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남해 매미성

경남 거제시 장목면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이국적인 돌 성곽 하나가 우뚝 솟아 있습니다. 마치 중세 유럽의 어느 왕국에서 떼어온 듯한 이 건축물의 이름은 바로 매미성인데요. 아름다운 외관 덕분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 이 성은, 사실 관광 목적으로 전문 건축가가 설계한 것이 아닙니다.
2003년, 거제를 비롯한 남해안 지역을 초토화시킨 강력한 태풍 매미의 이름이 붙여진 배경에는 한 개인의 간절한 소망과 20년이 넘는 세월의 고된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태풍 매미는 이곳 복항마을에 살던 농부 백순삼 씨의 밭을 휩쓸고 갔고, 다시는 농작물을 잃지 않겠다는 그의 굳은 의지가 이 성곽 건축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흔히 관광지 개발은 지자체나 기업의 거대한 자본으로 이루어지지만, 매미성은 오직 한 사람의 맨손과 땀으로 지어져 이 시대의 기적 같은 건축물로 불립니다.
설계도 없는 건축

매미성의 건축은 그야말로 무계획의 위대한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백순삼 씨는 특별한 건축 지식이나 설계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태풍 피해를 막겠다는 일념 하나로, 네모반듯하게 다듬은 돌들을 주워 쌓아 올리기 시작했죠. 그의 건축 방식은 독특합니다.
바위와 돌을 하나하나 깎고 다듬어 직육면체 형태로 만든 뒤, 시멘트와 황토를 섞은 재료로 견고하게 메워나갔습니다. 그러나 이 건축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고 과학적입니다. 성곽의 형태는 단순히 방파벽이 아니라, 태풍의 강한 파도를 분산시키고 바람의 힘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유럽식 성채의 구조를 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성벽 중간중간에 보이는 아치형 창문과 포루는 성곽의 무게를 분산하고 내부 통로와 계단 역할을 하며, 견고한 지지대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러한 수작업과 축적된 노력 덕분에 성벽의 높이는 17m에 이르렀고, 태풍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강력한 방어 시설로 완성되었습니다.
포토존 성지

매미성은 그 건축 배경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넘어, 현재는 거제를 대표하는 인생 사진 명소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거제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웅장한 돌 성곽은 방문객들에게 이국적인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특히 성벽의 다양한 구조물들이 훌륭한 포토존이 됩니다. 성벽 곳곳에 뚫린 아치형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거가대교, 성의 최상층인 성루 전망대, 그리고 성벽 아래에는 고운 자갈이 깔린 몽돌 해변이 펼쳐져 있습니다.
여기서는 파도가 칠 때마다 쏴 하는 독특한 몽돌 소리가 청량한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이처럼 매미성은 성루를 거닐며 바다를 조망하고 몽돌 소리를 곁들여낸 거제의 명소입니다.
소망을 되새기는 거제의 상징

매미성은 태풍이라는 자연재해 앞에 무너진 한 농부의 좌절에서 시작되었지만, 좌절을 희망으로 바꾸어낸 인간 의지의 승리를 상징합니다. 한 사람의 땀과 열정이 빚어낸 이 건축물은 이제 거제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대규모 자본이나 첨단 기술 없이, 오직 돌과 시멘트, 그리고 순수한 염원으로 쌓아 올려진 매미성은 그 어떤 거창한 현대 건축물보다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거제 여행을 계획한다면, 이 아름다운 바다 옆에서 20년 넘게 이어져 온 한 남자의 땀과 열정을 되새겨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본문 사진 출처: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장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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