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첫날부터 ‘김건희 블랙홀’
野, 상임위 10곳서 모두 金의혹 제기… ‘대통령 관저 증축 의혹’ 증인 불출석
행안위, 野 단독으로 동행명령 의결… 與 “이재명 재판 신속 처리해야” 맞불
‘尹관저 공사 의혹’ 업체 찾아간 野… 與, 동행명령장 반발 퇴장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7일 여야 간 ‘증인 동행명령’을 둘러싼 충돌이 빚어졌다. 위쪽 사진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왼쪽)이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의혹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한 김태영·이승만 21그램 대표의 동행명령장을 집행하기 위해 서울 성동구 성수동 21그램 사무실을 찾아가 벨을 누르는 모습. 아래쪽 사진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21그램 대표들에 대한 동행명령장이 야당 단독으로 의결돼 발부되자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며 국감장을 떠나는 모습이다. 뉴스1·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국감에 불출석한 증인 21그램 김태영 이승만 대표에 대해 “이들 없이 국정감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동행명령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21그램은 김 여사의 전시기획 업체인 코바나컨텐츠를 후원하고 협력한 업체로, 용산 대통령 관저 증축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내 ‘특혜 수주’ 의혹을 받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단독 의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민주당 박정현 의원은 “혈세가 투입된 관저 공사를 김 여사가 지인에게 불법으로 몰아줬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김건희 국정농단’이다.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선 대통령 관저 이전 업무를 총괄한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최근 한국공항공사 사장 후보에 오른 점이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21그램은 무수한 불법을 저질렀다”며 “결과적으로 불법, 방임을 조장, 지시했던 사람이 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이원모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의 장인이 운영하는 자생한방병원에 대해 특혜 의혹도 제기했다.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이 특허를 갖고 있는 치료 약재가 올 3월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된 것은 대통령실 인사들이 연루된 특혜라는 주장이다. 강선우 의원은 “이 전 비서관 아내는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할 정도로 김건희 여사와 친하다”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집중 부각하며 법원행정처에 이 대표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해줄 것을 주문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공직선거법 270조에 선거범 재판 선고가 1심은 공소제기 후 6개월, 2·3심은 전심 선고 후 3개월이어서 1년 이내에 반드시 하도록 돼 있다”며 “이 대표는 799일 만에 선고된다. 방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정치적 쇼가 있었느냐”고 말했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조은희 의원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지역화폐 운용사 ‘코나아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게 이 대표가 그렇게 강조하던 지역화폐의 실체다. 이런데도 국민 세금으로 지역화폐 의무화법을 지원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행안위서 “관저공사 불법 특혜”… 법사위선 “공천개입 탄핵 사유”
[2024 국정감사]
野, 10개 상임위서 ‘김건희 의혹’ 제기
국토위, 관저 이전 비서관 보은 논란… 정무위, 김대남 사퇴 압력 의혹 제기
문체위 “KTV 황제관람 의혹” 공방… 이상민 “관저 공사 계약 문제 없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7일 오후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21그램 사무실 문을 여러 차례 두드린 뒤 아무 답이 없자 이같이 말했다.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후원 업체로, 대통령 관저 공사를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따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의원 등 민주당 11명과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행안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실 불법 증축 의혹 관련 증인으로 채택된 김태영 이승만 21그램 대표가 이날 오전 열린 행정안전부 등에 대한 첫 행안위 국감에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불출석하자 직접 동행명령장을 들고 찾아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 주도로 동행명령장이 발부된 데 반발하며 국감장을 퇴장했다.
● 野 “공천 개입-관저 의혹 탄핵 사유”
대법원 등을 대상으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에선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포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논란, 디올백 수수 의혹 등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쏟아졌다. 특히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에 대한 대가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백한 탄핵 사유”라고 직격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주가조작, 양평고속도로 사업 개입, 대통령실 리모델링 관여에 이어 이젠 하다 하다 공천에 개입하고 그 대가로 여론조사를 지불받는 엄청난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며 “탄핵 대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아직 수사가 이뤄지기 전이고, 엄밀한 증거 조사를 거쳐야 사법부에서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답했다.
행안위 국감장에서 야당 의원들의 관저 공사 불법 진행 의혹 관련 질타에 이상민 행전안전부 장관은 사과 대신 “꼼꼼하게 준공 검사를 못 한 건 사실이지만 업체 계약에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에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장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 관저 이전 업무를 총괄한 김오진 전 대통령관리비서관이 최근 한국공항공사 사장 후보에 오른 점을 지적하며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은 “(관저 공사는) 모든 과정에서 위법과 불법이 난무한 복마전이었다”고 했고, 같은 당 염태영 의원은 김 전 비서관의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비서관은 “김 여사에게 관저 증축 관련 보고한 적 있느냐” “21그램을 최종 선정한 사람이 김 여사 아니냐”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모두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박정현 의원은 “관련 의혹이 사실이면 ‘김건희 국정농단’으로, 탄핵 사유가 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했다.
정무위원회 국감에선 야당 의원들이 “한동훈을 치면 김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이날 SGI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직에서 사퇴한 경위를 두고 김 여사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김 전 행정관이 대통령실에서 익명의 압력을 받고 사퇴한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당 이강일 의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오버랩된다”고 했다.
● 문체위에선 ‘황제 관람’ 의혹 공방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장에선 김 여사의 ‘황제 관람’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오갔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KTV(한국정책방송원)는 지난해 8600만 원을 들여 부산 엑스포 유치 기원 국악 공연을 무관객으로 녹화했는데, 당시 김 여사와 대통령실 일부 인사가 관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황제 관람’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KTV가 공연 장소 사용 허가 신청서를 내면서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다는 사실을 명시했다. 이 신청서를 문체부가 허가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팩트는 KTV 행사에 김 여사가 중간에 참석해 출연자를 격려하고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에서도 김 여사 논란이 최소 한 차례 이상 언급되면서 여야 의원들 간 설전이 오갔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민주-의협 ‘정부 뺀 협의체’ 논의…李 “정부 개방적으로 나와야”
- 귀국 尹, 마중나온 韓과 대화없이 악수만…24일 만찬 ‘갈등 분수령’
- ‘의료계 블랙리스트’ 작성 32명 중 30명은 의사…2명 의대생
- 檢, ‘文 前사위 특채 의혹’ 관련 前 청와대 행정관 27일 소환
- 곽노현, 진보 교육감 단일화 경선 탈락…강신만-정근식-홍제남 압축
- 이재명 사법리스크 재점화에…민주당 “법 왜곡죄 상정”
- “거짓말처럼” 하루만에 8.3도 뚝↓…불쑥 찾아온 가을
- 故장기표, 김문수에 “너부터 특권 내려놓으면 안되겠나”
- “연금개혁안 도입되면 75·85·95년생 150만원 더 낼 수도”
- “천석꾼 가세 기울었어도, 독립운동 아버지 원망은 이제 안 해요”[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