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까지? 서민의 '주거사다리' 전세, 무엇이 문제였을까?

조정흔 감정평가사 2024. 10. 17.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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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전세제도 선택할지 말지는 시민들의 선택

지난 수년간 조직적인 사기범들이 전세제도를 악용하여 임차인의 보증금을 편취하는 수법이 만연하고, 전세사기로 많은 청년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야기되고, 임차인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전세제도로 인하여 큰 사회적 논란이 촉발되었다.

작년 2023년 5월에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전세사기피해자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최대 20년까지 피해주택 거주권을 보장하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전세사기특별법은 2024년 8월까지 1만7천여건의 피해가 발생한 전세사기피해자의 주거권을 보장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것일 뿐, 전세사기 피해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은 아니다. 이렇게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번져나간 전세사기피해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한 진단, 향후 새로운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민들의 주거사다리, 전세제도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전세'는 우리나라에서 서민주거의 임대차형태로서 오랜기간 활용된 제도다. 70년대의 경제성장기에는 급격한 도시화로 도시의 주택공급이 부족하였으며, 자본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수출산업으로 집중되어 있었으므로 가계는 제도권 은행을 통하여 대출받기 어려웠다. 계모임이나 전세제도와 같은 사금융이 서민들의 자금조달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전세는 주택을 빌리는 대가로 목돈을 맡기고, 퇴거하면서 목돈을 그대로 찾아나가는 개인간의 채권채무관계였다. 이 '전세'가 본격적으로 제도영역으로 들어온 것이 이명박 정부다. 이명박 정부 당시 서브프라임모기지 세계금융위기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시기였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없으므로 주택매수수요가 감소, 미분양물량이 폭증하였고, 반면 전세수요가 증가하였다.

전세는 장래 부동산 가격에 대한 기대가 임대인과 임차인간 상반될 때 유지가 가능하다. 임대인은 향후 부동산가격이 상승한다는 기대가 있어야 전세를 통하여 자금을 조달하여 주택을 구입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 주택에 대한 투기심리가 없었으므로 다주택자들은 잉여주택을 매도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원하는 가격에 매도할 수 없을 때 임대인들은 전세가 아니라 월세를 받고자했다. 월세공급은 넘쳐나고 전세공급이 귀했고, 전세가격이 천정부지 치솟았다. 전세가격이 치솟아 전세가격이 주택가격에 육박하는데도 임차인들은 주택을 사려고하지 않았다. 주택가격 하락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거주할 주택을 '매수'할 것인지 전세로 '임차'할 것인지, 전세를 낀 주택을 매수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향후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당시의 전세가격 폭등은 주택가격 하락에 배팅한 시장참여자의 기대 때문이었다.

기존 다주택자들은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팔기는 싫고, 전세금을 받아 새로운 주택에 투자할 유인이 없었으므로 전세가 아닌 월세로 전환하고자하였고, 전세공급이 감소하였다. 반면 임차인들은 주택가격이 하락을 예상하였으므로, 매매수요는 감소하고, 전세수요가 증가하였다. 그러니 당연히 전세가격이 올랐던 것이다. 전세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매매가격을 초과할 수는 없다. 또한 전세가율이 높아질수록 보증금미반환 위험도 높아진다. 수요공급을 통한 자연스런 조절과정을 거쳐서 전세제도가 서서히 사라져갈 기회였던 것이다. 그러나 전세제도를 부활시켜 갭투기시장으로 끌어들인 것은 다름아닌 정부였다. 정부는 전세보증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전세자금대출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전세시장을 살려냈다.

주택경기가 침체되어 미분양물량이 폭증하자, 건설사를 살리기위하여 등장한 것이 바로 전세보증보험제도다(2013년 9월 국토부 보도자료, '준공후 미분양아파트 전세공급본격화된다'). 전세보증보험제도는 애초에 임차인 보호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미분양해소 대책이자 주택가격을 지지하기위해 나온 것이었다. 미분양주택이 전세로 전환되면서 건설사들은 자금난을 해소하고, 주택가격이 상승할 때까지 시간을 벌수 있었다. 개인간의 사금융이었던 '전세제도'는 미분양주택 가격의 하방을 지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전세보증보험제도를 활용한 정부의 부양책이 아니었다면 건설사들은 미분양주택 가격을 더 낮추어 매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 서울 용산구 후암동 일대 빌라 단지 모습. ⓒ연합뉴스

