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팬이라면 ‘필승 원더독스’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늘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는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아웃사이드 히터 한송희입니다. 172cm의 비교적 작은 체구로 코트를 누비는 그는 ‘작지만 강한 선수’의 상징 같은 존재입니다. 필승 원더독스 안에서도 그가 차지하는 위치는 단순한 공격수가 아니라, 팀의 중심이자 분위기 메이커입니다.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그라운드에서의 집중력과 성실함으로 팀의 리듬을 잡는 베테랑이 바로 그입니다.

한송희는 2000년 4월 16일 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배구를 처음 접했고, 전주근영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18년 V리그 여자부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3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하면서 프로의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170cm 초반대의 신장은 레프트 포지션에서 다소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그는 빠른 반응 속도와 판단력으로 단점을 메웠습니다. 리시브와 디그(수비)에서의 안정감은 물론, 위기 순간에서도 침착하게 공격 기회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GS칼텍스 시절, 그는 주로 백업 멤버로 기회를 얻었지만, 주전 선수들의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냈습니다. 이후 2020년에는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로 이적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도로공사 시절에는 주로 리시브 전담과 교체 요원으로 활약했는데, 이때부터 그의 수비력과 유연한 포지션 소화 능력이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공격수로 남지 않고, 리베로 역할까지 소화하며 “만능형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커리어가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프로 무대에서 출전 기회가 제한되자 한송희는 스스로를 다시 단련하기 위해 실업리그로 무대를 옮겼습니다. 양산시청(2022~2024)과 포항시체육회(2025)에서 그는 완전히 다른 선수로 거듭났습니다. 실업 무대에서는 주전으로 꾸준히 출전했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팀의 중심을 맡았습니다. 그 시절 한송희는 ‘언제든 코트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선수’로 불리며, 코치와 동료들로부터 신뢰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2025년, 그의 배구 인생은 또 한 번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김연경 감독이 이끄는 예능형 실전팀 ‘필승 원더독스’의 일원으로 합류하게 된 것입니다. 김연경 감독은 팀 창단 당시 “실력이 아니라 진심을 보고 뽑겠다”고 말했는데, 한송희는 그 말에 가장 부합하는 선수였습니다. 오랜 경험,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헌신, 그리고 팀 분위기를 살리는 성격까지 — 모든 면에서 김 감독이 원하던 ‘언더독 정신’의 대표주자였습니다.

필승 원더독스에서 한송희는 단순한 베테랑이 아닙니다. 그는 젊은 선수들의 멘토이자 경기 중 분위기를 바꾸는 리더입니다. 공격이 막혀 흐름이 끊길 때, 그는 과감하게 코트를 누비며 수비에서 흐름을 되찾습니다. 단 한 번의 리시브나 몸을 던진 디그로 팀의 에너지를 살리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이런 모습 덕분에 팬들 사이에서는 “필승의 엔진”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한송희의 플레이는 정교하고 계산적입니다. 신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높은 타점보다는 타이밍과 코스 공략으로 승부합니다. 상대 블로킹의 빈틈을 찾아 빠르게 손목을 틀어 때리는 스파이크, 그리고 네트를 살짝 넘기는 터치 플레이는 그의 주특기입니다. 수비 상황에서는 넓은 시야와 빠른 판단으로 동료의 실수를 커버하고, 공격 전환 타이밍을 정확히 맞춥니다. 이런 플레이 덕분에 필승 원더독스가 흔들릴 때마다 팀의 중심을 다시 잡을 수 있었죠.

팀 내에서의 존재감도 남다릅니다. 필승 원더독스는 여러 연령대의 선수들이 모인 팀이기 때문에 경기 중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한송희는 이런 상황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을 맡습니다. 경기 중간중간 후배들에게 “괜찮아, 다음 공이 더 중요해”라고 다독이며, 팀 분위기를 단단하게 묶습니다. 실제로 한송희가 코트에 있을 때 팀의 리시브 성공률과 커버 범위가 확연히 높아진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는 팬들에게 화려한 기록보다 ‘꾸준함’으로 기억됩니다.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한송희는 늘 같은 자세로 코트를 지킵니다. 불가능한 공도 끝까지 쫓아가는 근성과 포기하지 않는 태도는 단순한 운동선수를 넘어, 한 인간의 삶의 태도로 보일 만큼 진정성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송희의 복귀와 활약을 보고 “진짜 언더독의 이야기 같다”고 말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한송희는 종종 인터뷰에서 “배구가 제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지금은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 말 속에는 선수로서의 책임감과, 오랜 세월 동안 배구와 함께한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팀 내에서, 그리고 팬들에게 그는 ‘조용히 빛나는 선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를 ‘감독이 가장 믿는 카드’, 또 누군가는 ‘원더독스의 리더’라고 부릅니다. 어떤 표현이든, 한송희는 지금도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팀의 승리를 위해 뛰고 있습니다.
배구는 단 한 명의 스타가 아닌, 여섯 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기입니다. 그리고 그 여섯 명의 중심엔 늘 보이지 않게 팀을 묶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필승 원더독스에게 그 중심은 바로 한송희입니다. 그의 땀과 헌신,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도전은 단순히 경기의 결과를 넘어 팬들에게 진한 울림을 남깁니다. 어쩌면 이 팀의 진짜 ‘필승 카드’는 기술이 아닌, 한송희 같은 정신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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