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체험학습 사고 책임 완화 추진···‘중과실 어디까지’ 논란 예상

김지혜 기자 2026. 5. 2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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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장체험학습 위축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학습 현장 사고의 형법 제268조의 적용 제외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교사의 형사책임을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교육계에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처럼 중대한 과실(중과실)을 제외하고는 교사를 형사처벌하지 않는 방안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는 면책 예외가 되는 중과실의 기준과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24일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현장체험학습 중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교사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책임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대책을 이번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처럼 특정 중과실 사례만 예외적으로 처벌하고, 그 외 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현장체험학습 위축 문제를 언급하며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 “(교사가) 보험에 가입하면 형사처벌 안 되게 법을 하나 만들든지 방법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보험 가입을 전제로 형사책임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특례법이다.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냈을 경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형사처벌할 수 없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다만 음주운전·신호위반 등 이른바 ‘12대 중과실’ 사고와 사망·도주 사고는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현장체험학습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할 경우, 교사가 술을 마신 상태로 학생들을 인솔하거나 사고 위험을 알면서도 현장을 비우는 경우처럼 중대한 과실이 아닌 이상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형사사건으로 기소하지 않는 방식의 제도 설계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대부분의 초·중·고 교사가 가입한 학교안전공제회는 교육활동 중 발생한 안전사고 보상을 맡는 등 사실상 보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1일 교육부가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주최한 교원단체 간담회에서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구조를 참고한 ‘교육활동안전사고특례법’ 제정 방안이 제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중과실 제외 형사면책’을 위한 여러 입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처럼 중과실 사례를 법에 명시할 수도 있지만 ‘교사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면책한다’는 원칙만 법에 두고 실제 중과실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를 가장 두텁게 보호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경우를 ‘중과실’로 보고 면책 대상에서 제외할지에 따라 법 적용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관련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비슷한 논란은 의료계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구조를 참고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형사처벌 특례 적용 범위 등을 하위법령에 맡기면서 의료계와 환자·소비자단체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어떤 방식으로 입법이 되든, 교사 면책의 기준은 현실적인 사전조치 중심으로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명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정 교사노동조합연맹 대변인은 “교사들 사이에서도 12대 중과실처럼 특정 예외를 명확히 적시하는 방식이 오히려 낫다는 의견도 있고, 반대로 판사의 해석 여지를 남기더라도 포괄적 면책 조항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향후 판례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형사면책뿐 아니라 행정업무 경감, 안전 인력 확충, 민원 대응 체계 개선 같은 지원책도 함께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처럼 중과실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포괄적 면책을 우선하되, 학교 현장에 안전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사고에 대한 책임을 분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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