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살인까지 저지른 여자

▲ 영화 <러브 라이즈 블리딩> ⓒ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영화 알려줌] <러브 라이즈 블리딩> (Love Lies Bleeding, 2024)

1989년, 체육관의 매니저로 무료함 속에 살아가는 '루'(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폭력적인 남편 'JJ'(데이브 프랭코)와 사는 언니 '베스'(지나 말론)를 돌보며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어느 날 체육관으로 찾아온 '잭키'(케이티 오브라이언)를 만난다.

남들보다 압도적인 피지컬로 놀림받고 괴물 취급받는 고향을 떠나 보디빌더 대회 우승이라는 꿈을 안던 '잭키'는 대회 이전까지 머물며 일할 곳을 찾기 위해 도착한 마을의 체육관에서 '루'를 본 후 사랑에 빠진다.

아빠에게서 도망쳐 언니를 돌보며 홀로 억눌렸던 삶을 살아가던 '루' 역시 자유롭고 순수한 에너지를 지닌 '잭키'에게 순식간에 반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루'는 '잭키'의 보디빌더 대회 출전과 우승의 꿈을 함께 키워가지만, 끔찍한 과거에 다시 휘말리게 된다.

자신에게 일자리를 소개해 준 'JJ'가 '베스'에게 폭력을 행하며 '루'를 고통스럽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잭키'가 참아왔던 분노를 폭발하며 살인을 저지른 것.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2019년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압도적인 심리적 공포와 종교적 신념과 광기를 다룬 장편 데뷔작 <세인트 모드>로 영화계에 파란을 일으킨 로즈 글래스 감독의 신작이다.

공포 영화였던 전작과 달리, 짜릿함과 아픔,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사랑의 회색 지대를 조명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 더욱 과감하게 도전을 택한 작품이다.

로즈 글래스 감독은 "<세인트 모드> 다음 작품으로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해 보고 싶었다. 이전에 해본 적 없는 장르를 시도한다든지. 멜로드라마 같고, 폭력적이고, 폭탄 같으면서도 정말 재밌는 이야기를 원했다"라고 탄생 배경을 전했다.

강인한 여성이 주변 사람들에 의해 강인함을 조종당하는 이야기에서 출발한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영화 공식을 뒤집고 캐릭터의 전형성을 비트는 로즈 글래스의 반항적인 시선이 그대로 담겨있다.

작품을 보면서 생각이 났던 작품은 두 여성의 저항을 담으며 <러브 라이즈 블리딩>의 작중 시점인 1989년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델마와 루이스>(1991년), 두 여성의 사랑과 탈출을 그린 <아가씨>(2016년), 그리고 보디빌더 캐릭터의 변신을 보는 것에서 '헐크' 캐릭터가 떠올랐다.

물론, 후반부 갑작스러운 '탈출 서사' 장면에서 머리를 갸우뚱할 관객도 충분히 있겠지만. 이에 대해 로즈 글래스 감독은 "사랑이 우리 안의 어두운 면을 끌어내듯, '루'가 '잭키'를 그렇게 변화시켰을 수도 있다"라고 소개했다.

한편,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른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주연 '루'를 연기한 작품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상업 영화뿐만 아니라 독립 작품들을 통해서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며 다양하고 도전적인 행보를 활발하게 이어왔다.

특히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2014년)로 전 세계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데 이어, <스펜서>(2021년)의 '다이애나비' 역할을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미네이트되며 대중성과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두 캐릭터는 이제껏 영화에서 본 적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던 힘이 고요히 정체되어 있던 돌멩이를 만나더니 산산조각이 나는 건 처음 봤다. 여성이 이기는 방식을 전면적으로 거스르는 이런 기회는 흔히 찾아오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케이티 오브라이언도 무술가 출신으로 실제 보디빌딩 대회 출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보디빌더 '잭키'를 신체적, 감정적으로 탁월하게 연기하며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탄생한다.

여기에 지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을 통해 내한한 '데이지' 역의 안나 바리시니코프도 흥미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데이지'는 '루'를 쫓아다니며 부담스럽게 애정을 표현하는 인물로, '루'는 마음이 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데이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끊임없이 전한다.

갑자기 '루'의 곁에 나타나 연인이 되어버린 '잭키'를 질투하던 중 실종이 된 'JJ'의 사건과 연관이 있어 보이자, 이를 이용해 '루'에게 접근해 보려 하는 끈질긴 모습을 보여준다.

안나 바리시니코프는 "로즈 글래스 감독이 감정에 기반한 독창적이고 인상적인 묘사를 했다. 사랑이 얼마나 사람을 크게 만드는지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내한 기간 중 마지막 장면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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