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플랫폼, 세계로] 네이버 글로벌 3.0, '포시마크' 움츠리고 '웹툰' 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제2사옥 1784. (사진=네이버)

네이버가 해외 시장 진출로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다. 1999년 출발한 네이버는 포털 서비스를 기본으로 광고·쇼핑·클라우드·콘텐츠·인공지능(AI)·디지털 금융 등 다양한 정보기술(IT) 사업을 확대해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최수연 대표는 취임 한달 뒤인 지난해 4월 '글로벌 3.0' 전략을 발표하며 해외 진출에 신성장 방점을 찍었다. 2027년까지 매출액 15조원, 글로벌 사용자 10억명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네이버는 올해 연간 매출액 8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올해 3분기까지 연결 매출액은 7조1336억원이다. 같은 기간 해외사업환산손익은 2881억원으로 전년 동기(2499억원) 보다 15.27% 증가했다. 아직 글로벌3.0 목표에는 못미친다. 매출액 목표치 15조원을 달성하려면 내년부터 4년 동안 2배 가까이 성장해야 한다.

네이버 최근 5년간 실적 추이(연결기준, 자료:사업보고서)

네이버가 글로벌 3.0 목표를 이루려면 내수에 집중된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로 매출을 늘려야 한다. 네이버의 글로벌 성장 첫 단계인 1.0은 일본을 중심으로 전 세계 사용자 2억명을 넘긴 메신저 앱 '라인'으로 대표된다. 2.0은 웹툰의 일본 시장 성공, 스노우(AI 영상)와 제페토(메타버스) 등이다. 네이버는 3.0에서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 '포시마크', 웹툰의 북미 시장 성공, 네이버랩스(AI·로보틱스·디지털트윈)에 집중한다.

포시마크, 에비타 흑자전환 불구 사업 축소

북미·유럽 시장 진출 핵심은 포시마크와 웹툰이다. 네이버는 지난 1월 약 2조원을 들여 포시마크 인수를 완료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북미 1위 패션 C2C 플랫폼을 인수해 해외 커머스 사업의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포시마크는 올해 1분기 에비타(EBITDA) 기준 흑자전환했지만, 최근 인원감축과 인도·영국 시장 철수 등 사업 규모를 줄이고 있다. 아직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다.

포시마크는 지난 11월 인도, 영국, 호주에서 사업을 접는다고 공지했다. 시장 철수 이유로 "핵심 시장인 미국, 캐나다 시장에 집중해 의미 있는 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포시마크는 지난 10월26일 이전에 인도, 영국, 호주에서 들어온 주문 금액을 환불하고, 해당 국가에서 이용자의 계정 접근도 막았다.

이를 두고 인도 현지 언론 ICN42는 "한 동안 포시마크의 사용자가 감소했다"며 "시장조사 결과를 보면 포시마크의 인도, 영국, 호주 사용자는 5만명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포시마크는 네이버의 인수 직후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지난 3월엔 미국에서 전체 직원의 2% 정도를 감원했다. 이에 관해 네이버 측은 "포시마크 인수 뒤 사업 확장을 위해 여러 방면을 재정비했고 그 일환으로 사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 인원 감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포시마크 홈페이지 캡쳐 (사진=포시마크)

포시마크는 괄목할 성장을 이루진 못했지만 네이버의 성장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포시마크는 올해 1분기 에비타 기준 200만 달러(약 26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에비타 흑자는 법인세, 이자 등을 차감하지 않을 때 영업이익을 냈다는 의미다.

올해 1분기 네이버의 전체 매출액 중 커머스 비중은 기존 약 20%에서 약 26%로 증가했다. 네이버 측은 "포시마크 인수와 함께 크림(한정판 거래 플랫폼), 여행 수요 증가로 인한 네이버 쇼핑 거래액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커머스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점도 포시마크가 극복해야 할 난제다. 이커머스 시장에선 기업소비자간거래(B2C) 플랫폼인 중국의 테무, 알리익스프레스가 영향력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C2C인 포시마크와 사업 모델에서 차이가 있지만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점에서 경쟁 관계다. 네이버 측은 "포시마크는 당근마켓과 인스타그램이 결합된 것처럼 패션 분야에 집중해 개인의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고, 거래가 오가는 식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에 집중하는 경쟁사들과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고 말했다.

일본서 성공한 웹툰, 북미서도 효자 노릇

네이버는 웹툰 사업으로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이어 미국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일본에서는 라인망가로, 미국에서는 웹툰엔터테인먼트로 사업을 진행한다.

글로벌 모바일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일본 만화 앱 수익 순위에서 라인망가는 2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네이버웹툰이 1위를 차지했다.

웹툰이 포함된 네이버의 콘텐츠 사업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3분기 비중은 8.5%로, 전년 동기(6.8%) 보다 1.7%p 커졌다. 웹툰은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한 수익 창출이 기대되는 분야다. 네이버는 분기보고서에서 "창작자 지원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IP를 확보하며 웹툰, V LIVE, 라인 등 네이버의 글로벌 서비스와 티빙(TVING) 등 플랫폼 간 협업을 통해 글로벌 콘텐츠 유통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내년 네이버웹툰의 미국 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이를 앞두고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미국 웹툰 본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엔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글로벌 유통기업 베스트바이 재무 총괄 출신인 데이비드 리를 영입했다.

중동 수출 '디지털 트윈 플랫폼' 수익성 기대

올해 네이버는 한국 IT 기업 중 처음으로 중동에 플랫폼 기술을 수출했다. 팀 네이버(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네이버랩스)는 지난 10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수도인 리야드를 포함해 5개 도시에서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디지털 트윈 플랫폼에는 네이버의 연구개발(R&D) 자회사 네이버랩스를 주축으로 개발한 AI, 증강현실(AR),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기술이 집약된다.

관건은 중동에 수출한 디지털 트윈 플랫폼이 어느정도 수익으로 연결될 것인가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서울시와 협력해 서울시 전역을 3D 지도로 구현한 '에스맵'을 선보여 기술력을 인정받았았다. 그러나 아직 디지털트윈 플랫폼이 매출을 크게 올리는 사업은 아니다. 다만 디지털 트윈 플랫폼은 한번 구축하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향후 탄탄한 매출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는 중동에 이어 캐나다, 스페인 등 북미·유럽 국가와의 플랫폼 기술 협력을 도모했다. 네이버는 중동에 수출한 디지털트윈, AI, AR, 로보틱스 등 기술을 신사옥 1784에 적용했다. 올해 캐나다 여성 CEO 사절단, 스페인 카탈루냐 주지사 일행 등 해외 인사들이 네이버 1784를 찾아 기술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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