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엔비디아를 안다. SK하이닉스도 안다. 삼성전자도 안다. 그런데 AI 서버 한 대가 작동하려면 — 이 세 회사 부품만으로는 부족하다.
엔비디아 GPU 수십 개를 연결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드는 신경망이 필요하다. 그 신경망 역할을 하는 게 인쇄회로기판(PCB)이다. 그중에서도 초고다층 MLB(Multi-Layer Board) — 기판을 18층 이상 쌓아 올린 고난도 제품이다.
이 초고다층 MLB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 3곳뿐이다. 그리고 그중 한 곳이 대구 달성에 공장을 둔 한국 회사다.
엔비디아가 이 회사에 주문을 넣었다. 그런데 회사는 20%밖에 받아낼 수 없었다. 생산 능력이 부족해서다. 나머지 80%의 수요는 — 갈 곳이 없다.
정체 공개 — 이수페타시스 (007660)

이수페타시스. 1972년 설립된 PCB 전문 기업이다. 1996년 이수그룹이 인수한 뒤 초고다층 MLB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확보했다.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 AI 빅테크 전체가 이 회사 고객이다.
코스피 74위. 시가총액 9조 7,854억원. 오늘(26.04.20) 주가는 +11.22% 급등 마감했다.
대중은 모른다 — 이게 '여의도 지표'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소진율은 기관과 외국계 자금이 이 회사를 얼마나 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이수페타시스의 외국인 소진율은 25.66%다.
이게 왜 중요한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AI 테마주들 — 예를 들어 이차전지 테마나 바이오 테마주들의 외국인 소진율은 한 자릿수인 경우가 많다. 25%대는 기관이 구조적으로 매집하는 종목에서만 나오는 숫자다.
증권사들의 태도도 다르다. 12개 증권사가 전원 매수 의견이다. 매도도, 중립도, 관망도 없다. 평균 목표주가는 160,875원. 최고 목표주가는 270,000원이다. 현재가 133,800원 대비 +23%~+102% 상승 여력이다.
대중은 아직 "이수페타시스"라는 이름조차 낯설다. 그런데 여의도 애널리스트들은 목표주가 27만원을 찍었다.
왜 엔비디아는 이 회사만 찾는가

AI 가속기 성능이 높아질수록 — 기판이 복잡해져야 한다. GPU끼리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호가 뒤섞이지 않게 하려면 기판을 층층이 쌓아야 한다.
보통 PCB는 10층이면 "고층"이라 부른다. 18층 이상이면 "초고층 MLB"다. 이 초고층 MLB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전 세계에 단 3곳이다. 이수페타시스, 대만 EMC, 중국 Shennan. 그 이상은 없다.
여기서 지정학이 끼어든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빅테크들이 중국 Shennan, WUS 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 물량이 어디로 이동했을까. 한국 이수페타시스다. 중국 기판업체가 받던 주문이 통째로 넘어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수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이 흐름은 가속화된다. 관세 전쟁이 격화될수록 이수페타시스의 수주가 늘어나는 역설적 수혜 구조다.
숨어있던 숫자 — 2,858원이 156,600원이 됐다

주가 차트를 보자. 2021년 8월, 이 회사 주가는 2,858원이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25년 12월 30일 — 156,600원을 찍었다.
54.8배다. 5,380% 상승이다. 1,000만원이 5억 4,800만원이 됐다.
이 구간 내내 대중은 이 종목을 몰랐다. 신문에도 안 나왔다. 동학개미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아니었다. 외국인과 기관이 조용히 담았다. 그들은 알았던 것이다. AI 인프라의 진짜 병목은 GPU도, 메모리도 아닌 기판이라는 사실을.
2026년이 더 중요한 이유 — 진짜 성장은 이제부터

지금까지의 54배 상승은 사실 억눌린 성장이었다. 공장 생산 능력이 부족해서 엔비디아 주문의 20%만 받던 시기다.
2025년 3분기부터 5공장이 단계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집중 생산하는 제품은 다중적층 MLB. 기존 고다층 MLB보다 더 복잡한 구조다.
AI 가속기 성능이 올라갈수록 더 높은 사양의 기판이 필요하고 — 더 높은 사양일수록 단가가 올라간다.
생산능력 로드맵이 구체적이다.
- 2026년 하반기 월 8,000㎡
- 2027년 상반기 월 10,500㎡
- 2028년 상반기 월 12,500㎡+α
여기에 대구 달성 2차 산업단지에 503억원 규모 신규 공장 설립도 확정됐다. 2027년 1월 양산 목표다.
게다가 구글 TPU(자체 AI 칩) 밸류체인 편입 효과도 새로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에만 의존하던 구조가 구글로 확장되는 것이다. 2026년부터는 브로드컴향 매출도 본격 확대될 전망이다.
실적이 이걸 뒷받침한다
2025년 3분기 실적(단일 분기 기준)
:
매출 2,961억원 (+43% YoY)
영업이익 584억원 (+126% YoY)
영업이익률 19.7%
분기 최대 실적이다. 그런데 수주잔고가 전 분기 대비 5% 더 늘었다. 분기 최대 실적을 찍고도 수주가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수요가 공급을 계속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26년 연간 매출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으로 영업이익률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반대 의견 — 이것도 알고 투자해야 한다
매출의 40% 이상이 엔비디아 한 곳에서 나온다. 고객 집중도는 구조적 취약점이다. 엔비디아 실적이 흔들리면 이수페타시스 주가도 동반 급락할 수 있다. 이미 작년 초 딥시크 충격 당시 엔비디아와 이수페타시스 주가가 동반 급락한 전례가 있다.
PBR 12.95배, PER 59배. 이미 성장 프리미엄이 충분히 반영된 가격이다. 동일업종 PER 148배와 비교하면 저평가지만, 일반 주식 기준으로는 고평가 구간이다. AI 투자 속도 조절 우려가 나오면 즉각 조정받을 수 있다.
저점 2,858원 매수자는 지금 +4,580% 수익이지만, 최고점 156,600원 매수자는 -14.6% 손실 중이다. 이미 많이 올랐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2024년 제이오(2차전지) 인수를 시도했다가 금감원 제동으로 철회한 이력이 있다. 경영진의 자본 배분 판단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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