모험가 아돌’이 과거의 자신의 행적을 모두 잃고 다시금 새로운 모험에 나서며 잃었던 기억을 하나 하나 되찾는다는 설정이 큰 재미를 준 바 있죠.

다른 명칭으론 ‘빨간머리의 난동꾼’ 아돌 크리스틴 씨

여기에 더해, 원래 대단한 주인공이었는데 잃어버렸던 자신의 능력을 게임이 거듭되며 되찾아가고, 종국에는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건을 해결하고 또다시 새로운 모험담을 역사에 남긴다 라는 설정은 요즘 많은 웹소설과 웹툰에서 유행하는 ‘힘을 숨긴’ 주인공으로 연결됩니다. 기억을 찾아가면서 주인공의 (자의는 아니지만) 숨겨왔던 힘을 순차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RPG에서 캐릭터의 능력치가 플레이에 비례해 상승하는 것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플레이어와 주인공에게 일체감을 더해주죠.

요즘 많이 보시는 것들 아닙니까?

‘프라시아 전기’의 주인공 역시 이와 흡사한 과정을 거쳐갑니다. ‘기억상실’과 ‘힘을 숨긴’이라는 설정 장치는 둘 사이가 교묘하게 얽혀 돌아가는데요. 초반에 과거 사자문 전투에서 인류를 패하게 한 장본인이라는 누명을 벗으며 명예회복을 하는 동시에, 엘프 세력의 중심에 회심의 일격을 가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이자 전설을 초월한 ‘초월 스탠더’라는 잠재력을 지닌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뿔뿔이 파벌로 흩어져 저마다 ‘각자도생’하기에 바빴던 인간들이 다시 한번 규합하게 되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죠.

모든 스토리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마련 아닌지요

얽힘과 심연의 힘을 받아들여 잠재력을 폭발시킨 스탠더, 그들을 넘어 두 가지 ‘스탠스’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던 ‘초월 스탠더’들이 3년전쟁을 이끌었다면, 이제 또 한 단계 각성해 무려 세 개의 스탠스를 변경해가며 전장을 누비게 되는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플레이어)이 다시 ‘프라시아 연합’을 결성해 엘프들에게 다시금 도전한다는 것입니다.

전투와 각종 스킬 및 시스템, 인터페이스 등을 배우는… 힘을 숨긴 주인공
자동사냥에만 의존할 수 없는 ‘장판’도 자주 등장하죠

이렇게, ‘프라시아 전기’는 초반 30레벨까지 진행하는 동안의 튜토리얼을 통해서 플레이어들에게 대규모 진영전으로 구현하는 MMORPG라는 취지에 맞는 게임 플레이의 정당성을 부여하는데 초반 단추는 잘 끼웠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프라시아 전기의 진짜 ‘전쟁 기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프라시아 전기’의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지금까지 겪은 초반 스토리 이후 막 시작된 여전히 강대한 엘프 세력과의 세력전 및 거점전 등 다양한 대규모 진영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으며, 주인공과 함께 초반 스토리에서 프라시아 동맹 재결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던 주요 파벌의 인물들이 연계된 추가 에피소드 스토리도 차근차근 맛볼 수 있죠.

캐릭터의 기본 직업은 적지만 한 직업마다 세 가지 스탠스를 바꾸어 가며 조금씩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즐길 수 있고, 캐릭터 간의 역할분담도 어느 정도 확연하게 구분 지어 놓은 것도 눈에 띕니다. 중요 몬스터 및 보스들의 다양한 공격을 자동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수동 플레이로 다소의 변화를 꾀하는 등의 노력도 있고요.

모바일 MMORPG의 기본 콘텐츠들은 다 있다고 봐야겠죠?
튜토리얼 이후 스토리도 기대되는군요

‘프라시아 전기’ 런칭 후 이제 일주일. 초반 스타트는 무난하게 끊었으니 이제 앞으로의 업데이트 및 운영방향에 따라 롱런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넥슨의 새로운 시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살펴보기 위해 직접 리네아 대륙으로 뛰어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