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 양현종이 올 시즌 개인 목표를 모두 내려놓았다. 승수도, 이닝도, 평균자책점도 더 이상 목표로 잡지 않겠다는 것이다. 11시즌 연속 150이닝을 던져온 대투수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있었다.
2026 KBO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양현종은 구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매년 해왔던 것처럼 준비는 잘해왔지만, 완성도가 아직 덜 올라온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불안한 감정도 있지만 시즌이 빨리 개막해서 자신의 능력과 구위를 빨리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1년 사이 바뀐 마음가짐

양현종의 생각이 바뀐 계기는 명확했다. 몸을 만들 때나 여러 과정에서 자신을 높게 평가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구속이 올라오겠지, 구위가 올라오겠지 하는 기대를 품었지만 1년, 1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것에 대해 인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는 선발로 나가서 3~4이닝 동안 정말 열심히 던지고 내려오는 게 팀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닝에 중점을 두지 않으려 한다는 말에서 베테랑 투수의 현실적 판단이 엿보인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어떤 역할과 보직을 맡게 되더라도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내비쳤다.
오해받았던 이닝 욕심

양현종은 그동안 받았던 비판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언젠가부터 이닝 목표를 내세울 때마다 개인 욕심을 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자신은 팀을 위해 그런 목표를 잡고 던졌던 것뿐인데 이닝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던진다는 오해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많은 이닝을 던지게 되면 다음 경기의 선발투수나 불펜투수들의 부담감이 줄어들지 않느냐는 그의 논리는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야구 철학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팀을 위해서 많이 던지겠다는 생각보다는 정말 영양가 있는 투구를 하고 싶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190승·200승을 향한 여정

2007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KIA에 입단한 양현종은 20년 가까이 팀 선발진의 한 축을 책임져왔다. 1군 통산 543경기 2656⅔이닝 186승 127패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 중이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KBO리그 역대 최초 11시즌 연속 150이닝 투구 기록을 세운 것은 그의 대표적인 업적이다.

새 시즌에는 송진우에 이어 역대 두 번째 190승 및 200승, 두 번째 2700이닝 돌파를 노린다. 100개 이상의 탈삼진을 기록하면 역대 최초로 12시즌 연속 100탈삼진 기록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개인 기록보다는 팀의 1승이 더 중요하다는 게 양현종의 생각이다.
하위권 전망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

KIA는 지난해 8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비시즌에는 핵심 선수였던 박찬호와 최형우를 떠나보냈다. 많은 전문가들이 KIA를 하위권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양현종은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초반 극강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성적이 그렇게 나오지 않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하위권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실제로 하위권을 기록할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동갑내기 김광현이 어깨 수술을 결정하며 이탈한 상황에서 양현종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는 김광현에게 마음이 아프다며 팬들 앞에서 더 던지기 위해 큰 결정을 한 것 자체가 참 멋있다고 응원을 전했다. 새 시즌 양현종의 등판이 이뤄질 때마다 기록 수치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