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데뷔 17년차 첫 만루포가 KS서 터지다니... 감격의 순간 "제발 휘지 마라, 속으로 10번은 외쳤다" [KS4 현장인터뷰]
KIA는 26일 오후 2시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삼성에 7-1로 승리하고 시리즈 3승(1패)째를 챙겼다. 전날(25일) 솔로포 4방에 일격을 당한 KIA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광주로 향한다. 이제 12번째 우승까지 남은 건 단 1승이다.
이날 승부처는 3회초 2사 만루서 터진 김태군의 만루 홈런이었다. 김태군 타석에 앞서 차곡차곡 주자들이 쌓여갔다. 삼성 선발 원태인을 상대로 3회초 선두타자 김선빈이 좌전 안타, 김도영이 볼넷, 나성범이 우전 안타를 쳐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우중간 외야에 뚝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 3-0을 만들었다. 최원준의 희생번트에 이어 이창진이 볼넷으로 다시 모든 루를 채웠고 김태군의 타석이 돌아왔다.
이때 삼성 벤치의 선택은 베테랑 송은범이었다. 원태인을 구원하기 위해 등판한 송은범은 변우혁을 2구 만에 포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김태군은 송은범의 2구째 몸쪽 시속 135㎞ 슬라이더를 벼락 같은 스윙으로 때렸고, 이 공은 좌측 담장을 넘어 비거리 122m 만루 홈런이 됐다. 이 홈런으로 KIA는 7-0으로 크게 앞서가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김태군의 만루홈런은 KBO 포스트시즌 역대 20번째이자 한국시리즈 5번째 만루포이기도 했다. 과거 1982년 10월 12일 김유동(OB 베어스)이 삼성과 6차전, 2001년 10월 25일 김동주(두산 베어스)가 삼성과 4차전, 2012년 10월 25일 삼성 소속이던 최형우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2차전, 2017년 10월 30일 이범호 현 KIA 감독이 두산과 5차전에서 친 바 있다.
더욱이 김태군의 만루홈런이 포스트시즌뿐 아니라 정규시즌 통틀어서도 처음이라는 점이 놀랍다. 김태군은 양정초-대동중-부산고 졸업 후 2008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17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이후 NC 다이노스, 삼성을 거치며 17시즌 동안 통산 32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이 2021년과 올해의 7개에 불과할 정도로 장타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의 첫 만루포를 터트리며 주인공으로 빛났다.
경기 후 김태군은 "첫 만루홈런인데 그게 중요한 시리즈에서 나왔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치는 순간 넘어간 건 확신했는데 제발 휘지만 말라고 속으로 '제발'이라고 10번은 외쳤다. 넘어가길래 너무 기뻤다"고 당시 심정을 솔직하게 전했다.
17년이란 시간만큼이나 우여곡절이 많았던 커리어였다. 친정팀인 LG에서는 백업 신세를 면치 못했고,, NC에서도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가 오자 자리를 잃었다. 통산 1400경기 타율 0.250(3170타수 791안타) 32홈런 337타점, 출루율 0.309 장타율 0.320으로 저조한 타격성적이 항상 발목을 잡았다.
김태군은 "타격 면에서 4, 5년 전부터 정말 스스로 좋지 않았고 주위 시선도 그랬다. 그때 심정으로 '더 이상 식물 타자'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실내에서 많은 준비를 했고 혹독하고 힘든 연습을 했다.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모습이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 이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 7월 류지혁과 일대일 트레이드로 KIA에 합류하면서 또 한 번 커리어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합류 후 주전 포수로 활약하면서 올해 KIA의 정규시즌 1위를 이끌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4경기 타율 0.385(13타수 5안타) 1홈런 6타점, 출루율 0.400 장타율 0.769로 시리즈 MVP도 가시권에 들었다.
김태군은 "오늘 홈런이 인생에서 3번째 정도 기쁜 순간인 것 같다. 프로 지명 때, 지난해 KIA로 트레이드 됐을 때 그리고 이번이 3번째"라고 활짝 웃었다.
이어 "우리가 1승만 하면 나도 우승 포수가 된다. 그러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느 순간 군대를 다녀오니 백업 취급을 받고 있었다. 늘 분한 마음을 갖고 지난 4, 5년을 준비했기에 우승 포수가 꼭 되고 싶다. 우승하고 한국시리즈 MVP도 받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대구=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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