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분석]네이버가 받은 '브랜드 사용료' 72억원, 산정 근거는?

알아두면 도움이 될 의미있는 공시를 소개·분석합니다.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전경. (사진=네이버)

공시요약

네이버는 지난 11월 25일 '특수관계인과의 내부거래' 공시를 통해 계열사 네이버파이낸셜에서 2023년 '브랜드 사용료'로 72억원을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자사 서비스에 '네이버'라는 브랜드(상표)를 붙인 대가를 받는 거죠.

사실 72억원은 연간 6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네이버에 '푼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영업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로열티 격으로 매년 수십억원을 벌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결코 적은 수익이라 볼 수 없을 겁니다. 네이버는 2020년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기 시작했는데요. 이번 공시를 통해 네이버가 어떤 기준으로, 어느 자회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 수익을 얻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네이버는 11월25일 네이버파이낸셜로부터 2023년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내부거래를 체결했다. (자료=전자공시 갈무리)

브랜드 사용료는 왜, 무슨 기준으로 받나?

브랜드 사용료는 기업이 특정 상표를 서비스에 활용해 이익을 창출하는 경우 상표권자에게 지불하는 비용입니다. 주로 대기업의 지주사, 지주급 회사들이 자회사들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곤 하는데요. 브랜드 사용료 계약에 대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이나 법 의무는 없기 때문에 모든 계열사가 모회사에 사용료를 내는 건 아닙니다.

다만 브랜드는 그 자체로 시장 내 영향력을 발휘하며 재산적 가치도 인정받는 자산입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 기업은 자사 브랜드를 제3의 기업이 사용하는 대가로 사용료를 징수할 명분을 갖게 됩니다.

예컨대 신규 금융 서비스에 가입할 때 자세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김서방파이낸셜(가칭)'이란 회사와 '네이버파이낸셜'이란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볼까요? 한국에선 후자를 선택하는 비중이 훨씬 높을 겁니다. 네이버란 브랜드가 적어도 국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대중적이니까요. 덕분에 네이버파이낸셜은 마케팅 여력을 덜 들이고도 김서방파이낸셜보다 많은 가입자를 모을 여지가 생깁니다. 또 그런 대가라면, 수익의 일부를 브랜드 사용료로 낼 이유도 생기죠. 실제로 네이버파이낸셜은 2019년 설립 후 불과 3년만에 연매출 1조원 이상의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유동적인 브랜드 사용료, 어떻게 해석할까

브랜드 사용료 징수 기준은 기업마다 다릅니다. 공시만 봐선 알 수 없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과연 어떤 기준으로 올해 72억원을 네이버에 내는지 궁금한데요. 이를 알 수 있는 기반 자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대기업집단 공시이행 점검결과 및 상표권 사용료 수취현황 정보공개'입니다. 2021년 기준 네이버 포함 총 71개 기업집단에 대한 브랜드 사용료 거래 현황을 알 수 있는 자료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가 정한 브랜드 사용료 산정 기준은 '매출액(내부매출액 제외)×(0.5%~0.9%)' 입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2020년부터 지금까지 총 4회(20, 21, 22, 23년분)분의 브랜드 사용료 계약을 공시했는데요. 2020년 첫해엔 당해 브랜드 사용료로 51억원을 납부했고 매출은 704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내부 매출을 포함해도 연매출 대비 0.72% 수준입니다. 2020년 12월에는 2021년 브랜드 사용료로 82억원을 납부했고 2021년 매출은 1조453억원이었습니다. 같은 기준에서 브랜드 사용료로 매출의 약 0.78%를 납부한 셈이 됩니다.

지난해 말에는 올해 브랜드 사용료로 110억원을 납부했습니다. 2020년, 2021년의 사례를 볼 때 브랜드 사용료가 크게 늘어났다는 건 네이버가 올해 네이버파이낸셜의 예상 매출을 그만큼 높게 전망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네이버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의 주도하는 핀테크(간편결제, 디지털금융) 부문 3분기 누적 매출은 이미 8666억원입니다. 여기에 4분기 연말 쇼핑 대목 등을 고려하면 올해 총매출은 보수적으로도 전년(1조453억원) 수준을 훌쩍 넘길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25일 공시한 2023년분 브랜드 사용료는 72억원으로 전년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앞서는 늘어난 매출만큼 브랜드 사용료도 증가한 것이 확인됐는데, 줄었다는 건 네이버가 매출의 역성장을 예견한 걸까요?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브랜드 사용료는 기준 범위 내에서 회사가 정합니다. 따라서 브랜드 사용 회사의 매출이 늘어나 감소할 경우 얼마든 조정될 수 있습니다. 브랜드 사용료 계약 체결 공시도 기타사항에 '거래금액 및 총거래금액은 예상치이며, 실제 정산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음'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앞서 네이버파이낸셜은 매출 대비 약 0.7% 정도를 브랜드 사용료로 냈는데요. 만약 2023년에 매출 1조5000억원의 신기록을 달성한다고 가정해도, 최저 사용료인 매출 대비 0.5%를 적용하면 브랜드 사용료는 지난해보다 줄고 이번 공시 금액과 근접한 약 75억원 수준이 됩니다. 사실 이렇게 보면 매출이 감소하는 쪽이든 증가하는 쪽이든 해석의 여지가 따릅니다만 간편결제, 디지털 금융 시장이 여전히 성장 중임을 고려하면 매출 증가와 사용료율 인하에 무게를 싣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이 밖에도 네이버파이낸셜 외에 네이버에 브랜드 사용료를 내고 있는 자회사는 △네이버웹툰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제트입니다. 2020년 기준 이들 3사가 납부한 브랜드 사용료 총액은 약 21억원인데요. 네이버파이낸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죠.

하지만 모두 높은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곳들인 만큼 네이버가 장기적으로 이들 회사에서 얻을 브랜드 사용료 이익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네이버웹툰은 올해 글로벌 웹툰 시장을 선점하며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최근 네이버의 B2B(기업간거래) 사업 중 서비스들을 아우르는 핵심 기지로 급부상 중이며, 역시 해외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네이버제트는 글로벌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 운영사로 유명하죠. 올해 초 공개된 전세계 누적 가입자만 3억명 이상인 만큼, 이를 기반으로 장기적인 수익화 도모가 기대되는 회사입니다.

참고로 비슷한 계열의 대기업인 카카오는 2020년 14개 자회사로부터 74억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받았습니다. 2019년에 7개 회사로부터 31억원을 받은 것 대비 크게 늘었죠. 또 ㈜한화는 2020년 21개 회사로부터 1447억원의 브랜드 사용료 수익을 올렸습니다. 상대적으로 큰 규모인데, 액수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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