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언론재단, 심사위원 우려에도 '보수단체 가짜뉴스 행사' 지원 확대
[2024 국정감사] 외부 위원 "가짜뉴스 캠페인, 재단 지원 적절한가" 지적
정부 입장 강조한 언론재단 심사위원 "현 정부도 가짜뉴스 대응 강조"
한국기자협회 기자상엔 "정부 비판 기사 많다"며 공동주최 부정적 인식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 자유언론국민연합·미디어연대·공정미디어연대 등 보수 성향 단체가 주최하는 가짜뉴스·언론 관련 세미나·행사에 수천만 원을 지원한 것과 관련해, 지난해 언론재단 심사위원회에서 이들 단체의 정파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지적에도 이들 단체에 대한 언론재단 지원은 확대됐다. 특히 언론재단 내부 심사위원은 “현 정부도 가짜뉴스 대응을 강조한다”며 이들 단체 사업을 옹호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언론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단체지원 사업 회의록을 미디어오늘이 분석한 결과, 언론재단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심사위원들의 우려에도 보수 성향 단체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언론재단의 보수 성향 단체 지원액은 지난해 3979만 원에서 올해 1억260만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미디어연대 지원액은 지난해 979만 원에서 올해 1600만 원으로 63.4% 늘었으며, 지난해 3000만 원을 지원받은 자유언론국민연합은 올해 4400만 원을 지원받게 됐다. 또 언론재단은 공정언론국민연대의 사업 조직인 공정미디어연대에 4260만 원 지원을 결정했다. 이 중 2180만 원은 공정미디어연대의 사업 철회로 회수 예정이다. 언론재단은 단체지원 사업을 통해 언론 관련 단체가 추진하는 공익적 사업을 지원한다.
언론재단 인사 “현 정부도 가짜뉴스 대응 강조”
지난해 6월 열린 단체지원(2차) 선정 회의에서 A심사위원은 “자유언론국민연합에서 신청한 가짜뉴스 근절 범국민 캠페인과 시상식의 경우 계획서를 보면 내용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 범국민 캠페인의 경우 재단에서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지 다른 위원들의 의견이 궁금하다”고 했다. B심사위원 역시 “가짜뉴스 관련 논의가 최근 정파적 단체에서 자의적으로 주장되는 경우가 있다”며 “신청 단체가 정파성을 띠지 않는지 검증해보고, 가짜뉴스 시상식도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안내해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언론재단 내부 인사인 C심사위원은 “캠페인과 시상식을 모두 지원하는 것은 예산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재단이 이런 행사를 지원함으로써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현 정부에서도 가짜뉴스 대응에 강조하는 터라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자유언론국민연합은 <가짜뉴스 근절 범국민 캠페인, “2023 가짜뉴스 시상식”> 명목으로 3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은 언론재단 지원을 바탕으로 지난해 8월과 12월 <가짜뉴스 시상식&기념토론회>를 개최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의혹보도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 관련 의혹 보도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 △TBS의 김정숙 여사 옷값 관련 보도 △장경태 의원의 김건희 여사 '빈곤 포르노' 비판 △KBS의 윤석열 대통령 일장기 경례 오보 등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보도나 주장만 '10대 가짜뉴스'에 올랐다.
또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유튜버 '한동훈삼촌tv', 유튜브 채널 '내시십분'을 운영하는 개그맨 출신 김영민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장, 5·18 북한군 개입설 보도 등을 한 스카이데일리가 공로패를 받았다.
미디어연대는 지난해 <수용자 제대로 인식하기> 토론회 개최 명목으로 979만 원을 지원받았는데, 토론회에서 정치적 발언이 이어졌다. 발제자인 김대호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공영방송 거버넌스는 민노총이라고 하는 언론노조가 지배하는 현실”이라고 했다.
언론재단 단체지원 사업에 대한 지적은 올해도 나왔다. 지난 3월 열린 단체지원(1차) 선정 회의에서 D위원은 “개별적인, 정치적인 사업들이 꽤 있었다. 이를 배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언론과 관련 없이 정치적인 것들이나 주요 정치권 인사를 모셔서 스피치하는 것들 등에 지원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외려 올해 보수 성향 단체에 집행된 지원액은 1억26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대폭 상승했다. 미디어연대는 총 1600만 원을 지원받아 두 차례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6월 토론회에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토론자로 나와 “현재 공영방송 구도에서는 게이트키핑과 데스킹 과정 모두 언론노조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주장했으며, 지난달 개최된 토론회에선 진행자가 “지금은 (간첩이) 500만 명 되는 것 같다”고 발언했다. 지난해 심사위원들의 지적을 받은 자유언론국민연합의 가짜뉴스 시상식 사업은 동일한 지원금을 받게 됐으며, <대한민국 선거와 가짜뉴스 백서 편찬> 사업(1400만 원)이 추가됐다.
공정미디어연대는 국민의힘·윤석열 대통령에 비판적인 보도 등을 불공정 보도로 규정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불공정 방송백서> 제작에 1400만 원, 오는 25일 개최 예정인 <허위·조작정보 왜 근절되지 않는가?> 토론회 개최에 680만 원을 지원받는다. 공정미디어연대는 2180만 원을 지원받기로 한 <한국 사회를 뒤흔든 가짜뉴스 20선 전시회> 사업 예산이 당초 요구액보다 44% 삭감됐다며 포기했다.
언론재단은 B심사위원이 신청 단체의 정파성을 검증하고, 가짜뉴스 시상식이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안내해줘야 한다고 권고한 것과 관련해 민형배 의원실에 “자유언론국민연합 담당자에게 유선상으로 안내했다”고 밝혔다. 언론재단은 '심사위원이 정파성 문제를 지적한 이유가 무엇인가. 심사지침에 관련 내용이 있는가'라는 민 의원실 질의에 “심사위원의 높은 관심의 표현으로 사료된다. 지원자격 및 사업 지원조건 등에 정파성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또 언론재단은 “심사위원회에서 지원대상을 선정하므로 재단이 (지원 대상을) 배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언론재단 심사위원 “한국기자협회 기자상? 정부 비판 기사 많다”
언론재단 내부 인사인 C심사위원은 자유언론국민연합의 가짜뉴스 행사에 관해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언론계의 대표적인 상인 한국기자협회 주관 이달의 기자상·한국기자상에는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C심사위원은 지난해 2차 회의에서 언론재단이 이달의 기자상·한국기자상 공동주최가 아닌 후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 아쉽다는 A심사위원의 지적에 “언론재단은 뒤에서 진흥하는 단체지, 앞에서 나서는 것은 조금 부담이 있다”면서 “기자상의 경우 수상작 중에는 정부 비판하는 기사인 경우가 많은데, 재단이 주최로 나서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부분”이라고 했다.
보수 성향 단체가 단체지원 사업에 선정된 반면 저널리즘클럽큐의 <Q저널리즘상> 운영, 바른지역언론연대의 <2024 풀뿌리 미디어가 희망이다> 세미나 사업은 탈락했다. 언론재단 단체지원 심사는 외부 심사위원 3인과 내부 심사위원 2인의 점수를 합산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최고점과 최저점은 제외된다.
민형배 의원은 미디어오늘에 “언론재단 단체지원 사업의 목적은 공익성인데, 실상은 윤석열 정권 입맛에 맞는 곳에만 지원을 늘리고 있는 것”이라며 “심사는 요식행위에 불과해보인다. 편협함을 탈피한 평가기준을 마련해 단체들이 합리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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