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제고 발표 당일 주가 하락…PBR 2배 공언했지만 현실은 1배 미만

동원시스템즈가 야심차게 내놓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도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2배 달성, 배당 확대, 이차전지 소재 사업 육성 등을 약속했지만 정작 발표 당일 주가는 하락했고 이후에도 반등에 실패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선언에 그쳤을 뿐 실질적인 체질 개선이나 시장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동원시스템즈가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현황에 따르면 PBR은 0.9배 수준에 머물렀고, ROE 역시 6.2%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해 4월에 동원시스템즈는 PBR 2.0배, ROE 15% 이상, 배당성향 30% 이상 달성을 핵심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2024년 동원시스템즈의 ROE가 8.7%, PBR 1.4였음을 고려하면 목표를 채우긴 커녕 오히려 역주행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주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동원시스템즈 주가는 밸류업 계획 발표 직후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약세 흐름을 이어가며 사실상 1년 새 반토막 수준까지 밀렸다. 한 소액주주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가 오히려 시장의 불신만 확인시켰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주가 부진 배경으로는 시장의 낮은 사업 재평가가 꼽힌다. 동원시스템즈는 원통형 배터리 캔, 알루미늄 양극박, 셀파우치 등 2차전지 소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회사를 포장재 업체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 2024년 기준 전체 매출 중 패키징 부문 비중은 48.03%, 소재부문은 35.83%에 달한 반면 2차전지 부문은 7.96%에 그쳤다. 신사업이 아직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만큼 시장이 높은 멀티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신사업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동원시스템즈는 지난해 11월 셀파우치 신규 설비 투자 종료 시점을 기존 2025년에서 2027년 말로 2년 이상 연기했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과 배터리 업황 둔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사업 속도 조절이 아닌 전략 후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사업이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면서 기업가치 재평가 논리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배구조에 대한 주주들의 불신도 여전하다. 동원시스템즈 최대주주인 동원산업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80%를 웃돈다. 이 때문에 사실상 대주주 의사만으로 주요 경영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소액주주들은 과거 2022년 동원산업-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당시 합병비율 논란을 거론하며 오너일가에 유리한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주주환원 강화 역시 기대만큼 시장을 움직이지 못했다. 동원시스템즈는 배당성향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중간배당을 도입하는 등 배당 정책 선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성장주 프리미엄이 사라진 상황에서 배당 확대만으로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실제 시장은 배당보다 본업 성장성과 신사업 수익화 여부에 더 주목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선 동원시스템즈가 밸류업 계획을 통해 제시한 청사진이 시장 신뢰를 얻기 위해선 2차전지 소재 사업의 실질적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 그리고 대주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주주친화적 지배구조 개편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동원시스템즈 주가 부진은 단순 업황 문제가 아니라 시장이 회사의 성장 스토리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며 “신사업 성과가 실적으로 입증되기 전까지는 저평가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목표만 제시하고 실제 성과가 따라오지 못하면 밸류업 계획은 오히려 시장 불신을 키우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원시스템즈는 “투자 선행 비용 반영 후에도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규모의 경제 실현 시 수익성이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건전한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관련 제도 및 시스템 개선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주주 신뢰와 예측가능성을 제고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글=임현범 르데스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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