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장전하는 삼성SDI, ‘포스트 캐즘’ 주도권 탈환 나선다

노경은 기자 2026. 2. 20. 14:1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디플 지분 매각 추진···재무 개선 넘어 미래 시장 선점용 ‘배수진’
북미 합작법인(JV)·차세대 라인 증설 투자 가능성
시장선 매각 규모 최소 4조원대, 인수 주체 삼성전자 예상
삼성SDI 최근 5년간 실적 추이 / 표=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으로 실탄 장전을 결정한 삼성SDI가 본격적인 포스트 캐즘 전략 수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분 매각 결정 소식 이후 업계의 관심은 지분매각 규모, 확보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차세대 라인 실체, 인수 주체에 집중되고 있다.

◇내년까지 CAPEX 5조9000억 예상···실적 부진 속 내린 '조 단위' 지분매각 결단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19일 "투자 재원 확보 및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등의 매각 추진을 이사회에 보고했다"고 공시했다. 거래 상대, 규모, 조건, 시기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향후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통해 제반 사항을 검토해 이사회 보고 및 승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비상장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지분의 가치는 지난해 말 장부가액 기준 10조1000억원대다.

삼성SDI가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미래를 향한 절박한 자금 수요가 자리한다. 삼성SDI의 지난해 매출은 13조2667억원으로 직전 해 대비 20% 급감했고 영업손실은 1조722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성장세의 일시적 정체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 기업들과의 경쟁 심화가 실적 직격탄이 됐다.

대규모 적자에도 투자는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시설투자(CAPEX) 집행 규모만 3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삼성SDI는 지난해 1조6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투자 재원을 마련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2024년 한 해 동안 1조124억원의 배당을 안겨준 알짜 자산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매각해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분 매각 규모가 최소 4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SDI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작년 말 기준 1조8000억원이다. 그리고 올해 CAPEX 집행규모는 2조9000억원, 내년은 3조원 수준을 전망한다. 사실상 올해도 3000억원대 영업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CAPEX 비용 확보를 위해서라도 지분 매각은 최소 4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영업적자, CAPEX 예정금액 등을 고려했을 때 최소 4조4000억원의 지분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가 2차전지 업황의 마지막 고비로 전망되는 만큼 장기적인 투자 재원 확보와 안정적 재무구조 구축을 위한 지분 매각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LFP 배터리가 탑재된 ESS 제품 SBB 2.0 / 사진=삼성SDI

◇확보된 자금, 활용처는?···ESS용 배터리 생산확충, 일각선 SPE 지분 인수도 거론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지분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미래 먹거리인 차세대 배터리 시장 선점에 우선 투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확보한 자금은 북미를 비롯한 해외 거점의 생산라인 고도화 및 차세대 배터리 양산 체제 구축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SDI는 미국 내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및 LFP(리튬·인산·철)·전고체 배터리 등의 생산능력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타플러스에너지(SPE)의 지분 인수 가능성도 거론된다. SPE는 삼성SDI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스텔란티스가 전기차 투자 축소 기조를 보이고 있는데다, 이달 들어선 스텔란티스가 합작법인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삼성SDI가 스텔란티스가 보유 지분(49%)을 확보해 현지 사업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래시장 투자를 통한 선점 뿐 아니라 재무구조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SDI의 자산은 지난해 4분기 기준 42조3000억원, 부채 18조7000억원, 자본 23조6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79.3%다. 지분 전량 매각 후 약 11조원 내외의 현금이 유입된다는 가정하에 부채비율은 50%대까지의 하락이 기대된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장부가 10조1000억원 대비 1.1배 내외에서 현금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보유지분 전량을 현금화하면 최대 11조원 내외의 현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시 매각이 아닌 점진적 유동화 방식을 선택할 경우 상기한 재무구조 개선은 시간을 두고 진행되겠지만 흐름 자체는 뚜렷한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시장의 또 다른 관심사는 지분 인수 주체다. 현재 가장 강력한 후보는 삼성전자가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2년 삼성전자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된 디스플레이 전문 계열사로, 삼성전자(84.78%)가 최대 주주다. 만일 삼성SDI의 지분 15.2%를 모두 흡수하면 100% 완전 자회사로 두게 된다. 삼성전자가 지분을 전량 인수할 경우 그룹 내 의사결정 효율성은 극대화된다. 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로 이어지는 삼성의 전장 삼각 편대 결속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Copyright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