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인데 싼 보험료와 잘 빠진 디자인으로 아빠들 가슴에 불 지른 국산차

포르테의 두 번째 가지치기 모델은 세단보다 더 큰 기대와 관심을 받았던 2도어 쿠페 '포르테 쿱'이었습니다. 2009년 공개된 실물은 뉴욕 모터쇼에서 선보인 컨셉트카 '쿱'에서 일부 비현실적인 요소만 다듬었을 뿐 거의 그대로 옮긴 것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고, 작지만 날렵하고 강인해 보이는 인상은 별다른 드레스업 없이도 근사했습니다.

직선 위주의 날카로운 헤드램프와 쐐기형 캐릭터 라인은 이 쿱에서 더욱 빛을 발했고, 공격적인 범퍼 디자인과 고성능 차에서나 볼법한 리어 디퓨저, 심지어 세단에도 없는 프레임리스 도어까지 살리면서 타겟 소비자들이 원하는 스포츠카 감성을 제대로 담아냈죠. 애초에 포르테의 디자인 큐를 제시했던 컨셉트카 자체가 이 쿱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드디어 제 옷을 입은 듯, 세단에서 어딘가 밋밋하게 느껴졌던 부분들을 말끔히 해소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실내는 지지력을 높인 시트, 크래쉬패드와 도어 트림 곳곳에 강렬한 레드 포인트를 더한 것 외에는 세단의 구성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디자인 자체가 스포티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었고 풍부한 편의장비 또한 차별 없이 공유해 상품성도 훌륭했습니다. 음악의 박자에 맞춰 깜빡이던 무드 스피커는 쿱만의 깨알 포인트였죠.

또 현대 티 뷰론이나 투스카니 등 패스트백 스타일의 쿠페들과 달리 승객석과 완전히 분리된 트렁크 공간, 비교적 온전한 뒷좌석을 갖추면서 친구들이랑 놀러 다닐 때 예전만큼 부담스럽진 않았죠. 물론 세단만큼 편하진 않았지만요.

파워트레인은 세단과 동일한 1.6L, 2.0L 가솔린 엔진으로 구성해 외관에 비하면 빈약하게 느껴졌지만 이후 GDi 파워트레인 도입과 함께 변속기를 업그레이드해 출력과 연비를 개선했습니다. 후기형 모델은 자동과 수동 변속기가 모두 6단으로 업그레이드된 데다 2.0L 모델에 한해 패들시프트까지 제공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죠. 특히 LED로 치장한 리어램프가 유난히 예뻤어요.

비록 가지치기 모델이었지만 기아차가 독자 개발한 첫 번째 2도어 쿠페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었고, 기대 이상 잘 만들어져 자동차 매니아들의 입문용 차량 중 하나로 오랜 기간 사랑받았죠. 선대 '쎄라토'에 이어 원메이크 레이싱 차량으로 제공되는 등 각종 모터스포츠 경기에서도 활약했습니다.

회사는 다르지만 사실상 2008년 단종된 현대 '투스카니'의 포지션을 이어받았는데요. 현대차에서도 투스카니의 후속격 모델 '벨로스터'를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독특한 스타일에 거부감을 느낀 일부 소비자들이 이 포르테 쿱을 선택하면서 단종 직전까지도 쏠쏠한 판매고를 이어갔습니다. 젊은 시절 아빠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데 이어 애니메이션 또봇에 출연해 아이들의 가슴에도 불을 지켰어요.

여담으로 고성능 차량, 쿠페나 컨버터블 등에 한해 높은 보험료가 책정되는 이른바 '스포츠카 할증'에서 제외되면서 일반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보험료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인기를 끈 요인 중에 하나였습니다.

이걸 지켜보던 현대는 신형 아반떼 MD의 2도 어 쿠페 모델을 준비하게 되는데, 기괴한 모델이 등장했고 성적은 다들 아시다시피 처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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