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한 번 잘못 썼다가 특정 정당 지지자로 오해받은 사연
선거 폐현수막, 에코백·우산으로 재탄생
○○당 기호 1번이 적힌 장바구니, 선거 공약이 적힌 파라솔, 정치인의 이름이 적힌 필통.
모두 선거 폐현수막을 새활용한 제품이다.
기후 위기 극복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지면서, 선거 이후 남은 폐현수막을 업사이클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광주, 통영, 홍성 등 다양한 지자체에선 너나없이 폐현수막을 새활용해 우산, 앞치마, 장바구니 등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경상남도 통영시는 2년 전부터 폐현수막으로 우산과 파라솔로 제작하고 있다. 우산이나 파라솔이 필요한 시민에게 이를 무료 대여한다.
충청남도 홍성군은 폐현수막을 친환경 보냉가방으로 만들었다. 1500여개의 보냉가방은 군 축산물 판매 현장에서 사용된다.
문제는 업사이클링한 제품의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선거에 사용됐던 현수막에는 특정 정당명이 크게 쓰여 있다. 폐현수막으로 만들어진 장바구니나 앞치마에는 어쩔 수 없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이름이 크게 들어가게 된다. 이에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오해받기 싫다”, “이런 표기법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실용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업사이클링의 취지를 살리려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버려진 천막이나 자동차 안전벨트, 화물차 방수포 등을 소재로 가방을 만드는 업사이클 브랜드 ‘프라이탁’은 특유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기다. 똑같은 제품이 없다는 희소성도 소비자의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통한다.
항공사,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등 유명 기업의 업사이클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대한항공은 10만 시간 넘게 비행한 보잉 888 퇴역 항공기 동체를 분해해 굿즈를 출시했고 하루 만에 완판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패션브랜드 ‘단하’와 협업해 폐유니폼을 활용한 여행용 파우치를 선보였다. 소비자들은 “폐유니폼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업사이클인지 몰랐다”, “기업의 환경친화적인 모습을 보고 호감이 갔다”는 등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지자체가 나서서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하는 건 긍정적인 시도지만 디자인이 좀 더 개선되면 좋겠다”, “활용도가 높은 새활용 제품이 나오길 바란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주서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