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냐!’ 상상조차 싫은 잔인한 의심, 한국영화 가족스릴러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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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방과 극장가에서 주목받는 두 작품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와 <보통의 가족>은 공통점이 있다. 부모가 자식의 범죄를 의심하고 추궁하는 내용이 메인 플롯이라는 점. 영화와 드라마 같은 픽션이기에 다행이지, 사실 이 같은 설정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내 부모, 내 자식이 강력 사건의 범죄자일지도 모르는 의심, 참담하고 잔혹한 딜레마다.

이런 일명 ‘가족스릴러’는 여타 다른 스릴러와 다르게 상당한 감정이입을 유발한다. 만약 당신이 저 상황에 놓여 있다면? 이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가족이라는 연 때문에 이성적으로는 허락하지 않지만 마음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일들이 극적 갈등을 더욱 고조시킨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의심.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 벌어지는 처절한 이야기들, 극중 가족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빨려 들어가는 몰입감까지! ‘가족끼리 의심하는 거 아니야~’라고 하지만 결말이 너무나도 궁금한 한국영화 가족스릴러 대표작을 살펴본다.

*<공범> <결백> <침묵> <마더> 해당 영화의 결말이 간접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공범 (2013) - 아빠가 늘 그랬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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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공소시효를 앞둔 유괴범이라면? 이 끔찍한 이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는 가족스릴러 <공범>이다. 엄마는 없지만 누구보다 날 아껴주고 응원하는 아버지 순만(김갑수)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취업 준비생 다은(손예진). 어느 날 유괴 사건을 소재로 한 실화 기반 영화를 보다가 실제 유괴범과 아빠의 목소리가 무척 닮았음을 깨닫는다.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이 들어맞는 상황. 공시시효를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순만은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되고, 다은은 감당할 수 없지만 진짜 진실을 알기 위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자신의 부모가 유괴범일 수도 있는 끔찍한 사실에 접근하는 <공범>은 손예진과 김갑수의 아찔하다 못해 처절한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 가족이기에 무조건 믿어야 하지만, 진실이 밝혀질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를 손예진의 모습과, 잔혹한 유괴범과 자상한 아버지의 얼굴 사이 무엇이 진짜인지 모를 김갑수의 투 페이스 연기가 긴장감을 시종일관 유지시킨다. 영화를 보고 나면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타자 요기 베라의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가 격언이 아닌 소름 돋는 공포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

결백 (2020) – 살인사건 용의자가 된 엄마, 그를 변호하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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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에이스 변호사 정인(신혜선)은 우연히 TV에 나오는 뉴스에 시선이 절로 간다. 자신의 고향집에서 추인회 시장(허준호)과 3명이 막걸리를 마시고 중태에 빠졌다는 사실이다. 이에 엄마 화자(배종옥)가 용의자로 긴급 체포되면서 정인은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고향으로 내려간다. 안타까운 사실은 화자가 중증 치매 증상을 앓으며 딸의 모습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엄마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정인은 변호를 맡고,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실체를 하나둘씩 밝혀 나간다. 하지만 진실을 알면 알수록 의문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그 죽음에 얽힌 마을 사람들의 추악한 음모들이 정인을 더욱 압박하는데….

<결백>은 신혜선의 실질적인 첫 장편영화 주연작이다. 성공을 위해 가족과 연을 끊었던 변호사가 살인 용의자로 몰린 엄마의 변호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구성한다. 이 작품은 가족 스릴러 이상으로 판이 크다. 아버지의 죽음 뒤에 얽힌 마을 사람들의 음모, 그 중심에 있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탐욕이 혀를 차게 한다. 이쯤 되면 엄마의 누명은 쉽게 밝혀질 듯하지만, 진짜 진실은 잔인하고도 서글프다. 법조인의 양심이냐, 아니면 벼랑 끝에 몰린 가족을 위한 희생이냐, 그 한가운데에서 쉽게 선택을 내릴 수 없었던 신혜선과 배종옥의 열연이 작품의 재미보다 더 긴 여운을 자아낸다.

침묵 (2017) – 모든 것을 가진 다 아버지가 딸을 지키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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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명예, 권력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 태산(최민식). 더 이상 완벽하다고 생각할 수 없었던 어느 날 약혼녀이자 가수인 유나(이하늬)가 살해당하고 용의자로 딸 미라(이수경)가 지목된다. 세상에 모든 관심이 몰린 이 재판. 태산은 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자신의 힘을 총동원하고, 미라의 무죄를 밝혀낼 변호사 희정(박신혜)를 선임하다. 희정은 미라를 만나 그날 밤의 진실을 들려줄 것은 요구하지만, 미라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 유나의 팬 동명(류준열)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더욱 미궁에 빠진다.

<해피 엔드> 이후 정지우 감독과 최민식이 다시 만난 <침묵>은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2013)를 리메이크 작품이다. 영화 초중반까지만 해도 자식의 죄를 무마하기 위해 모든 것을 가진 아버지의 파렴치한 계략이 계속에서 벌어진다. 희정은 갈등한다. 의뢰인을 위해 태산의 계략에 동조해야 하지만, 자신의 양심과 정의관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갈등이 충돌하는 법정씬은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하지만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과 희생은 관객의 예상과는 완전 다른 방향으로 내보인다. 그때의 착잡하고도 안타까운 모습은…. 가족스릴러로 출발하지만, 한 남자의 뜨겁고도 쓸쓸한 드라마가 작품의 감성을 더욱 배가한다.

마더(2009) – 아무도 믿지 마 엄마가 구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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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 약재상에서 일하며 아들 도준(원빈)과 단둘이 사는 엄마(김혜자). 나이답지 않게 모든 것이 서툴고 어수룩한 아들 걱정에 오늘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경찰은 도준을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구속한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엄마. 하지만 아무것도 없이 어렵게 살아가는 엄마를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결국 도준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 엄마 홀로 사건을 수사한다.

앞서 소개한 <침묵>이 모든 것을 가진 아버지가 자식을 위해 어떻게 법과 공권력을 주무르는지 보여준다면, <마더>는 아무것도 없는 엄마가 자식의 무고를 밝히기 위한 과정을 안쓰럽게 그려낸다. 봉준호 감독은 ‘엄마’가 주는 무한 애정에 대한 시선을 조금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모성애의 방향이 보편적인 도덕에서 벗어난다면? 영화는 그런 시점에서 도준과 엄마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사건의 충격적인 실체를 서서히 비춰낸다.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국민 엄마 김혜자의 경이적인 연기는 작품의 안타까운 분위기를 더할 정도다. 봉준호야 원래 엔딩 장인으로 유명하지만, <마더>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손꼽히는 마지막을 선보인다. 모든 것을 다 잊게 해준다는 침을 맞고 펼쳐지는 엄마의 춤사위는, 이 사건을 잊고 싶었던 모자들의 마음과 별개로 관객들의 뇌리에 단 1프레임도 잊을 수 없는 잔상을 남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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