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오스카 파티도 참석한 배우가 시사회에 몰래 간 사연
이병헌, '콘크리트 유토피아' 블라인드 시사회 몰래 간 사연
배우 이병헌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블라인드 시사회에 몰래 참석한 사실을 밝혔다. 영화 주연이 처음이 아닌데도 긴장한 마음으로 블라인드 시사회를 찾은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예비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해서였다.
이병헌은 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인터뷰 자리에서 "블라인드 시사회 때 가서 (처음)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블라인드 시사회는 영화가 개봉하기 전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작품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하는 비밀 시사회다. 이병헌은 작품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궁금해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린 채 블라인드 시사회를 찾았다.
● 투철한 희생정신, 강인한 카리스마 갖춘 주인공 영탁 역할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로, 극 중 이병헌은 황궁 아파트의 새로운 입주민 대표로 선출된 영탁을 연기했다.
이병헌은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면밀하게 지켜봤다고 했다. 특히 영탁이 취하는 '어설픈' 손하트를 보고 "사람들이 (웃음이)터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터졌다"면서 "캐치를 못하는 건가 싶었는데, 알면서도 안 웃었던 거였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영탁은 외부인으로부터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어떤 위험도 마다지 않는 투철한 희생정신과 강인한 카리스마로 모두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는 인물이다.
이병헌은 친근한 이웃의 소탈함과 속내를 알 수 없는 날카로움이 공존하는 영탁이 아파트 내에서 점차 영향력을 넓혀가는 변화를 밀도 깊은 감정선으로 표현했다.
그는 "엄태화 감독과 대화를 많이 했다. 말이 많은 감독이 아니라 거의 아무 디렉션 없이 연기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일부러 대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냈다"며 "나는 촬영장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는 스타일이다. 그걸 좋아하는 분도 있지만, 힘들어하는 분도 있다. 엄태화 감독은 좋아했다"고 뿌듯해했다.
실제 이병헌의 아이디어가 영화 곳곳에 녹아있다.
극 중 이병헌의 비주얼은 파격 그 자체다. 깊게 파인 볼과 거친 피부, 다듬지 못해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헤어스타일 등 디테일한 설정을 더해 영탁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파격적인 비주얼에 놀랐다'고 말하자 이병헌은 "영탁은 머리숱이 많아, 머리카락이 옆으로 자라는 스타일로 잡았다"며 "약간의 터치를 더해 'M자'가 살짝 들어간 헤어스타일로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내심 걱정도 들었지만 역할을 위한 선택. 이병헌은 "팬은 많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데, 영탁처럼 보여서 결정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나중으로 갈수록 영탁 머리카락의 각도가 달라진다. 카리스마가 있고, 권력이 생겼을 때는 되게 뻗쳤다. 마치 고양이가 등에 털을 세운 것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엄태화 감독이 '가려진 시간'(2016년) 이후 7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이병헌을 비롯해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등이 출연한다. 오는 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