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2년 만에 다시 부상자 명단… 허리 근육 손상,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가 등 근육 손상으로 10일짜리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단순 근육통으로 보였던 증상이 정밀 검진 결과 근육 손상으로 확인됐고, 구단은 결국 강제 휴식을 결정했다. 이번 이탈은 단순한 부상 소식을 넘어, 이정후의 2026시즌 전체 흐름과 맞물린 복잡한 신호로 읽힌다.

이정후가 처음 이상 징후를 보인 건 5월 19일이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두 타석을 소화한 뒤 4회말 수비 교체로 물러났다. 당시 토니 바이텔로 감독은 "부상자 명단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하루이틀이면 회복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이정후는 이후 애리조나전 두 경기를 연속으로 빠졌고, 22일 이동일까지 포함하면 사흘 넘게 결장했다.

CBS스포츠는 "정밀 검진 결과 단순 근육통이 아닌 근육 손상으로 확인됐으며, 최소 일주일 이상 결장이 불가피해졌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23일(한국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이정후를 10일짜리 IL에 등재하고, 적용 시점을 20일로 소급했다. 이에 따라 이정후는 빠르면 30일 이후 복귀가 가능한 일정이 됐다.

처음에는 별 것 아닌 근육통처럼 시작됐지만, 결국 2024년 데뷔 시즌 이후 2년 만의 IL 등재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시에는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서 펜스에 충돌하며 왼쪽 어깨를 다쳐 수술 후 60일짜리 IL로 전환,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2025년에는 150경기를 소화하며 첫 풀시즌을 완주했지만, 올해 다시 부상 변수가 불거진 셈이다. 같은 시기 좌익수 엘리엇 라모스 역시 사두근 부상으로 IL에 오른 상태여서, 샌프란시스코 외야진 전반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번 시즌 이정후의 수치를 먼저 짚어보자. 48경기 기준 타율 .268, 3홈런, 17타점, OPS .696. 표면상 타율은 지난해(.266)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출루율은 .311로 지난해 .327보다 낮고, 장타율도 .407에서 .385로 떨어졌다. OPS 역시 .734에서 .696으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10개였던 도루는 올해 단 한 개도 없고, 12개였던 3루타는 1개에 그쳤다.

그나마 긍정적인 수치도 있다. Baseball Savant 기준 삼진율은 11.4%로 지난해(11.5%)와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스위트스팟 비율은 36.5%로 2024년(29.1%), 2025년(34.1%)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타구 각도 자체는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다.

반면 배럴 타구 비율은 3.7%에서 1.9%로 반 토막이 났다. 맞히는 능력은 여전하지만 강하게 쳐내는 빈도가 줄었다. 2루타 10개로 내셔널리그 25위에 올라 있는 건 다행이지만, 지난해처럼 장타 폭발로 이어지기엔 타격 밀도가 아직 부족하다.

최근 흐름도 균일하지 않다. 최근 30경기 타율은 .297로 시즌 전체 타율보다 높았으나, 직전 15경기만 따로 떼놓으면 타율 .230, 출루율 .266으로 뚜렷한 하락 구간이 확인된다. 시즌 절반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페이스가 한 번 꺾였다는 건, 체력 관리와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추측을 낳는다.

이정후를 둘러싼 평가는 항상 두 갈래다. "삼진이 적고 컨택이 안정적인 타자"라는 긍정론과, "빅리그에서 장타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회의론이 공존한다. 2026시즌 현재 성적은 이 두 시선 사이 어딘가에 정확히 걸쳐 있다.

배럴 비율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건 단순히 운이 없었던 게 아니라,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 자체에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스위트스팟 비율이 높아졌음에도 배럴이 줄었다는 건, 발사각은 좋지만 타구 속도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평균 타구 속도 88.0마일은 리그 중하위권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허리 근육 손상은 단순한 일정 공백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허리와 코어 근육은 타격 회전력의 기반이다. 부상 전 이미 타구 강도가 하락 추세였다면, 근육 손상이 그 원인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인과를 단정짓는 건 무리다. 하지만 팬과 구단 모두 이 부분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수비 포지션의 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데뷔 시절 중견수 이미지가 강했던 이정후는 올해 우익수 46경기, 중견수 6경기로 포지션이 사실상 우익수로 고정됐다. 체력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택인지, 아니면 수비 범위 한계에 대한 현실적 판단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어느 쪽이든 이정후의 빅리그 내 역할 정의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지금 한국 팬들이 이정후의 부상 소식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데뷔 시즌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던 기억이 선명한 상황에서, 또다시 IL 등재 소식이 나오자 커뮤니티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이정후가 여전히 한국 팬 사이에서 상징적인 선수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복귀 후의 그림이 더 중요하다. 현재 팀에는 콜업된 빅터 베리코토(3A 타율 .299)와 드류 길버트가 우익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이정후가 10일 내 복귀하더라도 타격 리듬을 되찾기까지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 올 시즌 그가 지난해 수준의 풀시즌 임팩트를 내려면, 복귀 이후 6월부터의 흐름이 결정적이다.

이정후의 복귀 타석이 어떤 모습일지 그게 이번 시즌의 진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팬들은 지금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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