전세보증보험의 화려한 변신, '미분양대책'에서 '임차임보호제도'로

미분양주택을 전세로 전환하여 건설사 자금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전세보증보험제도는 무슨 영문인지, 어느순간 '임차임보호제도'로 둔갑하였다.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서민주거안정시책추진실태, 2024년 8월)에 따르면 2013년 9월 당시 허그전세보증의 담보인정비율은 아파트 90%, 오피스텔 80%, 연립, 다세대, 단독, 다가구 70%였으나, 2017년 2월 박근혜정부 말기 탄핵정국에서 모든 유형의 주택에 대하여 주택가격 100%보증으로 상향되었다. 감사원의 감사보고서는 이로 인하여 전세보증이 악성 임대인의 무자본 갭투기 수단으로 악용되었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2013년 도입당시는 미분양대책의 일환이었으나 2017년은 부동산 가격이 꿈틀대기 시작하면서, 정권이 바뀌면 부동산정책이 어떻게 될까 노심초사 하던 시절이었는데, 굳이 왜 보증비율을 모두 풀어버렸을까? 주택가격의 100%까지 공공기관에서 전세보증금에 대한 보증을 해준다는 반시장적이고 허무맹랑한 정책이 어떻게 나왔고, 이것이 정책으로 실현되었을까? 미스테리한 일이다.

이에따라 전세보증보험 가입실적은 2015년 7천억에서 2017년 9.5조로 늘어났고, 2019년에는 30조까지 확대되었다. 2023년 현재는 71조원이다. 100%로 풀리고 난 이후 전세보증보험 가입실적이 폭증했고, 정확히 2년 후, 2019년부터 전세사기사건이 뉴스와 각종 시사프로그램에 봇물처럼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갭투자의 역습, 누가 투기를 부추기는가(2019년 7월,KBS추적60분)
-대한민국 갭투기 대해부 1부, 큰손들의 정체(2019년 9월, MBC PD수첩)
-대한민국 갭투기 대해부 2부, 악어와 악어새(2019년 10월, MBC PD수첩)
-빌라가 몇채길래.. 세입자 피해 어디까지(2019년 5월, SBS 뉴스토리)
-세입자는봉인가(2019년 7월, SBS 뉴스토리)
-전세사기 천국, 속이고, 속이고 또 속이고(2019년 8월, SBS 뉴스토리)

2017년부터 스멀스멀 터져나오기 시작한 전세사기 문제는 부동산시장 사이클에 따라 상승, 하락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역전세 문제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국가가 정교한 주택가격 검증시스템도 마련하지 않은 채, 개인간 채권에 불과한 전세보증금을 주택가격의 100%까지 보증한 것은 임대차시장의 질서를 정부가 앞장서서 파괴하고, 시장원리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고, 전세보증보험제도 등을 방만하게 설계하고 운영한 정부의 정책실패로 인한 것이다.

수년간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큰 사회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토부와 허그는 전세보증제도를 손보지 않았다. 그대로 방치한 결과 2021년 이후 8명 임차인이 사망하는 사태가 오고, 전세사기특별법이 제정된 후에야 90%로 소폭 조정했다. 보증한도 소폭 조정, 부동산가격 하락,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후퇴 기조에 맞물려 공시가격까지 하락하면서, 또다시 역전세 문제로 제2, 제3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국가의 보증한도가 전세가격을 결정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상당수의 서민주택은 경매 절차 진행중이라 임대차시장에 공급되지 못하게 되고, 과도한 전세대출을 받은 임차인 뿐만 아니라 보증금을 돌려줄 자금을 마련할수 없는 임대인들도 파산에 내몰리게 되었으며, 활용되지 못하는 빈집은 많은데, 주택은 부족한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택이 부족해서 공급확대가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또다시 매입임대주택을 무제한 매입하겠다는 코미디 같은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취약한 임차인을 더 내몰리게 만드는 전세보증보험

