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공정 제강사 배려해 참았지만"...현대제철, 결국 열연강판도 '반덤핑 제소'

후판에 이어...경영 악화로 고심 끝 제소
"韓 제품보다 30% 저가로 공세"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현대제철이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을 대상으로 정부에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현대제철은 19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 대상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본사 인천공장. / 현대제철

지난해 7월 현대제철이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신청해 무역위가 조사를 시작한지 5개월 만에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반덤핑 제소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열연강판은 그 자체로도 사용되지만, 후공정을 통해 자동차용 강판, 강관재, 건축자재 등으로 만들어져 산업 전반에서 사용된다.

때문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열연강판을 가공해 제품을 생산하는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 등 국내 후공정 제강업체들을 고려해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후공정 제강사들 입장에서는 수입 열연강판에 대한 관세 부과가 원재료 가격 인상 요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더 이상 이를 감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대제철은 한국산보다 30%쯤 저렴한 중국·일본산 저가 열연강판이 밀려 오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한 상황이다.

현대제철의 3분기 실적 공시에 따르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각각 10%, 77% 감소했다.

철강업계는 올해 들어 중국의 철강업체들이 자국 건설 경기 침체로 소화되지 못한 철강재를 저렴한 가격에 한국으로 밀어내고, 엔저를 등에 업고 가격을 낮춘 일본산 제품이 속속 수입되면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열연강판 수입량은 약 343만t으로, 이 가운데 중국산과 일본산이 각각 153만t, 177만t으로 전체 수입량의 96.2%를 차지한다.

한편, 무역위는 이날 반덤핑 조사 신청이 접수됨에 따라 신청인 자격과 덤핑 관련 증거에 대한 검토를 거쳐 2개월 안에 조사 개시 결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