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 영화도, 한국 영화도 아니었습니다. 낯선 언어에 국내 인지도가 거의 없는 배우들이 나오는 프랑스 영화 한 편이 2012년 봄 극장가에서 천천히, 그러나 끝까지 관객을 모았습니다.
상위 1%와 하위 1%가 만났다
작품은 '언터처블: 1%의 우정'입니다. 사고로 목 아래를 움직이지 못하게 된 대부호 필립과, 교도소에서 막 나와 일자리가 급했던 청년 드리스가 주인공입니다. 필립은 자신을 환자로만 대하지 않는 드리스를 간병인으로 고용하고, 두 사람은 계급도 취향도 전혀 다른 채로 서로의 일상에 스며듭니다. 동정 대신 농담을 건네고, 배려 대신 솔직함을 택하는 이 관계가 영화의 전부이자 힘입니다.

프랑스 박스오피스 10주 연속 1위
2011년 프랑스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본국에서만 20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으며 프랑스 박스오피스 역대 1위에 올랐습니다. 박스오피스 10주 연속 1위라는 기록도 함께 남겼고, 독일과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으로 흥행이 번지면서 유럽에서만 2100만 명이 이 영화를 봤습니다. 대형 자본이 들어간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두 사람의 대화가 중심인 코미디가 만든 숫자라는 점에서 더 이례적이었습니다.

국내에서도 25일 만에 150만
국내 성적은 더 놀라웠습니다. 2012년 4월 초 100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그때까지 프랑스 영화가 국내에서 100만을 넘긴 사례가 사실상 없었습니다. 이어 개봉 25일째에 누적 150만 2380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4위를 지켰고, 최종적으로 18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상영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관객이 꾸준히 이어졌다는 점에서 입소문의 힘을 보여준 사례로 자주 인용됩니다.

한국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흥행은 판권으로도 이어졌습니다. 2015년 국내 드라마 제작사가 프랑스 영화사 고몽과 1년에 걸친 협의 끝에 저작권을 확보하면서, 이 작품의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가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유럽 코미디가 한국 안방극장용으로 다시 쓰인다는 발상 자체가 당시에는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원작이 가진 이야기 구조가 국적을 옮겨도 통한다는 평가이기도 했습니다.

감독들은 올해도 부산에 온다
연출을 맡은 에리크 톨레다노와 올리비에 나카슈 감독은 이 작품으로 프랑스 코미디를 대표하는 이름이 됐습니다. 두 사람의 신작은 2026년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부문에 초청돼 야외극장에서 관객을 만납니다. 1985년 파리 교외를 배경으로 한 성장 코미디로, 소년의 시선을 따라가는 작품입니다. 14년 전 이 영화로 웃고 울었던 관객이라면 반가운 소식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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