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 누가 가져갈까? [CFO 리포트]

허정수 전 KB금융지주 CFO

인수합병(M&A, Merger & Acquisition) 시장에서 경쟁이 과열되면 경쟁자를 따돌리고 최종 낙점을 받기 위해서 당초 추정한 실질가치를 벗어나 인수프리미엄이 과도하게 지불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미국증권거래소 상장기업 중 1995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24년간 거래된 거래금액 1억달러 이상 1267건의 M&A 사례 분석 결과 평균적으로 지불된 인수프리미엄은 약 30% 수준으로 나타났다. (시너지 솔루션, 마크 서로워 & 제프리 웨이런스). 조금 비싸게 주고 사더라도 인수 후 통합과정(PMI, Post Merger Integration)을 신속하게 잘 마무리하고 시너지 가치를 만들어내면 성공한다는 주장은 M&A를 주선하는 거간꾼들이 흔히 펴는 논리이다.

그러나 인수프리미엄을 과도하게 지불하여 지나치게 비싸게 사면 PMI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도 기대하는 재무적 목표에 도달하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난다.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에 드는 시간절약을 위해 추진한 M&A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고 투자자본 회수도 늦어지는 등 인수전략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금년 들어 KDB생명, ABL생명, MG손해보험, 동양생명 등 국내 보험사 M&A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수의 거래들이 연이어 성사되지 못하는 것도 결국 기업의 실질가치를 반영한 인수가격 합의에 실패한 요인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2019년 인수했던 롯데손해보험이 최근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JKL은 인수 당시 1차로 7182만주를 3734억원(주당 5199원)에 매입한 후, 2차로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3562억원(주당 2130원)를 지불하고 1억 6725만주를 추가로 확보했었다. 전체 지분 77.04%를 7296억원(주당 평균 약 3052원)에 인수한 것이다.

JKL파트너스 인수 이후 롯데손보는 장기보장성 중심으로 보험부채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해 보험손익은 비교적 안정화된 것으로 보인다. 2022년말 기준 장기보장성 비중이 83.6%로 2019년 대비 28.5%포인트 증가한 반면, 자동차보험은 같은 기간 16.5%에서 6.3%로 크게 축소되었다. 그러나 손익 변동성은 점차 개선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불안정한 모습이다. 투자 등 다른 리스크 요인이 많다는 뜻이다. 실제 롯데손해보험 운용자산 중에서 중후순위 비중이 높은 항공기, 부동산 등 부담스러운 대체투자와 옵션(Option)부 파생결합사채(DLB, Derivative-Linked Bond) 투자 등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옵션부 DLB의 경우 기존 ‘국제회계기준39’(IAS39, 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에서는 기타포괄손익(OCI, Other Comprehensive Income)으로 분류되었지만 변경된 ‘국제재무보고기준9’(IFRS9,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에서는 모두 당기손익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자산으로 분류해야 한다. 금리와 환율 등 시장변수가 당기손익 변동성을 확대시키게 되는 것이다. 2023년 6월말 기준으로 파생관련 거래 및 평가손실이 -916억원으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

또한, 2023년 3분기 기준 2조 4789억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비즈니스도 리스크관리에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롯데그룹 관련이 8000억원이상으로 편중되어 있고 비즈니스 특성상 매년 연도말 보유채권을 담보로 환매조건부채권(RP, Repurchase Agreements) 발행 등 주기적으로 유동성관리에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손익 안정화를 위한 보장성중심의 포트폴리오 개선과정에서 지출한 사업비 증가는 장래 손익에 부담이 될 수 있으며 보장성 확대를 위한 UW 정책이 손해율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사모펀드가 돈 버는 방법은 저평가된 회사를 싸게 사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비용과 리스크 관리를 잘해서 단기에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것이다. 그런데 최악의 비즈니스 환경인 생명보험업 보다 나쁘지는 않겠지만 금융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2024년으로 다가온 JKL파트너스의 롯데손보 출구전략이 결코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인수자 측이 제시할 인수 프리미엄과 M&A 전략 추진의 절박성에 달려있을 것이다.

2023년 12월 현재 롯데손해보험의 주가는 2310원(시가총액 7169억원), PBR 0.53배로 JKL파트너스의 당초 평균인수가격(3052원) 보다 25% 낮은 수준이다. 시가기준으로 JKL 보유지분(77.04%) 가치는 당초 인수가액 7296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약 5520억원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국내 손해보험사 PBR이 삼성화재 0.92배, DB손보 0.9배, 현대해상 0.41배, 한화손해보험 0.18배, 흥국화재 0.14배 등 모두 장부가 이하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생명보험사 보다 경영여건이 상대적으로 낫다고는 하지만 주식 투자자들이 자본투자 적정수익율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시가기준으로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반영해도 롯데손해보험 기업가치는 9320억원 정도이다. 시가기준으로 30% 이상의 인수 프리미엄을 받아야 JKL의 당초 투자금액 7296억원을 겨우 회수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내재가치는 조정순자산가치와 장래이익의 현가의 합으로 산출되는데, 조정순자산가치(ANW, Adjusted Net Worth)는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평가한 숫자를 바탕으로 가감요인을 반영하여 산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입 초기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IFRS17 재무정보의 신뢰성 확보에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만기보유증권 등 보유자산의 공정가치를 외부에서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자산부채를 모두 시가평가한 숫자를 바탕으로 산출되는 K-ICS 공시정보를 통해 회사의 장래의 이익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을 포함한 조정순자산가치를 대략 추정해 볼 수 있다. 2023년 6월말 K-ICS 기준으로 롯데손해보험 지급여력 금액 2조 6580억원에서 부채성 자본항목(후순위채, 신종증권)과 미반영된 리스크(시장, 신용)량을 반영하여 산출한 조정순자산가치는 약 1조 1400억 수준으로 추산된다.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반영해도 1조 5천억원을 넘지 않는다.

롯데손해보험 인수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은 적어도 1조 1000억 정도의 내재가치를 기준으로 최하 시장가격과 최대 지불의향 인수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 범위내에서 의사결정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내재가치 기준으로 인수 프리미엄 30% 수준에서 거래가 성사되면 JKL파트너스는 투자 5년만에 거의 2배 가까운 수익을 챙겨가는 것이다. 물론 인수자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얼마로 처 줄지에 달려 있다.

마크 서로워 & 제프리 웨이런스의 조사에 따르면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M&A는 평균적으로 인수기업 주주들은 손해를 보고 피인수기업 주주들은 거래 발표 1주일 전부터 거래 후 1주일 사이에 동종업종 대비 평균 20% 수익을 더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균적인 경영권 인수프리미엄 30% 보다는 낮지만 인수기업 주주들 가치가 피인수기업 주주들에게 그만큼 이전되는 것이다.

선불로 인수프리미엄을 지불하면서까지 성취하고 싶은 비즈니스 목표가 있기 때문에 기업을 인수한다. 인수합병을 통해 현재 보다 추가적인 시너지가치를 더 만들어낼 수 있다는 판단으로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것이다. 비용을 줄이고 경영효율을 높이든 돈 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연결하든 인수하기 이전보다 지불한 인수프리미엄 이상으로 초과 성과를 창출해야 성공적인 M&A로 평가받을 수 있다. 롯데손해보험의 성공적인 M&A를 이끌어갈 주인공이 기대된다. 아울러 보험업 M&A 시장에 대기 중인 기업들이 조기에 인수 적임자를 만나 더욱 좋은 회사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