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혐의’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 “상품권 현금화 지시한 기억 없다”
변호인단 “지시 않았는데 경영지원실장이 현금 전달”
경영권 분쟁 상황 관련해서는 말 아껴
아워홈의 경영권을 놓고 구지은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구본성 전 부회장이 16일 자신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한 4차 공판에 출석했다. 구 전 부회장은 현재 경영권 분쟁 상황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구 전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날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제14 형사부)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 공판에서 “구 전 부회장은 명절 때마다 접대비를 달라고 이야기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경영지원실장이 구자학 아워홈 회장 역시 (상품권을 현금화하여 접대비로 받아) 사용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접대비로 사용하면 된다고 하면서 1500만원을 건넸다”며 “그 돈이 상품권을 현금화한 것임은 나중에 알게 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아워홈은 임원 명절 선물 지급 명목으로 상품권을 구입한 뒤 이를 현금화해 창업자인 고(故) 구자학 회장과 구 전 부회장 등에게 지급했다. 구 전 부회장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2017년 7월부터 2021년 무렵까지 상품권 수억원어치를 현금화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데, 해당 혐의가 자신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경영지원실장 A씨는 “명절 선물 기안에 대한 결재가 이뤄져야 실제로 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지시를 받지 않고는 그렇게(상품권을 현금화해 지급)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2017년 임원 추석 명절 상품권 기안에 대해 구 전 부회장에게 설명할 당시, 구 전 부회장이 자신에게 15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 “구 전 부회장에게 지시받은 금액을 직접 전달했다”라고도 말했다.
구 전 부회장 측은 이날 해당 혐의에 대한 증인 심문에서 상품권 현금화를 통한 현금 지급이 이뤄지던 시기는 고(故) 구자학 회장이 회사를 경영하던 시기였으며, 구자학 회장을 비롯해 구본성 전 부회장이 경영상 현금 집행이 필요할 때 현금화한 상품권을 통해 지출한 게 아니냐 등을 물었다. 이 밖에도 골프장 회원권을 개인 명의로 매수하면서 회삿돈을 사용한 혐의에 대해서도 증인 심문을 통해 개인 명의로 구입하더라도 회사 자산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게 아니냐, 법인 영업용으로 사용하면 세금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 게 아니냐고 했다.
구 전 부회장은 ▲주주총회 결의 없이 자신의 급여를 증액할 것을 지시해 초과 지급금을 받은 혐의 ▲코로나19로 인한 회사 경영난에도 성과급 20억여 원을 받은 혐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토지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회사 대금으로 납부한 혐의 등도 받는다. 구 전 부회장이 받는 횡령 혐의액은 3억원 배임 혐의액은 3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구 전 부회장은 이날 공판 전 경영권 분쟁 상황과 오는 31일 예정된 아워홈 임시 주주총회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구 전 부회장은 공판 시간을 10여 분 남기고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경영 복귀 가능성과 지분 매각 추진 상황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할 것이 없다”면서 “시끄럽다”고 말하며 자리를 피했다. 그는 임시 주총에 관해 묻는 말에는 ”비밀이다. 그런 걸 왜 묻느냐”라고도 했다.
고 구자학 회장의 장남인 구 전 부회장은 지난달 18일 아워홈 정기주주총회에서 여동생인 구미현씨와 손잡고 기존 아워홈 이사진에 대한 재신임안을 부결시켰다. 대신 구미현씨 부부를 사내이사에 선임했다. 이어 자신을 기타비상무이사에, 장남인 구재모 전 이사와 황광일 아워홈 전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구 전 부회장이 우선 경영에 복귀해 자신의 재판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구 전 부회장은 2022년 구미현씨와 함께 지분 매각 의사를 공표하면서 매각 주관사로 라데팡스파트너스를 선임하기도 했는데, 돌연 이사 선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달 말 예정된 아워홈의 임시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현직 이사진에 대한 재신임안을 부결시켰던 구본성·구미현 측 지분이 큰 만큼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재모 전 이사, 황 전 상무 등이 신임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아워홈 지분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구미현 이사가 19.28%, 차녀 구명진 이사가 19.6%, 구지은 부회장이 20.67%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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