전세제도 개선을 위한 한 정책 토론회에서 국토부 담당자는 말했다. 전세보증보험제도가 결과적으로 악용된 측면이 있지만,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였으며, 정책 도입 취지는 선한 의도였다, 위험 기피성향을 가진 임차인들이 선택적으로 가입할 수 있게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세보증보험은 보증보험에 가입한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할 수 있었는지 몰라도,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임차인을 더 취약하게 만든다. 주택가격의 100%까지 보증하는 보증보험제도 때문에 전세가격이 방만하게 형성되고, 보증금미반환 위험이 낮아지니 전세가격은 더 높아진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전체 임차인 중 보증보험에 가입한 임차인의 비율이 20%정도도 안된다고 한다. 20%의 보호를 위해서 나머지 80%가 더 큰 어려움에 처한다.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임차인들은 상대적으로 제도를 잘 이용하고, 발빠르게 위험을 회피할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보증보험이 없었으면 이렇게 높은 가격의 전셋집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보증보험이 전세금미반환위험을 없애주다보니, 전세가격이 높은지, 주택가격으로 회수가 가능한지 아닌지 신경을 안쓰게 된다. 전세사기꾼들은 전세보증보험제도의 맹점을 이용해서 주택신축과 분양, 임대를 하나의 사업모델로 만들었다. 때로는 임차인도 전세사기꾼과 공모자가 되기도 하였다. 전세사기창궐하는 시기에 다세대주택 신축 공급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전세가격과 주택가격이 올라간다. 위험이 공공으로 이전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모두 보증보험을 들수 없는, 보증보험이 뭔지 잘 모르는, 사느라 바빠서 가입할 시간이 없었던, 주택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가입이 거절되는 나머지 임차인에게 모두 이전되는 것이다.

'전세는 죄가 없다, 정책 실패가 있을 뿐'

2023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제도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수명이 다한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후 전세제도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계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전세대출 비중이 높아 은행에 월세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 '(전세가) 가격 하락과 맞물리면 고의적이든 비고의적인 사기든 발생할수 있다, 없어져야할 제도'라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정책 실패에 대해서 인정하고 사과한 바 없다. 박상우 장관은 사회경험이 없는 임차인들이 덜렁덜렁 계약한 탓이라 발언하여 여론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 극소수의 전세사기꾼과 모든 임대인을 싸잡아 사기꾼으로 매도하고 비난의 화살을 피하고, 임차인 피해자와 임대인 사기꾼이라는 프레임으로 몰아가며 을과 을끼리의 싸움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결국 대다수의 선량한 임대인과 임차인간 싸움을 만드는 정부의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정부는 전세제도의 존폐를 시민들의 손에 맡기지 않았다. 정부는 주택시장의 투기심리와 전세제도의 맹점을 적극적으로 활용, 전세보증보험과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여 제도권으로 끌어들였다. 전세보증금은 미분양시기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의 원천이 되고, 부동산시장 상승기까지 시간을 벌게 해주었으며, 전세자금대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면서, 부동산시장을 부양하였고, 주택시장 침체시기에 금융사들이 정부보증에 근거하여 안전한 전세대출장사를 할수 있도록 했다. 부동산 시장 부양을 위하여 전세제도를 통한 갭투기를 제도화하고, 장려한 것은 다름아닌 정부다. 이명박 정부는 미분양대책으로 전세보증을 도입하였으며, 문재인정부는 전세보증제도를 활용하여 전세자금대출을 폭증시켰다. 전세자금대출잔액은 2012년 23조원에서 2021년 말 180조원까지 폭증하였다. 특히 2019년 100조 돌파 후 2년만에 2배 급증하였다(KB경영포커스 2022.4.).

박상우 장관은 전세를 대체할수 있는 새로운 주거대안으로서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을 제시하고 있다. 철저하게 돈의 논리로 움직이는 기업에게 서민주택시장까지 내어주겠다는 참으로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전세를 대체할 주택으로 기업형임대주택을 구상하고 있는 정부는 임대료 상한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금융, 토지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다. 일본, 미국, 독일 등에서도 기업이 임대주택시장에 진출하면서 심각한 월세(주거비) 폭등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미국에서는 기업들의 주택사재기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었고, 독일에서도 민간 회사가 소유하는 주택을 몰수하고 국유화하자는 시위까지 벌어진 바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의 정부는 전세의 대안으로 기업형 임대주택을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전세를 없앨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전세는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자발적 필요와 선택에 의하여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제도다. 전세를 없애고 말고 할 권리는 정부에 있지 않다. 전세제도에 개입하여 건설사나 금융사, 갭투자자를 위한 돈벌이 수단에 악용되도록 만든 것은 바로 정부였다.

현재 전세제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과도한 보증과 보증에 기반한 대출이다. 이를 점차적으로 줄이고, 임대차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통하여 적정한 가격으로 수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전세제도를 유지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를 선택할 권리는 정부가 아니라 시민들에게 있다.

