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억 수익 창출 당했다’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무혐의로 털어준 검찰

이혜영 기자 2024. 10. 1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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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 모두 불기소 처분
검찰 “권오수가 김 여사 계좌·자금 활용한 것이 사건 실체”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싱가포르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월9일(현지 시각)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방조 의혹을 받아 온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4년 반만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다른 공범들과 달리 김 여사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하던 검찰은 결국 범행을 인지하지도, 가담도 하지 않았다는 김 여사 측 주장과 동일한 수사 결과를 내놨다. 야권을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김건희 특검법' 추진에도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17일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의 모친이자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도 무혐의 처분됐다.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09∼2012년 주가조작 선수 등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 돈을 대는 '전주(錢主)'로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2020년 4월 당시 열린민주당은 김 여사 등을 고발했다. 

4년 반만에 사건을 매듭 지은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일당과 공모해 시세조종에 적극 가담하거나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되는 것을 인지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투자 목적으로 권 전 회장 등에 계좌를 건넨 것은 맞지만 시세조종을 모의하거나 이에 대한 내용을 공유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 여사와 최씨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총 23억원 가량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김 여사 측과 대통령실은 "김 여사와 모친 계좌는 활용당한 것"이란 입장이었는데, 이번 검찰의 발표도 20억원 넘는 수익이 '우연히' 창출된 것이란 김 여사 측 주장과 결과적으로 동일한 모양새가 됐다. 

검찰이 김 여사의 계좌 가운데 시세조종성 주문이 제출된 것으로 파악한 것은 총 6개다. 앞서 기소된 권 전 회장의 1·2심 재판부는 김 여사 계좌 중 3개(대신·미래에셋·DS)를 유죄로 인정된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2007년 12월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보유한 초기 투자자였던 김 여사가 주식 관련 지식과 전문성이 없는 상태라고 규정했다. '주식을 사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권 전 회장의 권유에 투자 목적으로 계좌를 일임하거나 직접 거래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주가조작 공범들이 통정매매 관련 연락을 주고받았던 2010년 10월28일과 11월1일,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녹취록 내용과 일치하는 규모의 거래가 두차례 이뤄졌는데 이 모든 게 '우연'이라는 결론이다. 모친인 최씨와 김 여사 계좌 간 동일 물량 거래가 이뤄졌지만 이 역시 범죄와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수 없다고 봤다.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주가조작 사실을 숨기고 단순히 매도를 추천·권유했을 가능성도 상당한 만큼 김 여사가 시세조종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방조 혐의 역시 성립할 수 없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이 주포 등과 함께 시세조종 범행을 진행하면서 김 여사 등 초기 투자자들의 계좌와 자금을 활용한 것이 이 사건의 실체"라며 "권 전 회장의 범행에 김 여사의 계좌와 자금이 활용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10월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친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손에서 마침표

검찰은 한국거래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의 이상 거래 내역을 받아 분석한 뒤 강제수사를 거쳐 2021년 12월 권 전 회장 등 일당을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처분을 미뤘다. 공범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전후해 주가조작에 이용된 계좌 명의자를 전수조사한 검찰은 '반전 없는 결과'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번 사건의 최종 처분 권한은 심우정 검찰총장이 아닌 '친윤' 검사로 분류되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있다.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의 이 사건 수사지휘권을 박탈했고, 아직 총장의 지휘권이 복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여사에 대한 주가조작 의혹 무혐의 처분 가능성이 나오자 수사팀은 수사심의위원회 개최 대신 수사팀 외부 인원으로 구성된 '레드팀'을 구성해 격론을 벌였다고 했지만, 무혐의를 위한 구실이었을 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까지 모두 불기소 처분하면서  검찰 결정을 둘러싼 비판이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권 몰락 속도 더 빨라질 것" 野 맹폭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를 불기소한 검찰을 맹폭하며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검찰에 수사 의지가 없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과 상설특검, 국정감사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도 (김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고 정권의 몰락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점을 똑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는 살아 있는 권력 앞에 무릎을 꿇은 굴욕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번 특검법에는 수사기관이 '봐주기 수사'로 직무를 유기하고 권력을 남용한 행위도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10·16 재·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김 여사에게 완벽한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검찰이 문을 닫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검찰아 꾸린 레드팀은 반대편 역할을 하는 레드팀이 아니라 '짜고 치는 고스톱 상대'"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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