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대기업, 모듈러 주택시장 진출

모듈러 공법이 재조명되고 있다. 공장에서 건축 모듈을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의 이 공법은 공기 단축과 품질 향상, 안전성 제고 등을 앞세워 최근 건설현장의 인력난 및 안전사고 증가 흐름 속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부 역시 모듈러를 차세대 주거 공급 모델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30년까지 3,000가구, 이후에는 연 5,000가구 규모로 임대주택을 모듈러 공법으로 공급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LH도 세종시 모듈러 단지 조성과 함께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고층 모듈러 주택 개발을 추진하는 등 본격적인 실증에 나섰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가전 대기업들까지 시장에 뛰어들며 모듈러 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형우 기자 | 자료 전원주택라이프 DB
LG전자·삼성전자, 잇따라 모듈러 스마트홈 시장 진출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IFA 2025에서 ‘스마트 모듈러 홈’솔루션을 공개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AI 가전, 고효율 냉난방공조(HVAC) 제품, 스마트싱스SmartThings 플랫폼, B2B 솔루션인 스마트싱스 프로가 통합된 차세대 주거 모델로, 모듈러 구조에 최적화된 전용 스마트홈 패키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용자는 3D 맵뷰를 통해 집안의 가전을 실시간으로 확인·제어할 수 있고, 도어락·AI CCTV와 연동된 자동 귀가 모드, 전력 피크타임을 회피하는 에너지 최적화 기능 등 집 전체가 하나의 지능형 시스템처럼 작동한다. 모듈러 단지 전체를 중앙에서 제어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춰 글로벌 B2B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의 ‘스마트 모듈러 홈’ 내부
LG전자는 한발 앞서 경제성과 확장성을 갖춘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로 시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2025년 출시된 신모델은 8평, 16평 두 종류로 기존 대비 절반 수준의 가격을 구현하면서도 확장성과 구조 효율성을 높였다. 모듈을 블록처럼 조립하는 구조로 변경해 건축비를 크게 낮췄고, 내부에는 LG AI 가전과 도어락·스위치 등 필수 IoT 기기를 기본 탑재했다.
LG는 지난해 스마트코티지를 처음 선보인 이후 기업 연수원, 캠핑장 등 B2B 공급을 확대했고, 올해부터는 일반 소비자 대상 오픈하우스 투어까지 진행하며 B2C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전북 김제에서 진행된 오픈하우스는 예약 일주일 만에 정원 200명이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스마트코티지는 ‘전력 기반 에너지 자립형 주택’을 지향하며 ZEB 플러스 등급을 획득했고, 한국전기안전공사와 전기안전 협약을 체결해 신뢰도까지 확보했다.
LG전자의 '스마트코티지'
모듈러 시장, 건설업 넘어 종합산업 생태계로 확장
대기업의 모듈러 주택 진출은 단순한 신사업 확장이 아니라 ‘공간 경험 혁신’이라는 산업적 변화를 반영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통적으로 집이라는 공간을 가전의 배치 대상이 아닌 ‘스마트 생태계의 중심 플랫폼’으로 바라보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표준화된 설계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AI 가전, 에너지 관리 시스템, IoT 네트워크를 처음부터 일체화하기 유리하다. 이를 통해 사용자 맞춤형 생활 환경, 높은 에너지 효율, 유지관리 비용 절감 등 기존 건축 방식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장점을 확보할 수 있다.
세컨드하우스·워케이션·5도2촌 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부상도 모듈러 수요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 짧은 공사 기간, 친환경 에너지 적용, 스마트홈 통합 제어 등은 개인의 주거 선택 기준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대기업이 직접 설계한 ‘브랜디드 하우스’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김제시 죽산면에 설치된 스마트코티지 오픈하우스
AI 가전과 도어락, 스위치 등 필수 IoT 기기를 탑재한 스마트코티지 실내
모듈러 공법은 이미 공공 및 산업 현장에서 확실한 장점을 입증하고 있으며, 이제는 스마트홈 기술과 접목되며 차세대 주거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부 정책, 기업 기술,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맞물리면서 모듈러 시장은 건설업계를 넘어 가전·에너지·ICT 기업까지 참여하는 종합 산업 생태계로 확장되는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행보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신호탄이자, 향후 국내 주거 산업의 방향성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