지금 주택가격의 90%를 초과하는 금액의 전세계약서를 가져가면 허그에서 보증가입을 거절한다.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공시가격의 126%(공시가격의 140%(주택가격)*90%)를 한도로 전세가격이 결정되는 이상한 규칙이 생기게 되었다. 복잡하기만 하고, 정확하지도 않은 공시가격이 전세가격을 역으로 통제하고, 국가가 전세가격까지 결정하는 결과가 되었다. 그렇다고해서 126%가 안전한 금액인가? 꼭 그렇지도 않다. 어느 경우에는 턱없이 낮기도 하고, 높기도하다. 가격을 제대로 알지도못하고, 관리할 능력도 업는 정부가 공시가격이라는 불확실한 가격기준을 가지고 전세가격을 126%라는 단일한 규제로 보증보험제도를 이용하여 정부에서 사전 통제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전세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민간임대차시장에 나오는 임대차대상 주택의 관리와, 취약계층 보호에 집중해야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임대보증보험을 임차인이 선택해서 가입하게 할 것이 아니라, 임대차계약 전에 모든 임대인이 보증보험에 가입하게 할 것을 제안한다. 내 집을 임대시장에 내놓기 위해서 몇만원 보증료를 내고 정상적으로 임대가 가능한 주택인지 아닌지 사전에 공공기관에서 한번 점검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신탁주택의 경우에는 신탁사의 동의서, 위임장을 첨부하게 하면 신탁사기 위험도 줄어든다. 다가구주택의 경우는 선순위임차인의 계약서를 모두 가입필수서류로 제출하게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복잡한 권리관계를 공공기관에서 한번 점검하고 안전한 전세금 범위를 확인해주는 것이다. 무허가건물, 근생빌라 같은 비주택의 경우에도 최우선 변제금을 한도로 하여 가입이 가능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보호대상 주택에서 비주택을 배제하지 않는다. 선순위근저당이 있는 주택의 경우에는 최우선변제를 받을수 있는 보증금 한도, 최우선변제금이 얼마인지 점검한 후에 보증서를 발급해주면 된다.

전세보증보험의 보증한도는 현재 주택가격의 90%에서 대폭 낮추어 주택가격의 대비 담보인정비율(L/V, 60%)까지를 한도로 하면 위험이 대폭 낮아진다. 다만, 보증한도인 60%를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세가격을 인위적으로 제한하지 말고, 임차인과 임대인간 협의에 의해 전세보증금을 증액하든 월세로 전환하든 시장원리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모든 임대차계약에 대해서 가입을 강제하고, 보증한도를 60%로 제한하되, 자유롭게 전세가격을 결정할수 있게 한다면, 임대인과 임차인의 선택권은 훨씬 넓어지고, 정상적인 시장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 정부는 60%를 한도의 보증을 통해 사후관리가 가능하다. 60%한도로 한다면 기준이 되는 주택가격이 다소 부정확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택가격의 60%의 보증 때문에 자기 집을 경매로 날릴 집주인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임차인 또한 보증한도가 축소되면 위험을 감당할수 있는 범위까지만 전세보증금을 지급하게 될 것이므로, 임차인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증금 미반환시에 정부가 보증한도내에서 선구제(보증금 우선 반환)를 해주고 나머지 금액은 경매를 통한 채권회수절차를 통해서 사후에 정산해주면 된다. 보증한도 60%의 범위내에서 사실상의 선구제 후회수 효과가 있다. 그러면 임차인의 주거권과 이동권이 훨씬더 넓어진다. 보증금 미반환시 거쳐야하는 복잡한 경매절차, 채권회수절차를 국가가 책임지게 할수 있다. 노후주택이거나 관리가 잘 안되는 주택의 경우에는 선별해서 정부에서 협의매수권을 행사할수도 있다. 이렇게 취득한 주택을 이용해서 공공재개발이나, 매입임대주택에 활용할수 있다.

보증보험 가입자가 많아지고, 보증한도가 낮아지면, 위험이 작아진다. 보증료를 대폭 낮출수 있으며, 임대차시장에 나오는 대부분의 정상적인 민간임대주택의 보증료를 이용한 상호부조를 통하여 노후주택의 관리와 취약계층 보호에 훨씬 유리하게 활용할수 있다. 임대시장에 주택을 내놓기 위해서 사전에 임대인이 보증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임대차계약 이후에 전입신고와 함께 전월세신고를 통하여 보증의 효력이 귀속되도록 하면, 전월세신고제를 조기에 정착하는 효과도 있다.

정부는 서민 임대차시장에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자유롭게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도록 하고, 취약계층과 임대주택을 관리하면서, 전세제도를 선택할 것인지 말것인지 시민들의 선택에 맡기면 된다.

전세제도를 선택할 것인지 말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시민들의 몫이다.

[조정흔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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