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원하던 금배추 내렸지만…"김장은 부담" 무·얼갈이 담았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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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수(배추 3포기)가 1만4000원이에요. 8만원 하던 금배추 시절보다는 내렸어요."
이날 서울 강남구 대형마트에서 배추 1포기는 5500원에 팔리고 있었다.
60대 여성 B씨도 "배춧값이 많이 내렸지만 1포기 3000원은 돼야 김장을 해볼 것"이라며 "절임 배추를 예약할까 하다가 가격 보고 하려고 아직 안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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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수(배추 3포기)가 1만4000원이에요. 8만원 하던 금배추 시절보다는 내렸어요."
28일 오전 10시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무·배추 경매장. 7톤 트럭에 속이 꽉 찬 배추 1800여포기가 쌓였다. 이날 밤 도매상에게 판매할 상급 배추다. 배추, 상추 등 엽채류 도매상 정모씨(33)는 "여름 '금배추' 시절보다 가격이 많이 내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30년째 배추 도매상을 하는 70대 여성은 시장 한편에서 다른 도매상 5명과 함께 산더미처럼 쌓인 배추를 칼로 다듬었다. 배추 크기에 따라 3개씩 묶어 망에 담았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배추는 솎아냈다. 이렇게 망에 넣은 배추는 트럭에 실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8일 기준 배추 3포기의 전국 중도매인 판매가격은 1만3660원을 기록했다. 평년 가격 9534원보다 약 43% 높은 가격이지만 지난달 평균가인 3만3037원보다 59%가량 저렴해졌다. 중도매인 판매가격은 도매시장 중도매인 상회가 소상공인에게 파는 가격을 말한다.
가락시장 도매상들은 이달 들어 배추 가격이 조금씩 내려갔다고 말했다. 무덥던 장마철에 작황이 부진했지만 선선해진 날씨에 상품성도 나아졌다.
엽채류 도매상 김모씨(62)는 "여름에 폭염으로 배추가 녹아서 다시 심느라 2~3번 재파종했다"며 "배춧속이 꽉 차지 않았는데 홍수 때문에 100일 재배해야 하는 배추를 80일만에 수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10월 초부터 매일 조금씩 가격이 떨어지면서 현재까지 많이 내렸다"고 했다.
가을이 오면서 배추를 사 올 수 있는 생산지도 늘어났다. 배추 도매상 조모씨(67)는 "강원도 배추만 나오다가 요즘은 경북 영양·청송, 충북 단양 등 중부지방에서 배추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날씨가 좀 더 쌀쌀해지면 전라도 지역 배추도 나오면서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김장철인 다음 달 중순부터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상인 정모씨(75)는 "지금이 제일 싼 때일 수도 있다"며 "가격이 내렸어도 올해 전반적으로 작황이 안 좋아서 김장철 배추 수요가 늘면 다시 오를 수도 있다"고 했다.
김장을 해야 하는 시민들은 여전히 배추 가격이 "부담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서울 강남구 대형마트에서 배추 1포기는 55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낮 12시쯤 만난 70대 주부 A씨는 "이 가격이면 김장 못 한다"며 "우리 집은 김장을 40㎏ 정도는 해야 하는데 3포기 8000원 정도로 내려야 김장을 할 수 있다"라고 했다. A씨는 배추 대신 얼갈이 2봉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60대 여성 B씨도 "배춧값이 많이 내렸지만 1포기 3000원은 돼야 김장을 해볼 것"이라며 "절임 배추를 예약할까 하다가 가격 보고 하려고 아직 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뭇값이 꽤 내렸다"며 "배춧값이 여기서 더 안 내려가면 깍두기를 담글 것"이라고 했다.
식당가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구 국숫집에서 일하는 C씨는 "대형마트에서 국산 배추를 사서 매일 아침 겉절이를 담그는데 8~9월 배추 비쌀 때도 같은 양을 손님들에게 내서 타격이 컸다"며 "식당에서는 1포기 2000원까지 내려와야 정상인데 요즘 물가에 그 정도는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부대찌개를 운영하는 D씨도 "배춧값이 비싸서 지난달부터 반찬으로 김치를 못 내놓고 달라는 손님한테만 내드렸다"며 "요즘 포기김치 10㎏가 5만원인데 3만원까지 내려야 손님에게 기본 찬으로 내놓을 수 있다"고 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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