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쌀밥 같은 풍성함과 천년의 불교
예술이 만나는 곳, 5월의 눈꽃

연둣빛 신록이 짙어지는 4월의 끝자락, 경남 김해시 주촌면에는 태초의 자연과 천년의 역사가 나란히 숨 쉬고 있습니다. 사발에 소복이 얹힌 흰쌀밥을 닮은 '천곡리 이팝나무'가 마을의 안녕을 지키고, 통일신라부터 맥을 이어온 '선지사'가 자비로운 미소로 객을 맞이합니다.
화창한 봄날 김해 도심에서 멀지 않은 이곳으로 마음을 씻어내는 짧은 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500년 세월을 지켜온 신목, ‘천곡리
이팝나무’의 하얀 설렘

주촌면 천곡리에는 수령 500년을 자랑하는 천곡리 이팝나무(천연기념물)가 마을의 수호신처럼 서 있습니다. 높이 17.2m의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이 나무는 5월이 가까워지면 가지 끝마다 하얀 눈꽃을 피워 올립니다.
학명인 '치오난투스(Chionanthus)'가 '하얀 눈꽃'을 의미하듯, 멀리서 보면 나무 전체가 흰 눈에 덮인 듯한 장관을 연출합니다. 예부터 꽃이 풍성하게 피면 풍년이 든다고 믿어 동제를 지내온 이 나무 아래서, 올 한 해의 풍요로움을 기원해 보세요.
‘이밥’의 풍성함과 ‘영원한 사랑’의 꽃말

이팝나무라는 이름은 꽃송이가 사발에 담긴 흰쌀밥(이밥)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습니다. 입하(入夏) 전후에 꽃이 피기에 ‘입하나무’로 불리다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도 있지요. '영원한 사랑'과 '자기 향상'이라는 꽃말처럼, 소복이 피어난 하얀 꽃잎들은 보는 이에게 변치 않는 따뜻함과 위로를 건넵니다.
400년 전 청주 한 씨 가문이 터를 잡은 천곡마을의 역사와 함께해 온 이 나무는, 지금도 김해의 봄을 가장 화사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천년의 맥을 잇는 고찰, ‘선지사’의
명문 기와 이야기

경운산 자락에 아담하게 자리한 선지사는 통일신라 시대에 건립된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본래 덕천사라 불렸으나 1999년 발굴 조사 중 ‘선지사(仙地寺)’라고 새겨진 기와 조각이 발견되면서 본래의 이름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양산 통도사의 말사이자 전통사찰 제110호로 지정된 이곳은, 화려하진 않지만 천년의 세월이 응축된 고즈넉한 분위기로 방문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줍니다.
부모님의 은혜와 17세기 조각의 정수, ‘문화유산자료’

선지사에는 귀중한 불교 유산들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목조아미타여래좌상: 1605년 조각승 원오 등이 제작한 불상으로, 신체에 비해 얼굴이 큰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줍니다. 복장 유물을 통해 정확한 조성 연대를 알 수 있어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큽니다.
불설대보부모은중경: 부모님의 깊은 은혜를 설법한 경전으로, 숙종 12년(1686년)에 간행된 기록이 명확하여 판본 연구에 중요한 자료입니다. 5월 어버이날을 앞두고 방문한다면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금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영산전의 특별한 만남,
‘예수님 형상을 한 나한상’

선지사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은 오백나한 을 모신 영산전입니다. 이곳에는 특별한 신앙의 대상인 아라한 500인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는데, 그중에는 풍성한 머리카락과 긴 수염을 가진 예수님의 형상을 닮은 나한이 있어 눈길을 끕니다.
장유화상, 원효대사, 달마대사 등 역사 속 고승들과 함께 어우러진 이 독특한 나한상은 종교의 경계를 넘어선 화합의 미소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김해 주촌면 여행 가이드

천곡리 이팝나무: 경남 김해시 주촌면 천곡리 1100
선지사: 경남 김해시 주촌면 선지리 501
선지사 이용 정보:
운영 시간: 상시 개방
입장료 및 주차: 무료 (절 앞 공터 주차 용이)
교통: 김해 외동에서 택시로 5~10분 소요 (대중교통은 다소 불편함)
문의: 055-329-1056
개화 시기 확인: 이팝나무 꽃은 보통 4월 말에서 5월 초에 절정을 이룹니다. 현재 기온이 온화하여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했으니, 하얀 쌀밥 같은 풍성한 모습을 보시려면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 사이 방문을 추천합니다.
선지사 관람 포인트: 영산전에 들러 오백나한 사이에서 예수님을 닮은 나한을 찾아보세요. 아이들과 함께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둘러보기 좋습니다.
주변 산책: 천곡리에는 가락국 시대의 흔적인 천곡산성도 있으니 가벼운 등산을 즐기시는 분들은 연계하여 둘러보셔도 좋습니다.

하얀 눈꽃이 내려앉은 500년 이팝나무와 부모님의 은혜를 노래한 천년 고찰 선지사는, 화려한 도심의 불빛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쌀밥처럼 넉넉한 꽃송이 아래서 풍요를 빌고, 인자한 나한상 앞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아보세요.
김해 주촌의 고요한 숲길을 걸으며 당신만의 소박하고 눈부신 봄날을 기록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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